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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루블화 붕괴, 패닉에 빠진 러시아 - 쉘PLC의 12억달러 매각자금 해외 유출설에 루블화 폭락 - 러시아를 떠나는 자금에 대해 트레이더들의 불안감이 크게 작용 - 다급해진 푸틴, 튀르키예 방문 가능성
  • 기사등록 2023-04-08 12: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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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 대폭락, 패닉에 빠진 러시아]


러시아 루블화가 모스크바의 석유 수입 감소와 자본 도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폭락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루블화가 최근 미국 달러 대비 1.7% 하락했으며, 1달러에 81.6루블을 기록하며 2022년 4월 21일 이후 가장 낮은 종가를 기록했다”며 “루블은 이번 주 달러 대비 4.4%, 유로 대비 5.2%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이러한 루블화 약세는 최근 몇 주 동안 달러 대비 상승세를 보인 글로벌 통화의 전반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루블화가 이렇게 폭락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스 생산업체 노바텍(Novatek)이 러시아 극동 사할린-2 액화 천연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Shell PLC의 지분을 950억 루블(12억 달러 상당)에 매입하는 것을 허용했으며, 이에 대한 매각대금을 해외로 송금하는 것을 허용했다는 러시아 신문인 코메르산트(Kommersant)의 보도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쉘PLC나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구체적인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쉘이 매각 자금을 해외로 반출할지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쉘이 지난해 여름 이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을 새로 설립한 러시아 회사로 이전하는 것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연히 12억 달러 정도가 러시아를 떠날 것으로 예상되자 루블화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도 6일, “Shell PLC가 극동 지역 프로젝트 매각을 통해 10억 달러 이상의 루블화 수익을 전환하여 역외유출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러시아 통화를 1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쉘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며칠 후 러시아 투자를 접고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사할린-2 자산에 묶인 16억 달러를 포함해 수십억 달러의 상각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쉘의 매각 자금이 러시아를 떠날 것이라는 소문에 이렇게 루블화가 폭락을 했다는 것은 러시아를 떠나는 자금에 대해 트레이더들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러시아 경제는 지금 서방의 제재와 석유 및 가스 수출 축소로 인해 수익은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쟁으로 인한 군사적 생산에 대한 압력이 증가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여파로 러시아가 달러 거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자, 달러화 대비 루블화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매일 거래가 제한될 정도로 압박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일일 루블 거래량의 5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단절된 러시아는 유동성이 위축된 후진국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신흥 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타티아나 올로바(Tatiana Orlova)도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면서 “러시아 경제의 유동성이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다”고 밝혔다.


올로바는 이어 “달러로 해외송금하는 것에 대해 루블화가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러시아 당국은 글로벌 기업의 투자회수 요청에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경계를 당부했다.


실제로 러시아 당국은 자국에서 사업을 철수하는 외국 기업에 자산 매각 가격의 최소 10%를 연방 예산에 현금 기부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는데, 이는 사실상 외국기업의 자산 매각을 방해하고 가능한 한 러시아에서 철수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방편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의 이런 결정으로 러시아에서 철수하려는 서방 기업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서방 기업은 러시아에서 운영하는 사업체를 크게 인하된 가격에 팔도록 내몰리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에는 자국에서 철수하려는 기업에 대해 시장가치의 50%를 인하할 때만 자산 매각을 허용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서 철수한 기업 다수는 크게 평가절하된 가격으로 사업체를 매각했다. 르노 자동차는 1루블에, 닛산 자동차는 1유로에 지분을 양도하는 등 일부는 명목상 수수료만 받고 팔았다.


러시아 당국이 이렇게 해외 기업들의 러시아 탈출을 극구 억제하는 것은, 이로 인한 경제적 피폐는 물론이고 기업을 매각하고 떠났을 때 당장 러시아 경제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우려가 쉘의 매각으로 인해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Shell PLC의 매각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많은 서방기업들이 러시아를 탈출하려 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제재와 관료주의로 인해 빠져 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WSJ은 현재 2000여개의 서방기업들이 러시아로부터 탈출을 위해 철수 신청을 한 후 대기중이지만 러시아 정부가 허락하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도 “외국 기업의 러시아 철수로 인한 총 자산 매각액은 작년에 약 1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에 달했다”면서 “올해 들어 노르웨이의 Wenaas Hotel Russia AS가 2억 유로(2억 1,800만 달러)에 시스테마 PJSC에 매각되고, 11개의 헨켈 AG & Co. 공장과 노키아 타이어의 러시아 사업장이 처분되는 등의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그런데 더 많은 서방기업들이 이렇게 러시아를 빠져 나온다면 러시아 경제는 더욱 더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루블화 붕괴. 대안이 없다!]


현재 달러-루블화 거래는 대부분 러시아 수출업체와 수입업체가 무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이루어지는데, 러시아는 석유와 곡물 등의 원자재를 수출하여 달러와 같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그 외화로 소비재와 기술 등의 제품을 수입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분석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가 지속되면서 러시아의 수입을 잠식하게 됨에따라 루블화의 약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더 빠른 급락세에 놀라고 있을 정도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내년까지 루블화가 달러당 75까지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6일에는 달러당 81.8까지 하락했다.


사실 루블화의 이러한 폭락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침공 이후 자본 도피를 막고 루블화 폭락을 막기 위해 통화 통제를 시행했다. 처음에는 달러당 120루블까지 하락했던 루블화는 에너지 수입이 강세를 유지하고 수입이 줄어들면서 빠르게 반등했고, 이는 대러시아 제재가 러시아 경제를 무너뜨렸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장을 조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글로벌 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판매 수입이 줄어들면서 루블화에 대한 수출 수요가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자본 통제가 완화되면서 점점 더 구하기 어려워지는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달러당 루블화 가치가 정점을 찍은 이후 지금은 거의 40% 가까운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6일 모스크바에서는 1.9% 하락한 달러당 81.3750으로 마감하여 지난 5회기 동안 5%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이는 신흥 시장 중 최악의 실적이라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외에서 경화 결제가 가능한 몇 안 되는 통로 중 하나인 라이파이젠 은행 인터내셔널의 러시아 지점은 지난주 대부분의 소매 고객 계좌에서 달러 이체를 금지했다. 프리미엄 고객에게만 이 옵션을 열어두고 최소 송금액을 2만 달러로 올렸다. 이만큼 달러화를 만지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퍼져 가고 있는 것이다.


[다급해진 푸틴, 튀르키예 방문 가능성]


러시아 경제가 이렇게 장기적인 침체국면에 접어들었고, 당장 달러화로 인한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자 그동안 느긋해하던 푸틴 대통령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월 튀르키예 방문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의 최측근 인사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났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와의 밀착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오는 4월 27일 아쿠유 원자력 발전소 준공식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푸틴이 지금 ICC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어서 국외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튀르키예 방문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경제적 현안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실제 참석 여부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튀르키예 방문이 실제 성사되면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침공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구소련권을 벗어나게 된다.


푸틴을 비롯한 고위급들의 우방국 순방은 석유공급 확대 등을 통해 달러를 더 확보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러시아의 뜻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유럽이라는 거대시장을 대체할 어떤 시장도 지구상에는 없으며, 러시아에 달러 유입을 가로막는 글로벌 제재들이 촘촘하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물론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 축소로 푸틴을 도와주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그로인한 낙수효과 역시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푸틴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러시아 경제의 침몰은 루블화 폭락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그저 핵무기만 만지막거리는 푸틴이 이러한 경제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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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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