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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블라디보스토크는 중국 영토?" 뒤통수 맞은 러시아 - 중국 지도에 러시아에 빼앗겼던 영토, 한자병기 명령 - 청나라 시절 영토 회복 꿈을 가진 중국 - 우크라전 패배로 러시아 제국 분열시 영토 회복 욕심
  • 기사등록 2023-03-01 12: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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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잃어버린 땅 회복? 중국의 속내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태산처럼 안정적이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지난 2월 22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강인하게 보였던 두 나라 관계에 미묘한 흐름이 돌출되면서 과연 중국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2월 27일(현지시간) ”중국 자연자원부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공 지도 내용 표시 규격’을 배포했다“면서 ”‘규격’의 제14조는 한어 병음과 외국어로 된 지도를 제외하고, 러시아의 8개 지명을 표기할 때 중문 이름도 괄호 안에 함께 표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소식은 대만의 연합신문이 지난 2월 24일, ”중국 정부가 중국어로 된 지도를 제작할 시 러시아 내 지역 8개에 중문 표기를 병행하도록 했다“고 보도한 바 있었는데, 러시아의 통신사가 이를 공식 확인하면서 러시아에서도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어 표기와 함께 괄호 안에 중문 이름을 삽입해야 하는데 이러한 병행 표시 지역은 다음과 같다.


-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하이선와이(海參崴)’

- 우수리스크(Ussuriysk); ‘쐉청즈(雙城子)’

- 하바롭스크(Khabarovsk); ‘보리(伯力)’

- 블라고베셴스크(Blagoveshchensk); ‘하이란파오(海蘭泡)’

- 사할린 섬(Ostrov Sakhalin); ‘쿠예다오(庫頁島)’

- 네르첸스크(Nerchinsk); ‘니부추(尼布楚)’

- 니콜라옙스크(Nikolayevsk); ‘먀오졔(廟街)’

- 스타노보이 산맥(Stanovoi Mts.); ‘와이씽안링(外興安嶺)’


문제는 이러한 중국어 병기 표기에 대해 러시아가 바라보는 시각이다. 스푸트니크는 ”중국이 러시아 일부 영토에 중문명을 괄호 병기하는 것은 네르친스크 조약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사실 일부 러시아 영토 지역에 대해 중국이 한자 병기를 하기로 했다는 것은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해당 지역들이 과거 중국의 고유영토였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칫 이들 영토로 인해 국경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말해 준다.


[한때는 앙숙이었던 중국과 러시아]


분명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결코 동맹으로 갈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지난해 9월 8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러시아와의 정당한 협력은 자제할 필요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두 독립 강대국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이고 동맹이 아닌 동반자“라 지칭했다.


여기서 화이부동은 공자가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하다”고 말한 데서 비롯한 성어로,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환구시보가 이러한 표현을 쓴 것은 한마디로 중국과 러시아가 한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피를 나눈 동맹은 결코 될 수 없는 관계라는 의미다. 왜 그럴까?


사실 중국에게 있어 러시아는 한때 주적(主敵)이었고 또 앙숙관계였다. 두 나라 사이에 국경 자체가 무려 4380km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 바람 잘 날 없는 관계라 해도 무방하다.


사실 1689년, 청나라와 러시아 제국간의 네르친스크 조약을 맺을 때도 국경 분쟁은 심각했다. 1685, 1686년 두차례에 걸친 알바진 전투에서 러시아는 청나라에 참담하게 패배했다. 그런 상황에서 두 나라 모두 전쟁 지속보다는 평화를 원하면서 국경협상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러시아는 아무르강 유역을 지배하려는 야심을 접었다.


사실 네르친스크조약은 중국으로선 서양 국가와의 첫 번째 협정이고, 양국의 평등한 기초 위에 채결한 협정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고, 변방국은 오랑캐라는 중화주의가 표기된 국제협정이기도 하다.


네르친스크 조약 이후 청나라의 기력이 쇠하면서 170년 후인 1858년 아이훈 조약으로 흑룡강 이북을 빼앗기고, 2년후 1860년 베이징 조약으로 연해주마저 빼앗겨 버렸다.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 국경선은 이때 그어진 것이다.



그리고 1840년 아편전쟁이 벌어졌을 때 패배한 중국은 영국과 난징조약(1842년)을 맺으면서 홍콩을 강탈당했다. 그로부터 18년 후인 1860년, 2차 아편전쟁 끝에 러시아도 중국과 베이징조약을 맺고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해 중국의 극동 영토 상당 부분을 빼앗았다. 중국으로서는 대치욕을 당한 것이다.


1969년에도 헤이룽장성 우수리강(러시아명 아무르강) 중류의 전바오다오(珍寶島·러시아명 다만스키섬)를 두고 서로 자국 영토라며 두 차례나 전투를 벌였다. 양측 국경 수비대 간 주먹질로 시작된 싸움은 탱크와 다연장 로켓까지 동원된 전투로 확대됐다. 심지어 러시아는 중국에 핵 공격 계획까지 세울 정도로 확대됐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과 소련간의 관계는 공산주의 정부가 두 나라 모두 들어섰음에도 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중국은 러시아를 수정주의라고, 러시아는 중국을 교조주의라고 맹비난하면서 갈등은 지속됐다. 그러다 결국 두 나라 사이에서는 전바오다오(珍寶島·러시아명 다만스키섬)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면서 충돌했던 것이다.


그해 9월 더 이상의 확전을 막기 위해 애매한 형태로 일단 분쟁은 중단되었고, 이후 2001년 20년 기한 중-러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하면서 일단락 되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푸틴과의 회담을 통해 이 조약을 5년더 연장했다.


지금 러시아와 중국은 길고 긴 국경선에 군 병력을 각각 81만4000명, 65만8000명을 배치하면서 대치 상태를 유지해 왔다. 중국이 미국과 화해를 한 것도 소련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중국은 자유진영인 미국보다 러시아를 더 경계했다.


그러다가 2001년 7월 16일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해 영토 문제를 비롯한 각종 분쟁을 해결하고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장쩌민 주석과 푸틴 대통령간에 맺어진 조약이었다. 이렇게 때론 경쟁관계가 되기도 했고, 그러다가 또 미국에 맞서 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렇게 협력을 하면서도 군사동맹은 맺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러시아를 넘보는 중국]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국력을 엄청나게 쇠퇴시켰다. 특히 세계 제2위의 국방력을 자랑하던 러시아는 이제 변변한 무기조차 갖추지 못했던 우크라이나군에게도 밀리는 상황이 되었다. 무기조차 이젠 이란과 북한에 손을 벌리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더불어 러시아는 전쟁을 치르느라 중국과의 국경선을 비롯해 러시아 극동지역에 필수적인 병력만 놔두고 모두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투입했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중국은 자국의 지도에 사실상 블라디보스토크 같은 지역들에 한자 병기를 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중국이 그렇게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러시아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가 불과 163년 전인 1860년까지는 중국 영토였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천추의 한과 같은 베이징조약을 파기하고, 네르친스크조약 당시로 되돌아 가는 것이 중요한 국가 과제다.


바로 그 베이징조약이 3년 후인 2026년에는 유효기간이 종료된다. 만약 그때 베이징조약을 연장하지 아니하면 중국과 러시아간에는 또다시 국경 분쟁이 발발할 수 있다. 아마도 중국은 1860년에 맺어진 치욕의 베이징조약을 파기하고, 1689년의 네르친스크조약으로 되돌아가려 할지도 모른다. 이는 러시아에게 1689년 이후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의 극동지역을 중국에 반환하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가 지금처럼 군사강대국으로 우뚝 서 있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쇠락해 있고, 푸틴이 전쟁에서 패배함으로써 러시아 제국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중국은 이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1689년의 네르친스크 조약을 들이밀면서 고토(古土) 회복에 나서려 할 수도 있다.


중국은 지금 바로 그러한 절호의 시기가 올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3연임을 넘어선 시진핑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고 있다. 시진핑에게는 과거 청나라 시대말에 있었던 치욕의 역사를 씻어내고, 다시 원대한 제국으로 부활해야 한다는 그 꿈을 한 시도 잊지 않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청나라 말 대표적 불평등 조약인 베이징조약으로 러시아에게 빼앗긴 블라디보스토크 등의 실지(失地) 회복은 시진핑에게 있어 당면한 과제일 것이다.


중국이 블라디보스토크 등 베이징조약으로 러시아에게 빼잇긴 지역들에 대해 중국어 병기를 하도록 했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사실상 공식적으로 그들 지역은 중국 영토라는 것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푸틴의 심정은 어떠할까? 러시아제국의 붕괴를 기다리는 시진핑의 모습을 떠올리지는 않았을까? 국제정세는 이렇게 영원한 동맹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는 냉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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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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