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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우크라군에 항복하는 러시아군 급증 - 우크라군의 춘계 대공세 예상, 러시아군 귀순 의사 급증 - ‘I Want to Live’ 핫라인 개설 이후 1,400만 명 넘는 사람들 방문 - 지난 1월중순까지 6500여명 귀순 확인, 최근들어 더 늘어나
  • 기사등록 2023-04-09 04: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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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우크라에 항복하는 병사들 급증]


러시아군의 병사들이 최근들어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러시아군의 최대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는 7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중앙정보국의 발표 내용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전쟁에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항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7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춘계 대공세가 예상됨에 따라 자신들의 목숨을 구하려는 러시아군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일부 러시아 병사들은 전장에서 직접 생포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뉴스위크는 이와 관련해 “푸틴이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소위 ‘특별군사작전’이 시작되었지만 빠른 시일내에 전쟁이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우크라이나군이 강력하게 방어함으로써 러시아군은 군사적으로 별다른 이득을 얻지 못하였다”면서 “전쟁 1년이 지난 지금 전투는 우크라이나 최동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분석가들은 러시아의 겨울철 공격 시도가 대부분 실패했다고 말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귀순을 지원하는 ‘나는 살고 싶다(I Want to Live)’ 핫라인에는 전쟁이 지친 러시아군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핫라인의 비탈리 마트비엔코 대변인은 “러시아 군인들의 항복 호소가 지난 달보다 두 배 증가한 3,00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I Want to Live’ 핫라인은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정보총국의 지원을 받아 전쟁 포로 치료 조정 본부가 운영하는 프로젝트로, 전쟁이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전투를 포기하고 자신의 삶을 지키려는 러시아 군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지난해 9월에 시작되었다.


‘I Want to Live’ 핫라인은 전화 상담은 물론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러시아군의 문의에 답을 해준다. 접속 방법도 간단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로 연결되는 핫라인에 직접 전화를 하거나 텔레그램·왓츠앱 등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세부 정보를 등록하면 ‘I Want to Live’와 연결된다. 이곳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전달받을 수 있다.


투항하는 방법 역시 간단하다. 병사들은 핫라인에 전화한 뒤 안전하게 우크라이나 병사들과 접촉해서 항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받는다.


핫라인 운영책임자인 마트비옌코는 “러시아 병사들이 핫라인에 전화를 걸어 항복 의사를 표하는 것이 첫 번째”라며 “자신의 개인정보를 남겨야 하며, 이후 우크라이나 영토에 도착한 후 다시 핫라인에 전화를 걸어 ‘항복하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면 요원들이 안전한 장소에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통화 상담가 스비틀라나(가명)도 BBC에 “항복 방법을 묻는 러시아군에게는 통상 '위치를 공유해달라'고 답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으로 전화하는 러시아 군인들은 거의 대다수가 간절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면서 “군 부대에서 몰래 도망쳐 나와 전화할 수 있는 저녁 시간대에 통화 건수가 확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일단 투항하게 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정부의 죄수 교환 프로그램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일단 우크라이나에서 구금상태로 남아있을 수도 있다. 마트비옌코는 “이런 교환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석방한 우크라이나인은 지난 1월말까지 모두 1646명”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도네츠크 지역의 바흐무트 지역에서도 운영되고 있는데 ‘I Want to Live’ 핫라인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3월 초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임시 점령지에서 동원된 총 9,836명이 투항을 선택했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강제징집을 통해 동원된 러시아 군인 21명의 아내와 어머니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남성들이 전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포로로 잡혀 처형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할 때 약 3,500건의 접촉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미 투항한 러시아 군인의 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전쟁 중 러시아 군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죽음이나 생포 중 하나인데, ‘I Want to Live’ 핫라인의 적극적인 홍보와 운영은 러시아 병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관계자에 따르면, ‘I Want to Live’ 핫라인이 개설된 이후 1,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했다고 한다. 방문자 중 약 84%가 러시아 출신들로 전장에 나가있는 가족들과 장집을 앞둔 이들이 주로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BC가 확보한 일부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러시아 본토에서 온 메시지도 여럿 있었다. 스스로를 '모스크바 거주자'라고 밝힌 한 문의자는 “수차례 징집당할뻔했으나, 지금까지는 피했다. 우크라이나인을 죽이고 싶지 않고, 내 목숨도 부지하고 싶다”며 방법을 물었다. 이런 문의자에겐 우크라이나 상담원은 핫라인에 일단 등록하기를 권유하고, 우크라이나 영토로 접근하기 전 사용 가능한 비밀 휴대폰을 하나 준비하라고 추천한다.


실제로 현재 모스크바에 살고 있다는 한 러시아 남성이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어 “곧 소집 영장을 받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살고 싶다”면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죽이지 않을 것이고, 내 목숨도 구하고 싶다. 어떻게 항복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이에 우크라이나 상담원은 그에게 “실제 파병되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전선에서 쓸 비밀 전화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일반 시민이다. 우크라이나 시민이 되길 원한다”며 “이 모든 것이 가능한 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고통을 토로했다.


‘I Want to Live’ 핫라인을 통해 항복하게 되면 하루 세 끼 식사에 의료 서비스는 물론이고, 가족 및 친척과의 접촉도 가능하다. 제네바 협약 준수는 물론이고 또한 다양한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과 법률 지원도 제공한다.


‘I Want to Live’ 핫라인 운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7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봄철 대공세가 가까워지고 있어서 항복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좁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황한 러시아군, 차단 급급]


‘I Want to Live’ 핫라인 운영이 화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지난 1월 27일에도 영국 가디언이 “6500명 이상의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투항용 핫라인’을 통해 항복을 시도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가디언은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해 9월 15일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 6543명의 러시아 병사들이 ‘I Want To Live’ 핫라인을 통해 투항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비탈리 마트비옌코 전쟁포로부 대변인은 “군번과 개인정보 등을 토대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연락한 이들이 러시아군 소속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핫라인에 대해 러시아도 민감하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핫라인 사이트가 러시아 내부에서 작동되지 못하도록 차단 조치를 했다. 당시의 조치는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 군인 2000명 이상이 해당 핫라인을 통해 항복의사를 밝혔다고 공개한 뒤 나온 것이었다.


비록 러시아에서는 이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게 됐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대체 사이트가 개설됐고, 나중에 이 사이트가 차단되더라도 우크라이나에서 유심칩만 구하면 항복을 요청할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나?]


러시아군의 집단 투항은 지난해 전쟁 초기부터 있었다. 처음에는 전쟁에 끌려온지도 모르고 엉겁결에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군인들이 겁에 질려 투항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또한 최전선으로 보내진 러시아 군인들에게 먹을 식량조차 제대로 보급되지도 않은 열악한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러시아 군인들이 속속 항복 의사를 밝히며 투항했던 것이다.


지난 해에는 자녀를 전쟁터로 내보낸 러시아의 가족들이 핫라인으로 전화를 해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일도 있었다. 한 러시아군의 아내는 “남편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후 연락이 두절됐고, 키이우로 간다고 했을 뿐 다른 말은 없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CNN은 이 핫라인에 대해 인도적 지원 뿐만 아니라 러시아인에 대한 선전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병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러시아 내 전쟁 반대 여론을 부추기기 위해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푸틴의 전쟁동원령이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의지도 없이 무작정 최전선으로 끌려 나온 러시아의 청년들이 개죽음을 당하느니 차라리 도망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우크라이나의 핫라인으로 전화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자신의 명예욕과 권력욕으로 벌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아무런 의미도 없이 희생당할 처지에 놓이자 생명의 의미를 찾고자 핫라인을 찾는 이들의 처절함이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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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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