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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 권력층 내분, 푸틴 통제력 잃고 있다! - 외무부 대변인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시인 - 당황하는 러시아, 보도 사실 전면 부인 - “푸틴, 나약함 드러나면 결국 측근에 제거될 것”
  • 기사등록 2023-03-14 1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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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권력층 내분으로 정보통제력 약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젠 크렘린궁 내부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위크는 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전쟁연구소(ISW)의 11일자 보고서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언론, 소셜미디어 등 내러티브, 이른바 '정보 공간'에서 크렘린궁의 통제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ISW의 이날 보고서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최근 '현대 정보·인지 전쟁의 실체적·기술적 양상' 포럼 토론회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정보 공간'에서 중앙 집권적 통제력을 내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소련 시절에는 정보기관이 정보 공간을 중앙집권적으로 통제했는데, 크렘린궁은 이런 '스탈린식 접근법'을 재현하지 못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사실 크렘린궁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이번 전쟁을 정당화하는 내러티브를 개발해 1년 넘게 자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주입해왔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나치 정권을 지원하고 있고, 러시아는 여기에 항거하는 '특수 군사작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들 주장의 핵심이다.


이같은 정치 선전을 확산하기 위해 러시아는 언론, 소셜미디어 등 이른바 정보 공간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의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유통하고, 이에 반하는 정보는 통제하는 식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정보 공간에서 푸틴 대통령의 장악력이 약해졌다고 정부 핵심 관계자인 외무부 대변인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시인하고 나선 것이다.


뉴스위크는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년여가 지난 지금 러시아가 당초 계획했던 대로 전쟁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크렘린 내부에서 내분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러한 내분으로 인해 크렘린궁내의 내러티브에서 푸틴이 갈수록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 뉴스위크의 진단이다.


실제로 자하로바 대변인은 같은 토론회에서 이런 장악력 약화의 원인으로 “크렘린궁의 불특정 '엘리트'의 내분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고 ISW는 적었다. 이는 사실상 크렘린궁 내부의 권력 암투설을 사실로 확인해준 셈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ISW는 이어 “푸틴 대통령의 이너서클 사이에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 시간이 지날수록 러시아가 '정보 공간'에 대한 통제력을 다른 주체들에 내줬다는 점, 푸틴 대통령이 이를 되찾기 위해 결정적 행동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자하로바 대변인이 이 시점에서 그러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ISW는 “그동안 크렘린궁의 전쟁 수행 능력을 고강도로 비판해온 '극단적 전쟁 옹호론자' 군사 블로거들의 비판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최근 바흐무트 등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중심으로 눈에 띄는 성과 없이 장기간 소모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군사 블로거들은 이를 맹비난하고 있다.


[당황하는 러시아, 보도 사실 전면 부인]


11일의 ISW보고서에 대한 뉴스위크의 보도는 파장이 컸다. 당황한 자하로바 대변인은 12일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ISW의 11일 보도내용은 전면적으로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ISW는 자하로바 대변인과 관련된 11일의 보도내용은 러시아의 한 언론과 그 패널토론에 참석한 군사블로거가 확인해 준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이렇게 민감한 내용이 서방언론을 통해 퍼져 나가자 당황한 러시아 외무부가 이 불을 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러시아 내의 또다른 군사블로거도 사실상 자하로바 대변인의 발언을 인정하면서 러시아 내부의 권력투쟁 및 푸틴의 입지 약화는 정설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점점 확대되는 군부의 분열]


이렇게 러시아 권력내부에서 푸틴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말들이 나도는 가운데, 용병그룹 바그너의 수장 에브게니 프리고진과 러시아 군부와의 갈등은 점입가경으로 접어들고 있다.


프리고진은 지난 9일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글에서 “바그너 부대에 더 많은 탄약을 제공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일 때문에 크렘린궁이 연락 채널에서 자신을 배제했다”며 “이로인해 러시아 정부의 모든 연락 채널에서 차단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탄약을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들은 (정부의) 특별 전화선을 끊고,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기관들에 출입할 수 있는 통행증도 차단했다”면서 “이제 언론을 통해서만 (더 많은 물자를) 요구할 수 있게 됐으며, 아마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고진의 이날 메시지는 그와 러시아 정부 관리들 사이의 불화를 보여주는 일련의 징후들 가운데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다. 프리고진은 지난 6일에도 바그너 부대에 대한 탄약 지원 부족 문제를 지적한 후 우크라이나내 러시아군 지휘본부 출입을 거부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막강한 군대를 보유한 바그너의 프리고진과 러시아 군부와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의 여부다. 지금 바그너 그룹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바흐무트 전투에서 승리 또는 패배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그 후유증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에서 승리한다면 당장 러시아군 전체의 지휘권을 두고 갈등이 일어나게 될 것이고, 패배하게 된다면 그 패배의 원인을 러시아군부에 돌리면서 정면 충돌 양상으로 흐를 수 있어서다. 이러니 푸틴이 나날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푸틴]


이런 가운데 뉴스위크는 11일 존 설리번 전 주러시아 미국대사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별다른 승리를 거두지 못한 푸틴 대통령이 이젠 신변의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설리번 전 대사는 에린버넷이 진행하는 CNN의 ‘아웃프론트’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면서 “푸틴이 안전상의 이유로 신변 경호가 강화되었고, 또한 이동도 자유롭지 못해 모스크바 외곽의 고급저택에서 여자 친구와 주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탐사뉴스 웹사이트인 ‘더 프로젝트’도 “푸틴이 여자친구인 전 올림픽 체조 선수 알리나 카바에바와 함께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400km 떨어진 발다이 호수에 위치한 13,000평방 피트에 달하는 개인 별장에서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2월 28일 텔레그래프의 보도로도 확인되었다. 텔레그래프는 이날 “70세의 푸틴이 39세의 올림픽 리듬체조 챔피언이었던 알리나 카바에바와 함께 모스크바 외곽의 대저택에서 살고 있다”면서 호화로운 대저택의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푸틴이 이렇게 개인별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만큼 신변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이고, 러시아 외부의 공격만이 아니라 러시아 내부에서의 공격에도 대비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푸틴이 거주하는 별장 근처에는 S-300을 포함해 미사일 방어망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인근에는 군부대도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나약함 드러나면 결국 측근에 제거될 것”]


이런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숙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에서 고전하다 결국 자신의 이너서클(핵심 권력층)에 의해 제거될 것이라고 예측해 주목을 끌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자국 언론인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이어(Year)'에 출연해 “러시아가 전쟁에서 밀리면서 푸틴 대통령의 취약점이 드러날 것이고, 그러면 그의 주변인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식자들은 포식자(푸틴)를 잡아먹고 살인자들은 살인자(푸틴)를 죽이려 들 것”이라면서 “그들은 그렇게 할 때 정당화할 이유를 들어야 할 것인데, 그게 먹힐 수 있겠지만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 대부분이 그와 수십 년간 연을 이어간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 강경론자들인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뉴스위크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최근 몇 달간 러시아군이 전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한 채 역사적인 손실을 보는 와중에 푸틴의 이너서클 사이에서 그에 대한 실망감이 새어 나오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고 짚었다.


물론 푸틴의 최측근들이 푸틴 덕분에 지금의 지위와 부를 누리고 있어서 쉽게 등 돌리지는 못하겠지만, 전쟁에서의 패배는 군부 갈등과 맞물리면서 러시아 내부에서 대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자신도 전쟁에서 지게 되면 그만큼 큰 후폭풍에 직면해야 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뉘앙스로 언급한 바 있다. 푸틴은 지금껏 23년 동안 러시아를 안정적으로 통치해 왔지만, 스탈린 이후 자국 영토가 공격을 받는 첫 지도자라는 점에서 푸틴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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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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