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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벼랑 끝에 선 러시아 경제 - 러시아 경제의 붕괴, “희망이 없다! -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이 러시아 경제붕괴 주요인 - 경제에 전혀 관심이 없는 푸틴
  • 기사등록 2023-03-30 05:47:56
  • 수정 2023-03-30 10: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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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의 붕괴, “희망이 없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러시아 경제가 한계 상황에 부딪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이하 현지시간)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경제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지면서 장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러시아 경제가 징집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신규투자 감소에 정부 지출은 과다해지며 장기적 저성장 궤도의 늪에 빠졌다”며 “루블화의 가치는 지난해 11월 이후 20%나 하락했고, 지난해 가을 단행된 30만 명 규모의 징병 탓에 러시아 기업의 절반 정도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다. 러시아의 전체 세입의 절반가량에 달하는 석유·가스 관련 수입도 지난 1∼2월 전년 대비 46% 감소라는 충격적 수치를 기록했다. 소비 시장도 얼어붙었다. 지난해 러시아의 소매판매는 6.7% 감소했는데, 이는 2015년 이후 최악이다. 특히 경제상황을 알려주는 대표적 지표인 자동차 판매의 경우, 지난 2월 신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62%나 떨어졌다.


이러한 경제상황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를 떠난 러시아 중앙은행 간부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러시아 경제가 장기적 침체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러한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러시아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이렇게 러시아 경제를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몰고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당초 유럽 각국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실제로 전쟁 초반에는 고유가 덕을 봤다. 그러나 러시아에 에너지를 인질 잡혔던 유럽연합(EU)이 내년 3월까지 가스 감축 계획을 연장하며 자구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오히려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가격상한제도를 도입하는 등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의 주력 제품인 우랄산 원유는 지난달 배럴당 평균 49.56달러(약 6만4000원)였는데, 이는 국제 기준인 브렌트유(배럴당 80달러)에 비해 6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현저히 떨어진 가격이다. 이 때문에 올해 1월과 2월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관련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러한 원유가격 하락은 러시아의 재정을 급속도로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첫 두 달간 러시아 정부가 수입보다 과다 지출한 액수는 340억 달러(약 44조2천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러한 재정적자가 부담스러운 것은 올해 예산에서의 재정적자 목표가 러시아 예상 국내 총생산(GDP)의 약 2% 수준인 390억 달러였는데 겨우 두 달만에 목표의 87%에 도달해 버렸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러시아의 예산 수입의 45% 정도를 석유 및 가스 판매가 차지하고 있는데, 1월과 2월 사이에 실적이 부진하면서 수입 역시 최악의 상황으로 줄어들었던 것이다. 당연히 러시아 경제 자체가 부진함으로 인해 이러한 수입 감소를 대체할만한 어떠한 경제현상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원유 판매 감소가 러시아 경제에 직격탄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당장은 1천470억 달러(약 191조 원)에 달하는 국부펀드의 힘을 빌려 지출을 이어 나갈 수 있다고 하지만, 과연 이러한 돌려박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갈수록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러시아 경제가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2.1% 역성장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러시아 경제의 지표들을 대단히 오독(誤讀)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의 각종 전쟁 비용 지출이 늘어나면서 이 수치가 생산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면서 러시아 경제 현실을 오판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프로코펜코는 “(전쟁 비용 지출은) 생산적인 성장이 아니다”라면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수출 감소와 노동시장의 공급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가 전쟁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하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2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11%였다.


물론 3월부터는 물가상승률이 이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이 역시 작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물가 급상승에서 비롯한 ‘착시효과’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러시아 경제 침체 전망과 관련해 비엔나국제경제연구소 소속 경제학자 바실리 아스트로프는 “1~2년에 그칠 위기가 아니다”면서 “러시아 경제는 (단기적 침체와는) 완전히 다른 경로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청년들이 징집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를 떠나며 노동력도 줄어들었고, 신규 투자도 급감했다. 현재 추산키로는 지난해 9월에 강제징집된 청년들이 30만명이 넘고, 해외로 도피한 청년들은 최소 70만명 이상이라는 점에서 당장 러시아 경제의 허리가 될 젊은 인력이 100만명 이상 구멍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러시아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있다. 유럽사회가 러시아 원유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기로 결심을 했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 할지라도 러시아 경제에는 치명타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미 러시아 에너지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선언한 EU는 28일에도 천연가스 사용을 나라별로 15%씩 자발적으로 감축하는 안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하는 등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EU 27개국 에너지 장관들은 러시아 국적 기업들이 LNG를 EU 각국으로 공급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러시아산 원유가 유럽사회에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문단속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불안감 확산되는 러시아]


이러한 러시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내부적으로도 더욱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지난 15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는 건재하다며 큰 소리를 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비관론도 확산되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에너지 및 금속산업 재벌인 올렉 데리파스카는 서방 투자자들이 러시아를 외면하고 있어서 내년에는 러시아 경제의 자금이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시베리아에서 열린 경제 포럼에서 그는 “전쟁으로 인해 공급망이 붕괴되고,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경제에서 이탈했으며, 러시아 기업들이 서구 기술을 박탈당했다”면서 그렇게 지적한 것이다. 그의 발언은 푸틴이 러시아 경제의 회복력을 자화자찬한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문제는 이러한 재정적자와 재정 기근을 대체할 해외 투자자가 필요한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이 또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분석가들도 작년에 러시아가 수년간의 기술 퇴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를 ‘역산업화’라고 설명했다고 더타임스는 밝혔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그야말로 곤궁한 처지에서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타임스는 전쟁 전에도 3분의 2가 저축이 전혀 없다고 답했으며, 전체 인구의 약 15%인 2,000만 명 이상이 러시아의 공식 빈곤선인 월 소득 12,916루블(140파운드) 미만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러시아의 지도자 푸틴은 이러한 국민들에게는 관심도 없다. 아니 그러한 빈곤층들에게만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경제 자체에 푸틴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더타임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은행의 전 고문인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전쟁에 대한 푸틴의 집착으로 인해 경제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푸틴은 원유 등을 통해 수입이 확보가 되는 한 그 돈으로 우크라이나에서 크렘린의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꺼이 지출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푸틴에게는 중장기적인 비전이 아예 없다”면서 “지금 전쟁을 치를 돈이 있기 때문에 그냥 쓰는 것이고, 그것에 그저 만족하는 국가경영을 하고 있기에 러시아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러시아 경제의 현실을 푸틴만 모르고 있는 듯 보인다. 그것이 러시아에게는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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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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