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우크라전쟁 중재 나서는 시진핑, 속내 들여다보니... - 시진핑, 곧 러시아 방문, 우크라와는 화상대화 - 러시아 패배는 중국 국익에 최악 시나리오라 판단 - 전쟁 패배로 푸틴 실각시 중국체제도 불안정 판단
  • 기사등록 2023-03-15 05:29:35
기사수정



[시진핑, 곧 러시아 방문, 우크라와는 화상대화]


최근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한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이 다음 주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정상회담을 연이어 가질 예정”이라고 단독보도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한 계기에 양자 정상회담을 한 바 있어, 이번에 회담이 성사되면 6개월 만의 직접 대면이다.


지난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당시 푸틴을 만났을 때 “양국간 우정에는 제한이 있을 수 없다”면서 ‘무제한 우정’을 강조했었던 시진핑 주석은 9월의 만남에서는 푸틴의 지원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하면서 전쟁 지속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일종의 거리두기를 한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을 통한 회담을 갖겠다고 했다는 점이다. 화상 회담이 성사된다면 시 주석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얘기를 나누게 된다.


WSJ은 이에 대해 “두 사람의 화상 회담은 다음주 시 주석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에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안을 내놓자 시 주석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이 우크라 전쟁 중재에 나서는 이유?]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3연임이 확정된 직후 곧바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에 나서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서둘러 외교적 행보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지난달 자신의 중재안이 서방진영에서 묵살당했는데 또다시 중재카드를 꺼내면서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대화를 하겠다는 적극적 의사를 보이는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이유 1: 3연임 확정 이후 분위기 반전


가장 큰 이유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지난주 말에 끝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했는데, 이에 대해 세계가 보는 시각은 냉랭했다. 그동안의 중국 관례를 깨고 마오쩌둥 이후 독재의 길로 가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속에서 생존할 수밖에 없는 중국으로서는 그러한 시선이 매우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한 부정적 시선을 돌리기 위해 ‘평화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과감하게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


WSJ도 “전체 집권기간 15년으로 향하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시 주석이 국제사회에 평화 중재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이유2: 유럽사회를 향한 추파


이와 동시에 시진핑 주석은 유럽사회를 향해 추파를 던졌다고도 할 수 있다. 유럽은 중국에게 있어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미국과 디커플링을 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유럽사회와도 등을 돌리게 된다면, 중국은 그야말로 경제적 고립에 빠질들 수밖에 없다. 동시에 국가 대 국가로서의 관계만이 아니라 유럽사회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의 개선도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유럽사회까지 퍼진 반중정서를 극복해야만 앞으로 중국 경제의 미래도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개전 이후 중국은 대러 비판과 제재 동참을 거부해왔기에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러시아 편에 서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는 반중국 정서 확산은 물론, 중국의 대서방 관계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는데, 이번에 시 주석이 러시아와 우크라 정상 모두와 만나 중재에 성과를 낼 경우, 유럽과의 관계 개선 도모에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유3: 전쟁지속이 중국에 해악 판단


또 하나, 시진핑 주석이 전쟁 중재에 나서는 정말 중요한 이유는 더 이상 전쟁이 지속될 경우, 중국의 국익에도 엄청난 피해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 러시아의 푸틴이 전쟁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선 러시아가 전쟁에 패배하게 된다면, 당장 푸틴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실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러시아 제국이 분열독립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가 있다. 이는 중국에게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다.


푸틴이 실각하게 되는 그 장면이 전 세계에 중계된다면, 당연히 중국인들이 그 뉴스를 접하게 될 것이고, 이는 시진핑 정권 유지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 줄 수 있다. 더더욱 러시아제국의 붕괴로 중국내 소수민족의 독립, 특히 티베트와 위구르족 등의 독립 요구는 거세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더 이상 전쟁에서 물러나서는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이 러시아에 전쟁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언급이 나온 것도 러시아가 전쟁에서 패배하도록 두어서는 안된다는 입장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무기 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제재가 이루어진다면 중국 경제는 완전히 폭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전쟁을 빨리 끝내도록 하여 푸틴 정권도 유지시키고, 지금의 현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일단 스톱시키는 것이다.


결국 시진핑의 휴전방안은 사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렁에 함께 빠져들지 않게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판단했고, 그 시기도 너무나 급하다고 봤기에 3연임이 확정되자마자 곧바로 러시아로 달려가기로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우크라가 모두 만족할 중재안은 있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시진핑 주석이 과연 러시아의 푸틴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를 모두 만족시킬 중재안을 가지고 있을지의 여부다.


WSJ은 “중국은 양회 기간 중인 지난주 중동의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대표를 중국으로 불러 양국의 국교정상화를 중재하며 외교적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면서 “이 여세를 몰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글로벌 피스메이커로서 이미지를 만들어 보고자 하지만, 이는 사우디-이란 협상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이어 “중국은 지난 2월에 12개항으로 된 중재안에서 분쟁의 정치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일방적 제재 중단, 양국에 대한 주권 존중, 모스크바의 핵무기 사용 중단 등의 내용을 담았지만 오직 러시아에서만 만족 의사를 보였고,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세계의 배척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휴전 제안이 부정적 평가를 받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이를 사실상 묵인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휴전 조건과 직결된다. 중국의 생각대로라면 지금까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면서 현재 국면에서 전쟁을 중단하자는 것인데 이를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리가 없다.


그런데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중국이 인정하게 된다면, 당연히 침공 이전으로 영토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는 또 러시아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그렇다면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시진핑 주석이 내놓을 중재안은 과연 무엇일까? 일단 중국이 검토할 수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남부 지역에서는 러시아군 철수, 동부지역은 현 점령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유럽사회의 인식도 어느 정도 반영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 모두 아쉬우면서도 채택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그러한 방안 역시 문제는 남는다. 푸틴은 그동안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14년 크름반도 침공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역시 국제사회의 기본적인 관례를 깨고 무작정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같은 논리로 이번에 휴전을 한다해도 또다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가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번 전쟁에서 너무나도 엄청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의 복구와 관련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다. 당연히 러시아가 해야 하지만 푸틴이 패전 당사자가 아니라는 전제가 형성된다면 이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렇다고 이를 국제사회가 오롯이 떠안을 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그리고 진짜 문제가 또 하나 있다. 만약 어떤 방식으로든 전쟁이 마무리되었을 때, 푸틴 정권의 안위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를 중국이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이는 불가능하다. 중국의 우격다짐으로 휴전이 된다하더라도 이 전쟁을 일으킨 푸틴에 대한 탄핵이 러시아 내부에서 일어난다면 그때 러시아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 푸틴과 영원히 함께 할 것처럼 선언했던 이른바 ‘단일대오’ 선언으로 인해 러시아의 운명이 중국 시진핑과 연동되어 있다는 것이 시진핑에게는 엄청난 불안 요소다. 이러니 시진핑의 마음도 급하고 동시에 안절부절하고 있는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445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