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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세계 안보가 대만의 운명에 달렸다” - 차이잉원 대만총통, 中경고 속 미국 도착 - 미국 방문의 초점, 매카시 하원의장 면담 여부 - 마잉주 전 총통은 訪中...전·현 총통의 엇갈린 행보
  • 기사등록 2023-03-31 12: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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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총통, 中경고 속 미국 도착]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29일(이하 현지시간) 중앙아메리카 방문길에 경유지로 미국에 도착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30일, “중국의 강한 반대와 경고 속에 전용기편으로 뉴욕 JFK국제공항에 도착한 차이 총통은 로라 로젠버그 신임 미국 재대만협회(AIT) 회장,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 대만대표 등의 영접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로젠버그 회장은 미국의 대만 주재 대사 역할을 맡고 있는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 재직 당시 대중 전략 수립과 대만 군사지원에 핵심역할을 맡았던 ‘대중 강경파’다. 또한 샤오 대표는 대만의 주미 대사 역할을 맡고 있다.


차이 총통 일행은 맨해튼의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 도착해 성조기와 청천백일기 등을 손에 든 100명 이상의 대만 교민들이 “중화민국(대만의 정식 명칭) 만세, 대만 파이팅” 등의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차이 총통은 이들에게 인사하고 악수했다.


중앙통신은 이어 “숙소 부근에서는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에 반대하는 중국인들의 시위도 열렸다”고 소개했다.


차이 총통은 뉴욕에 머무르는 약 48시간 동안 현지의 대만 출신자들이 주최하는 연회와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주최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인 일정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이 총통은 뉴욕 경유 일정에 이어 4월 1일 과테말라, 3일 벨리즈를 각각 방문한 뒤 대만으로 돌아가는 길에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경유 형식으로 방문한다.


[미국 방문의 초점, 매카시 하원의장 면담 여부]


이번 차이잉원 총통의 미국 경유 방문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일정은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의 회동 여부다. 일단 대만의 언론들은 오는 4월 5일의 귀국 길에 로스앤젤레스에서 매카시 의장과의 면담이 있을 예정이라고 보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강력한 경고가 변수다.


일단 중국은 대만판공실과 외교부 채널로 경고장을 날렸다.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은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접촉이 이뤄지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중히 위반한 것이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도발이라는 논리를 들이대면서 “반드시 결연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관영 매체들은 군사적 대응 조치 가능성을 거론했다.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8일 아침부터 24시간 사이에 인민해방군 군용기 16대와 함정 4척이 대만 주변에서 활동했고, 이 가운데 H-6 폭격기를 포함한 군용기 11대가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면서 “인민해방군 전자정찰선과 군함이 최근 동중국해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차이 총통이 매카시 의장을 만날 경우 강화된 형태의 전투 순찰 활동과 군사훈련 등 중국군의 반격 조치가 예상된다”는 군사전문가 푸첸사오의 말을 소개했다.


중국은 미 하원의장이 미국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은 권력 서열 3위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차이 총통의 매카시 의장 접견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이 특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해 주목하는 것은 그가 반중전선의 최일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20년 5월 하원의원들로 '중국 태스크포스'를 조직해 대중 공세를 주도했고, 하원의장 취임 직후에도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는 점에서 중국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대만을 이용해 중국에 경제·정치·외교·군사적 위협을 강화하는 가운데 매카시 의장이 차이잉원 총통과 회동하게 되면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더욱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측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과의 회동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매카시 의장이 이미 직접 대만을 방문할 의향도 내비친 마당에 미국을 방문하는 차이 총통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더욱 중국이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습이 매카시 의장을 더욱 부추기면서 오히려 더 강한 대 중국 공세가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차이 총통도 “외부의 압력은 대만의 의지를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굴복하지도, 도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위협에도 매카시 의장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대만의 대(對)중국 정책 기관인 대륙위원회도 “중화민국(대만)은 주권 국가로 우호국과 교류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이며 국민의 기대이기도 하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논평할 권리가 없다”고 일갈했다.


중국의 강경한 대응에 대해 미국 정부가 대만을 거들고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을 통해 “차이 총통의 이번 미국 경유는 미국과 대만의 오래 지속된 비공식적인 관계, 또 미국의 변하지 않은 하나의 중국 정책과 일치한다”며 “중국이 이를 빌미로 대만에 대해 공격적인 행동을 취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해 8월과 같은 위협성 군사 도발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셈이다.


일단 미국은 긴장 고조를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28일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을 인용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통화했다고 전했다.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 문제로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차원이란 분석이 나온다.


[차이잉원, “세계 안보가 대만의 운명에 달렸다”]


사실 차이 총통이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을 방문한다면서 미국을 경유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과 당당히 손을 잡고 중국에 대응할 것임을 과시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경유지로 뉴욕을 선택했다는 것은 정치적 메시지도 있다.


이러한 차이 총통의 의지는 뉴욕에서의 연설에 오롯이 담겨 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세계의 안보가 대만의 운명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차이총통은 이어 “대만은 민주주의의 최전선에 있다”며 “대만 국민이 단결하면 할수록 대만은 물론 세계가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이 총통은 또 “대만은 지난 몇 년 동안 위협에 직면했을 때 도발하지도 않지만, 굴복하지도 않을 것임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면서 “대만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으며 대만의 가치와 생활 방식도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이 총통은 그러면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투자한 것은 미국과 대만 간 경제협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대만의 기술적인 강점을 전 세계로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마잉주 전 총통은 訪中...전·현 총통의 엇갈린 행보]


한편 대만의 전 총통인 마잉주는 지난 27일 중국으로 갔다. 대만 전·현직 총통이 내년 1월 대선을 앞두고 각각 방중과 방미를 선택한 것이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집권했던 마잉주는 중국에 우호적인 국민당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다. 전현직 총통으로 중국 본토를 방문한 것은 국공 내전 종료 이후 74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지난 2016년에 총통직에 올라 내년 5월 임기 만료를 앞둔 차이잉원은 반중(反中) 성향의 민진당 소속이다.


흥미로운 것은 내년 1월의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 전·현직 총통이 엇갈린 행보를 보인다는 것은 내년 선거가 친중(親中)과 친미(親美)의 대결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대만 집권 세력은 중국의 군사적 도발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 '친미 반중' 구도를 짤 수 있어 총통선거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지난 해 11월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진당이 참패하기는 했지만, 지방선거와 총통선거는 국면이 다르다는 점에서 반중성향의 민진당이 또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지난 27일부터 방중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마잉주 전 총통에게 국가 정상급 환대를 하며 대만 민심 사로잡기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8년간 대만을 경원시했던 중국은 이번에는 친중 세력인 국민당으로 정권 교체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마잉주의 본토 방문의 목적은 형식상으로는 성묘여행(祭祖之旅)이지만, 현재 초점은 과연 시진핑 주석과 회동을 할 것인가의 여부다. 또한 시진핑과의 회동이 과연 대만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도 관심거리다. 오히려 역풍이 일 수도 있어서다.


일단 마잉주가 상하이 푸동공항에 도착했을 때, 중국 본토 환영진의 급이 나무 낮아 홀대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TVBS는 “원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최측근인 딩쉐샹 상무(수석) 부총리나 쑹타오 대만판공실 주임 등이 맞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훨씬 낮은 급의 인사가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국빈으로 방문한 외국 정상의 경우에는 차관급 이상이 영접해야 하는데, 의도적으로 낮은 직급의 인사를 보내 대만이 중국의 성(省)급 지역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중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차이 총통의 미국행에 친중파인 마잉주 전 총통이 중국 본토 방문을 하면서 맞불을 당겼지만, 대만의 민심은 차이 총통에게 주로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이총통이 뉴욕에서 던진 메시지, 곧 “세계 안보가 대만의 운명에 달렸다”는 말은 대만인들에게는 자존심을, 미국에게는 반중전선을 강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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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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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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