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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04 12: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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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이 법안이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달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이 통과된 것을 언급하며 "그간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 농정의 목표는 농업을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발전시켜 농가 소득을 향상시키고, 농업과 농촌을 재구조화하여 농업인들이 살기 좋은 농촌이 되도록 하는 것"이고 "농업과 농촌을 농산물 가공산업 관광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2차 3차의 가치가 창출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이 법안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비난했다.


또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더라도 이렇게 쌀 생산이 과잉이 되면 오히려 궁극적으로 쌀의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농업인들 역시 양곡관리법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법안 처리 이후 40개의 농업인 단체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다"고 했다.


아울러 "관계부처와 여당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검토하여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농식품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쌀 수급을 안정시키고 농가 소득 향상과 농업 발전에 관한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하 양곡법)에 대한 재의요구건(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 법안이 시장 기능을 거스르고 재정을 악화시키는 포퓰리즘적 성격이 짙고,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총선 국면에 활용할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농민 쌀값 안정을 통해 농심을 잡으려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호 민생법안이 윤 대통령 '1호 거부권'에 막힌 모양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양곡법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해 거부권을 행사해도 역풍을 크게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여론 수렴이 어느정도 됐다. 농민단체 30곳 이상의 여론을 수렴했다"고 한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윤 대통령이 재정을 악화시키는 포퓰리즘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대통령실 한편에서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일찌감치부터 양곡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양곡법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직접적 메시지는 국무회의 전에는 나온 바 없다. 그러나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조목조목 짚은 양곡법을 재의 이유에 윤 대통령의 의중을 실은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처리한 1개의 법안에 대해 대국민담화를 한 것도 이례적인 일로 윤 대통령이 한 총리의 입을 빌어 양곡법 거부권의 정당성을 국민들에게 설명, 거부권 행사를 위한 정지작업을 했다는 의미다.


한 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양곡법 개정안의 문제점으로▲시장 수급기능 마비 ▲미래농업 투자 재원 축소 ▲식량안보 위협 ▲포퓰리즘 정책 등 4가지를 꼽았다.


이중 윤 대통령이 가장 심각하게 여긴 부분이 포퓰리즘 정책과 시장 수급기능 마비다.


한 총리 담화문에 들어간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문구가 윤 대통령 생각의 핵심인 셈이다.


윤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한 4일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민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또다른 이유로는 쌀 시장 교란과 향후 막대한 재정 부담 우려도 깔렸다.

 

정부는 현재 23만톤 수준의 쌀 초과공급량이 2030년에는 63만톤을 넘어서고, 이를 매입하는 데 1조4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양곡법에 대해 "국민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 기조는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곳을 줄여 약자복지에 두텁게 쓰자는 게 원칙이다. 쌀 초과공급분을 정부가 모두 사들인다면 약자복지 등에 쓰여야 할 재정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재정 건전성에도 타격이 있다는 게 정부 대통령실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농민에게 실익도 없고 국가 재정을 낭비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도 한 듯하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심을 선점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석열 정부 첫 거부권 행사로 향후 정국은 강대강 대치 국면이 심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회 본청 앞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정훈 이원택 의원이 삭발로 반발하는가 하면 한 총리 탄핵까지 꺼내들며 대여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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