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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속절없이 무너지는 중국 반도체 - 무서운 美 규제 후폭풍, 반도체 수출입 모두 감소 - 쓸만한 반도체 고갈되는 중국, 미래가 사라진 중국 반도체 - 연이은 충격파, IT산업 도미노 붕괴까지...
  • 기사등록 2023-03-09 06:07:32
  • 수정 2023-03-13 16: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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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美 규제 후폭풍, 반도체 수출입 모두 감소]


미국의 중국을 향한 반도체 등의 첨단산업 규제 후폭풍이 예상보다 더 크고 또한 그 여파로 당장 중국의 IT기업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중국으로의 1∼2월 반도체 제품의 수입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급감했다. 이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반도체 수입량이 감소했던 지난해 연간 감소율(-15.3%)보다 큰 규모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중국의 관세청 격인 해관총서의 자료를 인용해 “1∼2월 중국이 수입한 반도체 제품수는 총 675억 8000만 개로, 전년대비 26.5%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반도체 수입량은 전년 동기보다 4.6% 줄어든 920억 개를 기록했는데, 미국이 지난 한해동안 수출규제 수위를 계속해서 높이면서 중국의 ‘반도체 수입 절벽’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중국의 1∼2월 반도체 수출도 작년 동기 대비 20.9% 줄어든 373억 개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반도체 수출이 0.5% 증가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SCMP는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과 함께 중국은 특히 인공지능(AI)에 필요한 엔비디아의 A100 같은 첨단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반도체 수입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1∼2월 반도체 수출입 통계는 미국이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축소하려는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가해지는 압력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쓸만한 반도체 고갈되는 중국]


이렇게 미국의 규제로 인해 중국은 지난 한해 근 20년여만에 처음으로 반도체 연간 수입규모가 역성장했다. 지난 해인 2022년의 반도체 제품 수입이 5384억 개였는데, 2021년에는 6355억 개였다. 이를 대비해 보면 무려 15.3%가 하락한 셈이다.


사실 중국은 그동안 매년 반도체 수입수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였다. 전자기기, 데이터센터, 스마트카 등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그런데 미국의 규제가 본격화된 2022년 이후 반도체 수입

이 크게 줄어들었는데, 올해의 반도체 수입 규모는 지난해보다 더 추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더구나 올해 수입하는 반도체들도 정말 중국이 필요로 하는 고급사양의 첨단 반도체가 아니라 몇 년 전의 구형 반도체들로 쓸만한 반도체들은 급감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글로벌 전자산업에서 급격히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미국의 반도체 제품 규제가 지속된다면 중국의 첨단산업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제조실력이 수입 규제대상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을만큼 되지 않아서다.


물론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해 오래전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지난 2015년에는 202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40%, 2025년에는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반도체 자급율이 10%도 안되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이른바 ‘반도체 중국몽’을 꿈꾸었던 것이다.


그러나 2023년 지금의 중국 현실은 비참하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티지(IBS)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5.61%에 불과했다. 그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제품을 빼고 나면 자급률은 또 반토막난다.


[미래가 사라진 중국 반도체]


그렇다면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 미국은 지난해 10월 자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對中) 수출을 금지시켰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반도체 장비업계 선두주자인 네덜란드와 일본을 중국 규제에 동참시켰다. 투자 또한 전면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중국이 받는 타격을 실로 엄청나다.


로이터통신은 6일 “중국 정부가 반도체 기술 발전을 위해 180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이지만, 외국 협력업체들과의 단절 등으로 인해 기술적 장벽을 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특히 네덜란드의 ASML 노광장비의 수입 규제가 현실화되자 중국 유일의 반도체 노광장비 제작사인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 등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로이터는 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을 인용해 자금 지원만으로는 수세대 앞서있는 서방과의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업은 1대에 최고 1억 달러(약 1천297억원)에 이르는 장비를 판매한 뒤 설치·최적화·유지·보수 등에 걸쳐 장기간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과 긴밀히 협업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양측이 노하우를 공유하고 기술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SMEE를 비롯한 중국업체들은 주로 자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들에 장비를 판매하는 만큼, 삼성전자나 대만 TSMC와 같은 첨단 반도체 제조사 고객을 상대하면서 첨단 노하우를 배우는 기회가 사실상 없다. 이 때문에 기술적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하고 혁신해 반도체 가치사슬의 밑단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SMEE 등의 중국 기술 수준이 ASML에 비하면 20년은 뒤처진 수준인데다, 미국 주도의 규제로 선진 장비를 수입하기 어려워지면서 앞으로 주요한 발전을 이뤄내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SMEE는 그동안 중고 기계를 사서 연구하고, 공개된 특허나 논문 등을 공부하는 식으로 지난 2018년 실리콘 웨이퍼에 90나노(nm·10억분의 1m) 크기의 회로 패턴을 프린트할 수 있을 정도의 장비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이는 3나노 수준인 ASML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여기에 기계를 만들어낸다 해도 점검하고 유지하는 기술이 정말 중요한데 중국은 이 분야에 관한한 노하우가 전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서 핵심기술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과학·기술 예산을 전년보다 2% 증액하고, 기초 R&D 연구에 초점을 맞춘 과학·기술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실은 지금 중국의 유명 반도체 기업들의 신규 공장 건설 중단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투 톱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추진하는 신규 공장 건설이 지난해 10월의 미국 규제조치에 따라 전면 중단됐다.


한때 애플과 낸드 메모리 공급 계약 협상을 추진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YMTC는 3년 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인근에 제2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약 1000억위안(약 18조7000억원)을 투자한 공장이지만 현재는 전력 설치 관련 작업만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본격적 공장건설이 중단된 셈이다.


D램 메모리 제조사인 창신메모리(CXMT)도 올해 가동할 계획이었던 제2공장 건설 계획을 대폭 늦췄다. 일단 빨라야 2024~2025년쯤 완공될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공장이 정상 가동될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핵심장비 공급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미국인 엔지니어의 도움도 받을 수 없어서다.


이들 중국의 핵심 반도체 공장들의 공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1위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등을 포함해 세계 반도체 장비의 40%를 차지하는 회사들을 갖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에 따라 미국 장비 회사들은 중국에서 철수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작년 미국의 발표 직후,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100명이 넘는 미국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한꺼번에 공장 현장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당초 YMTC는 제2공장 가동과 함께 생산 능력을 3배로 확장할 계획이었지만, 공장 가동이 연기되면서 YMTC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렇게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 2개 회사가 이 정도라면 나머지 반도체 기업들의 상황이 어떠할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연이은 충격파, IT산업 도미노 붕괴까지...]


중국의 반도체 규제 여파는 지금부터다. 반도체의 수입도, 자급도 막히자 중국의 대표 전자기업들이 고사(枯死) 상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화웨이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신제품에 5G칩을 탑재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 화웨이가 그나마 쓸 수 있던 4G칩을 제공하고 있는 퀄컴의 구형칩 수출까지 막을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4G칩까지 쓰지 못할 경우, 화웨이가 더 이상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할 방법은 없다.


이와 관련해 SCMP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잃어버린 입지를 회복하고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최소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것이 중국 IT산업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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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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