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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우크라 전쟁의 승패가 걸린 바흐무트전투 - 엄청난 희생자 발생한 바흐무트 전투 - 바그너그룹 프리고진의 지나친 권력욕과 과욕이 문제 - 진퇴양난의 프리고진, 크렘린궁과 충돌 가능성도
  • 기사등록 2023-03-15 12: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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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희생자 발생한 바흐무트 전투]


우크라이나 동부 전술적 요충지이자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사이에 한치도 양보없는 대접전이 벌어지면서 양측의 사상자도 급증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13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가 북쪽, 동쪽, 남쪽 3면에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결사 항전으로 맞서면서 역대 전투 중 가장 많은 희생을 치르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서방의 정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바흐무트 전투에서 그동안 2만~3만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 12일 단 며칠 만에 러시아군 1천10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다른 러시아군 1천500명도 더 이상 전투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면서, “적 탄약고 10곳 이상과 수십 대의 장비도 파괴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도 하루만에 220여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등 양측 모두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바흐무트가 격전지가 된 이유?]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모두 이렇게 엄청난 희생에도 불구하고 바흐무트를 사수하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지역이 전술적 요충지라는 점도 있지만 바흐무트 전투에서의 승패가 앞으로의 전쟁 흐름에 정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의 지상군 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Oleksandr Syrskyi)는 “우크라군이 올 봄 대공세를 펼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바흐무트를 사수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러시아군에) 가능한 가장 심각한 손실을 끼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가 다가오는 봄에 러시아를 향한 최대의 반격을 시도할 계획인데, 그러한 작전을 펼치기 위한 베이스로 바흐무트를 사수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화상 연설에서 “빌로후리우카, 마린카, 아우디이우카, 바흐무트, 부흘레다르, 카미얀카를 비롯한 지역들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인 모두가 싸워 얻고자 하는 미래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바흐무트를 비롯한 동부지역에서의 전투가 우크라이나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반면 러시아에게 있어서도 바흐무트는 이번 전쟁의 승패를 가름할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는 바흐무트를 통해 도네츠크주 장악을 위한 전선을 뚫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국민에게 전투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선전할 수도 있어서다.


이런 관점에서 러시아는 바그너 용병그룹의 최정예부대를 투입해 바흐무트 탈환에 진력하고 있다. 시르스키에 따르면,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그룹은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시 중심으로 진격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대포와 전차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에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은 지난 12일,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 동영상에서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도심에서 약 1.2km 떨어진 곳까지 진격했다”면서 “곧 바흐무트를 함락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는 13일 보고서를 통해, 바그너그룹의 한 군사블로거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주변에서 러시아군의 최정예 보병을 격파하여 러시아군의 진격을 저지하고 있다”면서 “프리고진도 이날 바흐무트의 상황이 정말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다량의 무기라 말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의 바흐무트 방어는 처절하다. “그동안 러시아의 바그너그룹이 여러차례 바흐무트 도심을 장악하기 위해 대공세를 취해 왔지만, 우크라이나군의 포병과 탱크, 그리고 기타 화력에 의해 격퇴당했다”고 시르스키는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바그너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은 “적군은 매 1m를 사수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시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전투는 격렬해지고 있다”고 이날 텔레그램에서 밝혔다. 다만 사상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바흐무트 교전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러시아군에게 있어서 바흐무트는 이번 전쟁의 승패가 달렸다고 할 정도로 비중이 큰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군은 지금 바흐무트 지역외에는 별다른 전투도 없다. 오직 바흐무트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바흐무트 전투에서 만약 밀려 나가기라도 한다면 이는 사실상 동부지역마저도 러시아군이 패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이는 한마디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완전한 패배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바흐무트 전투는 푸틴의 명운도 걸려 있는 전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심상치않은 러시아 내부의 반발]


지금 바흐무트 전투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바그너 용병그룹은 크게 두 가지의 산에 부딪쳐 있다. 그 하나는 크렘린 궁 내부의 권력투쟁이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인들의 엄청난 희생을 막아달라는 강력한 요구다.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는 13일 보고서에서 “크렘린궁 산하의 발다이 토론클럽에서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의 과욕과 지나친 크렘린 무시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면서 “프리고진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바그너 용병들이 더 큰 위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밝혔다.


ISW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유명한 정치학자인 알렉세이 무킨이 “프리고진은 2024년의 러시아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프리고진은 바그너 용병들의 모든 전투 비용을 러시아군이 부담하고 있음에도, 마치 러시아군이 자신을 지원해 주지 않아 전투에서 패배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해, 러시아 군부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킨은 이어 “프리고진은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바흐무트에 엄청난 병력을 쏟아 붓고 있다”는 말도 했다. ISW는 이와 관련해 “프리고진에 대한 비판은 러시아 장성 출신인 이고르 키르킨이 평가했던 내용과 일치한다”면서 “일련의 프리고진과 관련된 내용은 지금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적었다.


프리고진을 압박하는 또다른 요인은 러시아 내부에서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과정에 대한 비판이다. CNN은 12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징집된 러시아군 병사 어머니와 부인들이 ‘제대로 된 훈련과 군수품 없이 전장에 보내 죽음으로 몰아넣지 말라’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독립 텔레그램 채널 SOTA에는 야외에서 러시아어로 ‘580독립곡사포여단’이라고 적힌 종이판을 들고 서 있는 굳은 표정의 여성 20여 명을 찍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종이판에는 ‘2023년 3월 11일’이라고 적혀 있어 이날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에서 여성들은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이 발령한 예비군 동원령으로 징집된 남편과 아들들이 불과 나흘간 훈련을 받고서 이달 초부터 전장으로 강제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한 여성은 “내 남편은 최전선에 배치돼 있다”며 “징집된 이들은 중무장한 적군(우크라이나군) 100명에 대항해 요새화된 지역을 습격하기 위해 한 번에 5명씩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처럼 투입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포병인 만큼 적과의 접촉 선상에서 빼내 포와 포탄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들 여성들이 자신들의 남편과 아들이 도살장 보내듯 죽게 만들고 있다는 그 주된 현장이 바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전투, 그것도 그 핵심에 바흐무트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러시아 내부의 반발이 갈수록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러시아군의 희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대부분이 전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병력 충원 문제가 프리고진에게 닥친 최대의 과제가 되었다. 영국 국방부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 고교에서 병사 모집을 시도하고 설문지를 뿌렸다”며 “‘젊은 전사’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연락처 등 세부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바그너그룹이 고교생에게까지 손을 뻗은 배경엔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과 러시아 정규군 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영국 국방부는 분석했다.


지금까지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정부 용인 하에 수감 중인 죄수, 특히 외국인 범죄자를 병사로 채용해왔는데, 프리고진의 도를 넘은 정규군 비난에 크렘린궁이 죄수 모집 권한을 박탈하면서 병력 충원에 애를 먹으면서 새로운 돌파구로 학생들까지 모집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바그너그룹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이러한 상황이 바흐무트 전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어찌보면 프리고진은 크렘린궁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바흐무트 전투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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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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