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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전쟁 준비하는 시진핑, 간과해서는 안되는 이유? - 시진핑의 연이은 전쟁준비 발언 및 구체조치들 주목해야 - 러시아의 우크라전쟁 실패 보면서 많은 교훈 받은 듯 - 시진핑 연설, 심각하게 봐야 한다
  • 기사등록 2023-03-31 05: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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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않은 시진핑의 전쟁 준비 발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거야 늘 하던 말이 아닌가 하고 흘려들을 수도 있지만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3월 29일(이하 현지시간) “시진핑의 전쟁 준비 발언을 전 세계는 진지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면서 이 기사를 인터넷판 헤드라인에 올려 주목을 끌고 있다.



전 워싱턴포스트 베이징 지국장이었던 존 폼프렛(JOHN POMFRET)과 민주주의 수호 재단의 중국 프로그램 의장인 맷 포팅거(MATT POTTINGER)가 공동으로 쓴 이 글은 “지난 3월 중국 최고 정치 자문기구인 전인대 회의에서 시 주석은 네 차례의 연설을 통해 전쟁 준비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으며, 한 번은 군장성들을 향해 ‘용감하게 싸우라!’고 말했다”면서 “시진핑 정부는 중국의 국방 예산을 지난 10년 동안 두 배로 늘어난 7.2% 증액하고, 해외 곡물 수입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리고 중국은 최근 몇 달 동안 새로운 군사준비태세법, 대만 해협 건너편 도시의 새로운 방공호, 또한 전국적으로 전쟁을 대비한 새로운 ‘국방 동원’ 사무소를 공개했다.


물론 중국이 이러한 조치들을 한다고 해서 실제로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너무 이르고, 또한 분쟁이 임박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쉽게 간과하고 넘어 갈수만은 없는 특이한 변화가 중국애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공개적으로 전쟁 준비 발언을 하고 있는데도 한 귀로 흘려 듣는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 포린어페어스의 지적이다.


특히 올해들어 시 주석의 전쟁 관련 발언을 더욱 주목하게 된 것은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양회에 앞서 3월 1일 발간한 중국 공산당의 최고 이론지인 치우스(求是) 5호에서 “시진핑(習近平)의 강군사상에 따라 용감하게 전진할 것이다(在习近平强军思想引领下胜利前进)”라는 글이 실리면서부터다.


이 글에서는 “국방과 군대의 현대화를 가속화해야 한다”면서 “민간 기업과 민간 기관이 중국의 군사 현대화 노력에 기여하도록 요구하는 시 주석의 정책인 군-민 융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이어 지난해 10월 시진핑 주석이 중국 군 지도자들에게 한 연설, 곧 “우리 중국인민해방군(PLA)은 싸움을 잘 하고 투지가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며 “우리 군은 단지 조총과 소총으로 미국장비로 무장했던 국민당 군대를 물리쳤으며, 한국전쟁에서 세계 최고의 적들을 물리치면서 귀신도 깜짝 놀랄만큼 장엄한 전투 드라마를 수행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미국에 일침을 가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글을 쓴 이는 ‘준정(钧政)’인데 이는 실명이 아니라 중국 최고 군사기관인 중앙군사위원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만큼 의도가 분명한 글로 여겨진다.



또 하나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 있다. 공산당 이론지인 치우스에 전쟁을 사실상 독려하는 글이 실리기 직전에 중국의 최고 지도부가 분쟁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는 징후가 확인되어서다. 지난해 12월, 중국은 인민해방군이 예비군을 더 쉽게 활성화하고 전쟁시 전투 병력을 보충하는 시스템을 제도화할 수 있는 새로운 법률을 공표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갑자기 이러한 조치를 취했을까? 이에 대해 군사전문가인 라일 골드스타인(Lyle Goldstein)과 네이선 웨처(Nathan Waechter)는 “중국이 우크라이나전쟁에서 계속 실패하고 있는 푸틴의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푸틴이 전쟁을 치르면서 병력이 부족해지자 강제징집을 통해 예비군을 보충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논란들이 있었으며 또한 예비병력 동원에 어려움을 겪었던 러시아의 예를 보면서 중국도 만약 전쟁이 일어날 경우, 예비군 동원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만들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중국이 전쟁을 의도하면서 또다른 준비를 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최고 심의기구가 전시 중 군대에 대한 형사소송법의 특정 조항 적용을 수정하여, 전시중에 중앙군사위원회에 수사, 기소, 재판 및 형 집행을 포함한 폭넓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결정은 누가 보더라도 중국이 대만통일전쟁 등을 수행할 때, 본토는 물론이고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대만 내의 법적 관할권을 주장하고 중국에 반대하는 인물들을 처리하기 위해 활용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목할만한 사항이 또 있다. 중국 정부는 12월부터 베이징, 푸젠성, 후베이성, 후난성, 내몽고, 산둥성, 상하이, 쓰촨성, 티베트, 우한 등 전국에 국방 동원 사무소 또는 모집 센터를 대거 개설했다.


이와 함께 대만해협 건너편 푸젠성의 도시들은 공습 대피소와 최소 한 곳 이상의 '전시 응급 병원'을 건설하거나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푸젠성과 푸젠성 내 여러 도시는 중국의 전쟁 준비를 추적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해외 IP 주소가 정부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월의 양회에서는 대만독립을 지지하는 정치인을 포함한 사회지도자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을 하기로 한 제안이 상정됐다. 중국의 인기있는 국뽕 블로거인 저우샤오핑이 제안한 이 계획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이 중국의 뜻에 따르지 않을 경우 암살해도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저우샤오핑은 홍콩 명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제안이 회의에서 받아들여져 평가와 검토를 위해 관계 당국에 전달되었다”고 말했다. 포린어페어스는 “시진핑도 지난 2014년 저우의 미국과 대만을 향한 한 계획을 칭찬한 바 있을 정도로 익히 알려진 인물이어서 저우의 이러한 제안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닐 것”이라고 봤다.


중국의 국방비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국은 올해 양회에서 2023년 군사 예산을 작년보다 7.2% 증가한 1조 5,500억 위안(약 2,248억 달러)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발표한 리커창 총리는 전쟁 준비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군사비 증액 이유를 밝혔다.


사실 서방진영은 그동안 중국이 국방비 지출내역을 과소보고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21년에 국방비로 2,090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주장했지만, 스톡홀름 국제 평화 연구소는 실제 수치를 2,934억 달러로 추산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비용만 하더라도 미국의 모든 태평양 조약 동맹국(호주, 일본, 필리핀, 한국, 태국)의 군사비를 합친 것보다 많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시진핑 자신의 행적이다. 시 주석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대표단,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단, 군부 및 준군사 지도자를 대상으로 네 차례의 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 시 주석은 암울한 지정학적 환경을 설명하고, 미국을 중국의 적으로 지목했으며, 민간 기업이 중국의 군사적, 전략적 목표를 위해 봉사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만과 본토의 통합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3월 6일의 연설에서도 시진핑은 중국의 산업 기반의 존재 이유가 중국 공산당의 승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란 발언을 했다. 시진핑은 이날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위험과 도전은 점점 더 커지고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모든 인민이 한 곳에서 생각하고, 한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같은 배에서 서로 돕고, 하나로 단결하고, 감히 싸우고, 잘 싸워야만 계속해서 새롭고 더 큰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의 이날 발언은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이 목표하는 바를 이루는 데 있어서 민간기업들도 국가가 우선순위로 지정한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중국 공산당이 이끌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모든 기업들에게 ‘실질적 전시동원령’을 부여했다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은 또 그동안 미국을 적으로 공식 지칭하지 않던 관행을 깨고, 미국을 ‘중국의 적’이라 지칭하며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끄는 서방 국가들은 사방에서 우리를 봉쇄하고 포위하고 억압해왔으며, 이는 중국의 발전에 전례 없는 심각한 도전을 가져왔다”면서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 문제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 주석의 태도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는 스탠스가 완전히 다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중 관계 악화를 늦추기 위해 '가드 레일'과 기타 수단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 주석은 새로운 대결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시진핑은 3월 5일에도 “중국의 현대화를 향한 행진은 외국 경제, 즉 미국과 다른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기술 의존을 끊는 데 달려 있다”면서 중국의 자급자족에 대해 연설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중국이 곡물 및 공산품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를 원한다”면서 “이 두 가지가 부족하면 국제 시장이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순 식량 소비량의 3분의 1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3월 8일에는 인민해방군과 인민무장경찰 대표들을 대상으로 한 세 번째 연설에서 “중국이 국방력 강화에 혁신 노력을 집중하고 전시에 활용될 수 있는 국가 예비군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이어 1943년 공산당이 옌안(延安)의 거점 지역에서 사회를 군사화하기 위해 벌인 '이중 지원 운동'을 예로 들며, 인민해방군을 중심으로 사회를 단결시키기 위한 '국방 교육' 캠페인을 벌일 것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3월 13일 네 번째 연설(3선 주석으로서 첫 연설)에서 자신의 부흥 운동의 ‘본질’은 ‘조국 통일’이라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대만 흡수와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그의 자랑스러운 캠페인 사이의 연관성을 암시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명확하게 밝힌 적은 거의 없었다.


[시진핑 연설, 심각하게 봐야 한다!]


최근들어 일련의 시진핑 연설은 분명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람들이 항상 하던 의례적인 말 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듯 보인다.


시진핑은 중국의 관행을 깨고 3선 연임을 넘어 장기집권의 길을 가고 있다. 그의 집권 명분은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세계에 대한 주요 경제 및 기술 의존성을 깨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새로운 10년 동안 투쟁하겠다는 것이다. 그 출발은 대만을 침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시진핑이 미국과의 확전을 고려하고 있는지는 불투명하지만 확증편향적 사고가 넘쳐나는 중국이라면 얼마든지 ‘확실한 오판’도 마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과 중국의 움직임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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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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