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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차이 총통 美방문에도 시진핑 대만보복 못하는 이유? - 차이 총통-美 No.3 매카시 하원의장 미국서 첫 회동 - 반발하는 중국, 또 무력시위 나섰지만 확대하기는 어려울 듯 -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방중, 강력한 무력도발 불가
  • 기사등록 2023-04-07 05: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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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총통-美 No.3 매카시 하원의장 미국서 첫 회동]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미국 서열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땅에서 처음으로 공식 회동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만났다”면서 “1979년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이후 미국 땅에서 열린 양국간 최고위급 회동”이라고 보도했다.



먼저 회동 장소에 도착한 매카시 의장은 차이 총통이 타고 온 차에서 내리자 악수하며 영접했다. 이어 함께 들어가 오찬 회견을 시작하면서 차이 총통을 “미국의 훌륭한 친구”라고 부르면서 “나는 우리가 미국과 대만 국민을 위해 경제적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 안정을 증진할 방안을 계속해서 찾을 것이라는 데 낙관적이다”라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의 환대에 대해 차이 총통은 “캘리포니아의 햇살처럼 따뜻하다”며 “정말 기쁘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동의 결과는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우호적이었다. 매카시 의장은 회동이 끝난 후 “우리는 대만에 무기 판매를 지속해야 한다”며 “그런 판매가 아주 적시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만이 강력하게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매카시 의장은 또 “현재 대만을 방문할 계획은 없지만, 중국은 내가 어디를 갈 수 있는지, 누구를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말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미국 의회의) 흔들림 없는 지지는 대만 국민에게 우리가 고립돼 있지 않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하고, 우리가 함께일 때 더 강하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동에는 하원 미중 전략경쟁 특위 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공화) 의원과 하원 중국문제특위 소속 카를로스 기메네즈 의원 등 공화·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17명이 동석했다. 의장을 포함한 미국 하원의원 18명이 이번 회동에 참석한다는 것은 대만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지지뿐 아니라 초당적인 중국 견제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차이 총통-매카시 하원의장 회동의 의미]


사실 이번 차이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의 미국 회동은 아주 의미가 크다. 미국 본토 내에서의 대만-미국간 최고위급 공식 회동인데다 이번 화동 자체가 대만을 향한 미국의 수호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국제적으로 '하나의 중국'만 인정하라는 중국의 요구에 따라 대만과 단교하는 조처를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후에도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을 토대로 대만과 실질적인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관계법은 대만의 자위력 유지를 위한 대만에 대한 방어적 성격의 무기 제공 및 대만 고위인사의 방미 허용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은 사실 중앙아메리카 2개국 순방길에 들른 경유지임에 불과하지만 9박 10일간의 이번 일정 가운데 절반 이상의 일정을 미국에서 보냈다는 것은 공식 순방에 준하는 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더욱 미국의 권력 서열 3위의 하원의장과 공식적인 회동을 했다는 것, 여기에 하원에 중국특위를 만들고 중국 압박을 위한 다양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매카시 하원의장의 입장에서는 대만 총통과의 만남이 그동안 중국 관련 위원회들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와 관련해 CNN은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과 매카시 하원의장과의 회동 등은 사실상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대만의 독립을 미국이 지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로 인해 중국은 거세게 저항할 것”이라 전망했다.


BBC도 “중국이 미국을 향해 ‘대만 문제에 대해 불장난하지 말라’며 강력하게 경고했음에도 미국이 아랑곳하지 않고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를 인정했으며, 여기에 매카시 하원의장까지 회동하는 일정을 잡음으로써 중국은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이 아무리 반발해도 미국과 대만간에 견고한 유대관계를 초당적으로 보여주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반발하는 중국, 또 무력시위 나섰다!]


차이 총통이 귀국 길에 미국을 재차 방문하기에 앞서 중국은 고강도 군사훈련을 진행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발표한 담화에서 차이-매카시 회동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 규정을 위반하고 중국 측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해쳤다”며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며, 미국과 대만이 유착해 행한 잘못된 행동을 겨냥해 중국 측은 앞으로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최근 하늘과 바다에서 고강도 군사 훈련을 했다면서 2일 훈련 모습을 공개했다. 바다에서는 미사일 호위함 샹탄함, 미사일 구축함 타이위안함, 소브레메니급 구축함 탸이저우함으로 편대를 구성해 실사격 및 대잠수함 훈련 등 실전 훈련을 했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Su-30 전투기와 J-10 전투기를 동원한 야간 훈련을 했다.


아울러 육상에서는 대만과 가까운 광둥성 동부의 한 기갑여단이 최신 장갑차를 대거 실전 배치했다고 중국 중앙TV(CCTV)가 최근 보도했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5일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 항모 산둥함 전단이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스 해협을 통과한 뒤, 대만 동남부 해역을 거쳐 서태평양에서 항행 훈련을 벌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국군 항공모함 편대는 6일 현재 대만 동부 해안에서 약 200해리(370km) 떨어진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홍콩 명보는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이 만나면 중국군은 대만의 특정 군사 시설을 마비시키기 위해 전자전(電子戰·Electronic Warfare)을 구사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의 반격, 실효성 있을까?]


이러한 중국의 강력한 대응태도와 관련해 CNN은 4일(현지시간) “차이총통이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난 것에 대해 중국이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군사적 대응 카드를 크게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 윤 선은 “중국의 과잉 반응은 중국을 세계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할 뿐이기 때문에 중국은 과잉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물론 중국의 관료조직이 경직되어 있어서 이번 차이-매카시 회동에 중국 당국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도발할 지는 알 수 없지만 과잉 대응을 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CNN의 진단이다.


또 하나, 이번 일로 중국이 군사적 대응을 강하게 실시한다면 내년 1월 친중적 정권이 들어서기를 원하는 중국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차이 총통이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시각 야당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은 중국 본토를 방문하고 있다. CNN은 “마잉주 전 총통이 중국 본토를 방문했다는 것은 반세기에 한 번 있을 정도로 양안간 화해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강경대응을 한다면 내년 1월의 총통 선거는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라 진단했다.


또한 시진핑 주석의 러시아 방문 이후 유럽사회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또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대만을 향한 군사적 도발이 ‘평화주의’를 외치는 시진핑의 이미지에도 먹칠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6일 “이 시점에서 중국이 군사적 긴장을 심각하게 고조시킨다면 폰데어라이엔과 마크롱의 입장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며, 중국의 평화주의 외교도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차이-매카시 회담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항공모함을 본섬 바로 남쪽 해역에 파견했지만, 대만 국방부는 6일 오전 지난 24시간 동안 주변 지역에서 중국 군용기 1대와 선박 3척만 감지했을 뿐”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렇게 상황이 난처하다보니 지난해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중국이 대만을 향한 군사적 보복에 뜸을 들이고 있는 것이고, 본격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면담을 불발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중국은 외교·군사력을 모두 동원해 반격한다는 입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강력한 대응조치에 나서자니 매력외교로 유럽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가 무산될 수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지금 시진핑의 입장인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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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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