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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건국 이래 최초,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 미국의 전직 -현직 대통령 형사기소, 건국 이래 230여년만에 처음 - 반발하는 트럼프, “정치적 박해, 무고한 사람을 기소” 주장 - 문제는 사법리스크 줄줄이 대기중이라는 점
  • 기사등록 2023-04-01 0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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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소된다, 美대통령 최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포르노 스타 성추문 관련 입막음 의혹에 대해 미국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투표를 통해 기소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뉴욕타임스(NYT)가 3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앨빈 브래그 지검장이 이끄는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을 한달 앞둔 시점에 10년 전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던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가 과거를 폭로하기 위해 언론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자 이를 입막음하기 위해 변호사를 통해 13만달러(1억7000만원)를 지급한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회계 장부를 조작해 뉴욕주법을 위반하고, 연방 선거자금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족 기업인 트럼프그룹을 통해 마이클 코언에게 13만 달러를 변제하면서 회사 내부 문건에 ‘법률 자문 비용’이라고 기재해 기업 문서 조작을 금지한 뉴욕주 법률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뉴욕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위가 단순 문서 위조를 넘어 선거법 위반 혐의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법원에 대배심을 구성, 공소 여부의 판단을 맡겼고, 대배심은 이날 의결 절차를 거쳤다. 대배심은 미국 검찰이 중대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경우,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거치는 제도다. 대배심에선 검찰 측의 수사 증거를 듣고 비공개로 심사해 피의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주목할 것은 미국의 전직 또는 현직 대통령이 형사기소된 것은 건국 이래 230여년만에 처음이라는 점이다. 양당제가 뿌리내린 미국에선 정치보복 금지라는 암묵적 룰에 따라 전직 대통령의 범죄 의혹이 있더라도 기소하거나 사법처리한 전례가 없다.


[반발하는 트럼프, “정치적 박해”]


이러한 기소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박해이자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선거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는 이날 “내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좌파 민주당 당원들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파괴하기 위한 마녀사냥을 벌여왔다”면서 “민주당은 ‘(2020년 대선을) 훔쳤으며 이제는 노골적인 선거 개입 행위의 일환으로 무고한 사람을 기소하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이 마녀사냥은 조 바이든(대통령)에게 거대한 역풍이 될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급진 좌파가 여기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인지했으며, 모두가 이를 목도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기소, 쟁점과 파장은?]


트럼프는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이번 사건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미 정계에 초대형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에서 형사 기소의 의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indictment)되었다는 것은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서야 한다는 의미로 미국 연방법원, 대다수 주법원에서는 검찰 등 수사기관의 중간수사 결과를 두고 대배심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트럼프에 대해 기소를 결정한 뉴욕주의 대배심은 23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과반수의 찬성으로 기소가 결정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는?


한마디로 2016년 11월 대선 직전에 전직 성인물 배우와 성관계를 돈으로 감추려 했다는 혐의다. 뉴욕주 검찰은 이 사건을 5년 가까이 수사해왔다.


문제의 포르노 스타의 이름은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파니 클리퍼드). 그녀가 트럼프와의 성추문을 언론을 통해 폭로하려 한다는 소문을 듣자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을 통해 '입막음 돈'(hush money)을 전달했다.


문제는 이 입막음 돈이 트럼프 개인 돈이 아니라 회사 공금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것도 코언 변호사에게 '법률자문 비용'으로 주었다고 기재했다는 점이 범법행위에 해당된다고 뉴욕주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행위가 선거와 관련되어 있다면 중범죄가 된다. 이에 대해 트럼프 측은 '간단한 사적인 거래'이며 선거운동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CNN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기소를 결정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는 총 30여개에 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연 체포될까?


며칠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체포되는 조작영상이 미국의 SNS를 타고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이는 미국에서 기소가 되면 수갑을 차고 체포될 가능성이 있기에 그런 사진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등 뒤로 수갑을 차고 법정에 서는 장면을 연출하려 한다는 예상도 나온다. 그것이 지지자들로 하여금 결속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도 지난 18일 자신이 체포될 것이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만약 트럼프가 끝까지 자진 출두를 거부하면 검찰은 플로리다주 당국에 그를 뉴욕주까지 압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화당이 주지자로 있는 플로리다주는 그러한 협조를 할 의향이 없음을 이미 밝혔다.


*앞으로의 사법처리 절차는?


기소된 피고인은 자진 출두하거나 체포된 뒤에 비공개로 지문을 날인하고 범죄인 사진인 '머그샷'을 찍게 된다. 그리고 나서 피고인이 검찰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할지 무죄를 주장할지 입장을 밝히는 기소인부절차(arraignment hearing)를 거치게 된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죄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판사는 피고인이 보석금을 내고 석방될지, 그냥 석방할지, 재판 개시 때까지 활동에 별도 제재를 가할지 등을 결정한다. 이어 혐의 사실이나 재판에 사용될 증거를 채택하고 재판 일정을 잡는 준비심리가 진행된다.


피고인이 이미 유죄를 인정한 상태라면 다음 절차는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다. 무죄를 주장한 경우에는 정식 재판이 시작된다. 유무죄는 배심원이 평결한다. 무죄 평결을 받으면 재판이 그대로 끝나고 유죄 평결을 받으면 판사가 형량을 조절해 처벌을 선고한다.


*트럼프는 감옥에 갈까?


트럼프가 감옥으로 갈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일단 구체적 혐의가 적시돼야 처벌수위를 알 수 있다. 여기에 혐의가 특정되더라도 배심원의 유죄평결이 있어야 징역형과 같은 형량 선고가 이뤄진다.


일단 이번 사건 수사를 주도했던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은 성추문 관련 사안 뿐만 아니라 허위 기업문서 조작 등 다른 혐의가 또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현지 언론들은 이를 선거자금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원론적으로 보면 감방으로 갈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현재로서는 어떠한 판단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비교적 가벼운 중범죄 혐의를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도주 우려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기소인부절차 후 곧바로 석방돼 마러라고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소돼도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가?


전혀 문제없다. 미국 헌법에 적시된 대통령 후보의 조건은 ▲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 ▲ 35세 이상 연령 ▲ 최소 14년 이상 거주한 미국인 등 세 가지만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기소는 무리라는 주장도 나와]


그런데 트럼프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경범죄인 문서 조작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형사 기소한 것 자체가 무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돈을 전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시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증언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의 증언은 신빙성 면에서 입증력이 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언은 연방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을 뿐 아니라, 평소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주법상 최대 4년형에 처할 수 있으나, 혐의 경중을 봤을 때 초범에게 징역형을 내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사법리스크 줄줄이 대기중이라는 점]


블룸버그는 30일, “전직 미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전례가 없고 정치적 후폭풍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나, 수많은 송사에 휘말려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으로 맞닥뜨릴 도전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민형사 사건들의 적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파가 원하는 만큼 소송에 속도가 붙기 더 어려워졌다”면서 “이런 상황이 내년 대선을 더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장 주목받는 사건은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 의회 난입 사태다. 미 법무부가 임명한 특별검사 잭 스미스가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압수한 100여 건의 기밀 문건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또한 2020년 대선과 관련해 조지아주의 개표에 개입한 의혹으로 조지아주에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 1·6사태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 12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에 대한 공격을 선동했다며 그를 고소했고, 다수의 의회 경찰관도 신체 상해와 인종차별을 저지른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또한 칼럼니스트 엘리자베스 진 캐럴이 성폭행과 관련해 제기한 소송도 진행 중으로, 뉴욕에서 법원 심리가 오는 4월 25일 열릴 예정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트럼프 일가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사건이 대기중인데,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이 지난해 9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성인 자녀 3명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환수 소송이 그것이다.


[내년 대선에 중대한 영향 끼칠 트럼프 기소]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로 말미암아 당장 공화당 내 대선후보 경선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 영향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트럼프가 그동안 위기상황에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동물적 감각을 가졌다는 점에서 이 위기상황을 오히려 지지자 결속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운동과 범죄 재판 변론을 병행하기에 물리적으로 힘겨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의 2024년 대선 도전길이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가 자욱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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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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