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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 몰락의 기폭제가 될 바흐무트 전투 - 러시아군의 모든 것이 걸려 있는 바흐무트전투 - 분열된 러시아군, 바그너그룹 철수 가능성도 - 전투 치를 무기 고갈된 러시아군, 삽 들고 백병전
  • 기사등록 2023-03-08 12: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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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무트 함락 큰소리쳤던 러시아]


우크라이나 최대 격전지인 동부 바흐무트를 둘러싸고 8개월이 넘도록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사실상 점령했고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바흐무트 전투로 인해 러시아가 몰락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러시아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를 사실상 포위했다”며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단 하나의 도로만 남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병력 철수를 지시하라고 요구했었다.


물론 바흐무트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군 역시 바흐무트 전투에서 엄청난 손실을 겪고 있으며, 이로인해 러시아 군부내 갈등도 폭발하고 있어 향후 바흐무트 전투의 결과에 따라 러시아군 전체가 요동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옥의 격전이 계속되는 바흐무트 전투]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는 실로 지옥의 격전이 지속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5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참모진으로부터 전날 리만, 바흐무트 등지에서 130건 넘는 러시아 측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적이 계속 바흐무트 포위를 시도하고 있어서 고통스럽고 어렵다”고 설명했다.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포함하는 돈바스 지역은 최근 몇 주간 가장 피비린내 나는 격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특히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바흐무트는 지난해 가을부터 고전해온 러시아가 전세를 반전시킬 '상징적인 승리'로 삼기 위해 인해전술을 펼치면서 양쪽에서 수천명의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전황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의 진격이 ‘느리고 점진적’”이라면서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조만간 완전히 포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군의 모든 것이 걸려 있는 바흐무트전투]


사실 러시아군은 바흐무트 전투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모든 것이 걸려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실제로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 공세의 주축을 맡아온 용병그룹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자신의 부대가 바흐무트에서 퇴각하면 전체 전선이 러시아 국경, 심지어 그보다 더 멀리까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월말까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점령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그러한 명령 이행의 첫 단추가 바로 바흐무트를 무조건 탈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흐무트를 점령하게 되면 나머지 돈바스 장악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완전히 우크라이나 손에 넘겨 준다면 마치 도미노처럼 동부 돈바스의 러시아 점령지역 모두를 우크라이나군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 그래서 러시아군은 최정예 바그너 용병을 투입했고, 이곳에 또한 지난해 9월에 징집된 병사들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입장에서는 사실 바흐무트 지역이 수많은 희생을 해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지역은 아니다. 리처드 대넛 전 영국 육군 참모총장은 5일 영국 스카이뉴스에 “바흐무트가 우크라이나에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것은 아니다”면서 “이제 우크라이나가 더 방어 가능한 전선으로 후퇴해 그곳에서 싸움을 이어 가는 것이 이치에 완전히 맞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도 아닌데 그것을 방어하느라 많은 희생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넛 전 참모총장은 “바흐무트가 많은 러시아인들의 목숨을 빼앗는 모루(대장간 쇠 받침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며 그 목적은 이미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의 병력 손실이 우크라이나군의 5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보부는 바흐무트를 방어하다 사망한 우크라이나 군인 1명 당 러시아 군인 최소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CNN이 6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바흐무트를 방문한 우크라이나 최고 사령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육군 사령관은 “우리 방어군은 도시를 점령하려는 적에게 상당한 손실을 입혔고, 많은 수의 차량을 파괴했다”며 “바그너 최고 돌격 부대가 투입되도록 하고 적의 공격 잠재력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런 측면에서 다소 무리한 방어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최종적으로 바흐무트 사수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러시아군의 전력이 많이 약화되고 있으며, 더 이상 공격을 할 능력 자체가 소실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CNN이 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군 참모부 정례회의에서 바흐무트 전황에 대해 논의한 뒤 밤 연설에서 “바흐무트의 방어를 강화하라고 (군에) 주문했다”며 “총사령관에게 바흐무트를 도울 적절한 병력을 마련해 달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내 어떤 영토도 포기할 수 없다”며 “우리 병사들의 영웅심과 인내력이 무의미해질 참호는 없다”고 덧붙였다.


[분열된 러시아군, 바그너그룹 철수 가능성도]


우크라이나군이 이렇게 다시 힘을 내고 있는 배경에는 바흐무트 전투를 이끌어왔던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군 수뇌부와 갈등을 표출하면서 분열되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영국의 더터임스는 6일,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날 자신의 부대가 탄약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물러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

다. 그러면서 “바그너그룹이 지금 바흐무트에서 퇴각한다면 전체 전선이 붕괴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은 러시아 국익을 지키는 모든 군대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프리고진이 이렇게 바흐무트에서의 퇴각 가능성은 언급한 것은 러시아 군 지휘부가 바그너그룹에 대해 무기 지원을 제대로 해 주지 않는데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본부 출입까지 금지시키

면서 바그너그룹을 소외시키고 있어서다.


프리고진은 또 “만약 우리가 퇴각한다면 우리는 패전으로 가는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딘 이들로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며 “우리 부대는 고위층이나 더 높은 누군가에 의해 패배가 미리 정해진 것은 아닌지 궁금해 한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포함한 군 최고지휘부를 협박한 셈이다.


[전투 치를 무기 고갈된 러시아군]


프리고진이 이렇게 분노를 표시하는 것은 바흐무트를 지키는 자신들에게 무기가 거의 공급되지 않고 있어서다. 영국 국방부는 5일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 관련 정보를 공개하며 “최근 증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근접전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이 탄약이 부족해 포격 지원이 적은 상황에서 러시아 사령부가 보병이 공격 행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어 “지난해 9월 징집된 군인들은 지난달 말 총기와 삽(shovels)만으로 무장한 채 우크라이나의 콘크리트 거점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면서 “삽은 백병전을 벌일 때 사용하는

야전삽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영국 국방부는 “1869년에 디자인된 이래 거의 바뀌지 않은 MPL-50이란 이름의 이 야전삽이 백병전 무기로 쓰인다는 것은 잔인하고 로-테크(low-tech)적인 전투를 부각시킨다”고 밝혔다.



여기에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6일, 러시아군이 무기 부족으로 1945년에 제조된 구식 탱크 본체에 해군에서 쓰는 대공포함을 얹어 용접한 뒤 전쟁에 투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면서 ”러시아군이 막대한 전력손실로 이미 제조된지 60년이 지난 고물 탱크 800대까지 꺼내서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라 보도했다. 이런 무기로 우크라이나군과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 텔레그래프의 보도내용이다.


[러시아군, 바흐무트전투 패배하면 푸틴 몰락할 수도]


사실 바흐무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일하게 미세하게나마 승전보를 올리는 곳이었지만 선봉장이었던 바그너그룹과 군 최고지휘부간에 갈등이 일어난데다 바그너 용병들에게 포탄을 비롯한 무기들의 지원까지 중단되면서 전세는 더 이상 러시아군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만약 바흐무트 전투에서조차 러시아군이 패배하고 물러난다면 푸틴도 크렘린궁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푸틴이 그렇게 큰소리를 쳤던 ‘특별군사작전’의 명분마저 다 잃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다시 바흐무트 사수를 선언하게 된 것이고, 서방으로부터 들어오는 첨단무기들을 이 지역에 집결시키면서 대대적인 반격을 시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바흐무트 전투의 결론은 언제쯤 나오게 될까? 여기에 푸틴의 운명도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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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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