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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첨단 칩 없이 중국 스마트폰 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 美, 중국 수출 통제하는 반도체 장비 두 배로 확대 추진 - 미중간 반도체 디커플링, 中 스마트폰 생존 가능성 없어 -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길로 접어든 반도체 디커플링
  • 기사등록 2023-04-05 05: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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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 수출 통제하는 반도체 장비 두 배로 확대 추진]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진영의 대 중국 반도체 및 첨단기술 통제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4월내에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더 강하게 통제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새 규정이 도입되면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장비의 수가 두 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작년 10월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추가로 실시되는 반도체 장비의 대 중국 수출 통제는 이미 일본과 네덜란드와도 합의가 끝났고, 이 두 국가들 역시 미국의 대 중국 제재 조치에 동참하게 됨으로써 그동안 중국에 수출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반도체 장비가 17개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이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미국에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 램리서치 등 3개의 주요 반도체 장비 생산기업이 있다. 이들 3개 기업은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 네덜란드의 ASML과 함께 반도체 장비 산업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 3개국의 제품이 없으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게 불가능하다.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미국의 작년 10월 조치로 이미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이 수출통제를 더 강화하면 더 난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미중간 반도체 디커플링, 中 스마트폰 생존 가능성은?]


이렇게 미중간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고급 반도체 칩에 대한 제한된 접근은 세계를 선도하는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 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함에 따라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은 '혁신 아니면 도태'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스마트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스마트폰 비즈니스의 흥망성쇠는 반도체 칩에 달려 있다”면서 “세계화의 황금기가 저물고 있는 지금, 중국의 휴대폰 산업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첨단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기술 전쟁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으며, 그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얼마전 까지만 해도 정품이든 모조품이든 중국내에서 구하지 못하는 반도체 칩이 없었지만, 지금 중국에서는 하이엔드 반도체 칩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국내 혁신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전례없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은 그동안 아주 손쉽게 돈을 벌어 왔다. 스마트폰 초창기에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대만의 미디어텍 칩을 싸게 구입한 뒤 여기에 각종 모조품들을 조립해 삼성이나 모토로라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 모조품을 만들어 중국 시장을 장악해 왔다.


그러나 하이엔드 칩 중심의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변화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모조품 시장이 고급 기술을 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이앤드 칩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중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은 원하는 만큼의 하이앤드 칩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중국내 생산기반을 갖췄던 글로벌 회사들도 중국에서 하이앤드 침을 구할 수 없자 급기야 중국을 떠나기 시작했다.


칩은 전기 자동차에서 우주 왕복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구동하기 때문에 미중 기술 전쟁의 핵심 전장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네덜란드, 일본, 한국, 대만과 협력하여 반도체 칩과 이를 생산하는 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으며, 중국 본토로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심지어 그동안 세계시장을 장악했던 중국내 애플 생산기지도 엄격한 코로나19 통제를 경험한 후 제조 공정의 일부를 인도와 베트남과 같은 신흥 시장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게 되니 중국 정부도 당혹감을 느끼면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장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중국 당국의 고민이다. SCMP는 청두의 중국 전자과학기술대학 정보통신공학 부교수인 쩡 랴오위안의 말을 빌어 “중국이 자체적으로 첨단 칩을 성공적으로 만들려면 적어도 20년 이상이 걸릴 것이고, 그동안 중국의 첨단제품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중국이 거대한 통신산업과 디지털 경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산업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미국과의 갈등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심지어 현재 미국의 제재를 받고있는 한 중국기업의 경우 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은 5G 세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혁신하지 않으면 죽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를 돌파하는 그러한 대대적 혁신을 이루지 못한다면 살아 남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 것인데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좌절하고 있다.


선전의 50대 초반 베테랑 전자 엔지니어인 존 코우 역시 “애플과 같은 외국의 하이엔드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생산기지를 중국이 아닌 곳으로 옮겨가게 된다면 중국 전자 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실제로 애플의 경우 수년 동안 중국 전자산업 체인의 업그레이드를 주도해 왔다”면서 “애플은 전자부품을 비롯해 액정패널 등의 생산라인을 업그레이드하고 또 투자하도록 요구해 왔고 중국은 이에 따라 산업기술의 진전을 이루어왔다”고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의 하이앤드 브랜드가 중국을 떠나게 되면 전자제품의 R&D를 포함해 생산기반 시설까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광둥성 현대관측연구소의 류 카이밍 소장도 중국이 세계 스마트폰 제조 허브로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로 완벽한 공급망과 수많은 숙련된 노동력, 거대한 내수 시장을 꼽았다. 여기서 공급망의 성숙도는 오롯이 애플 등의 하이앤드 스마트폰 업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지난 20여년동안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중국에 구축해 놓은 공급망을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기는 하지만, 미중간의 디커플링이 지속된다면 어쩔 수 없이 중국에 등을 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하이앤드 반도체 업체나 중국 모두가 공히 엄청난 손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중국이 첨단산업의 무덤이 되지 않으려면 미중 갈등을 빠른 시일내에 해소하면서 다시 중국이 첨단산업 제품의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나, 시진핑 체제가 존속하는 한 그러한 극적인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SCMP는 마지막으로 “현재 애플의 최신 아이폰 출하량의 90%는 여전히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인도든 베트남이든 다른 곳에서는 아직 새 아이폰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3년 후에는 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으며, 아마도 중국에서의 생산량은 30%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게 변화될 경우 중국 경제가 받게될 충격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것이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길로 접어든 반도체 디커플링]


미중간의 반도체 디커플링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월 28일(현지시간) “칩 제조업체들이 미국과 중국간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미국은 예상보다 강한 대 중국 제재조치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중국에서의 첨단반도체산업을 글로벌 기업들이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되었다. SCMP가 예측한 대로 앞으로 3년후 애플의 중국내 생산량이 지금의 90%에서 3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단순하게 생산량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중국내 공장의 기술 수준 역시 대대적인 후퇴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적으로 중국에서 철수하게 되는 것은 최첨단의 하이앤드 제품들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3년후에도 중국에서 생산될 제품들은 아이폰 중에서도 구형 모델들만 남게 될 것이다. 그것이 중국의 공급망 기술 수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미중간 디커플링은 단순하게 하이앤드 스마트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챗GPT의 산업화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WSJ은 지난 3월 9일,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중국판 챗GPT’인 바이두의 대화형 챗봇 ‘어니봇(중국명 원신이옌·文心一言)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핵심에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있다.


GPU는 방대한 명령어를 동시에 처리하는 반도체로, 거대 AI를 학습시키고 작동하는데 필수인 ‘뇌’에 해당하는 부품으로 꼽힌다. 현재 글로벌 AI산업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AI용 GPU는 엔비디아의 ‘A100′으로, 이 분야에서 엔비디아는 95%에 달하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이 엔비디아에 ‘A100′을 비롯한 고성능 AI용 GPU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AI개발을 위한 GPU 수요는 폭등하는데, 바이두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돈이 있어도 장비를 구입하지 못해 실제로 개발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어찌 챗GPT뿐일까? 중국이 미국을 향해 개발하고 있는 무기의 기술진전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대만을 침공하여 세계 1위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장악하려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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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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