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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우주 굴기 앞에 무너지는 러·중 관계 - 中, 달 탐사 프로젝트서 러시아 배제 - 중국은 우주개발에 있어 홀로서기는 사실상 불가능 - “중국의 우주굴기(崛起)가 위태로울 수 있다”
  • 기사등록 2023-02-28 12: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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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달 탐사 프로젝트서 러시아 배제]


우주 개발 프로젝트에 있어서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고 출범했던 '국제 달 연구기지 프로젝트(ILRS)'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간) “중국 당국이 공동 우주 프로젝트에서 러시아를 지우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전쟁으로 인해 프로젝트를 수행할 여력이 없다는 점에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러시아를 배제하며 새로운 파트너 찾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지난 9월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 우주대회가 열렸을 때 중국 대표들은 러시아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으며, 중국의 관영방송에서도 우주 프로젝트를 보도할 때, 러시아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도 러시아 지우기에 한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왜 거리두기를 할까?]


그렇다면 철통같은 우의를 그렇게도 강조하던 중국이 왜 우주개발에 있어서 러시아를 손절하려 할까? 우선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지금 러시아는 재정이 적자 상태이다. 당연히 비상 체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우주 프로젝트 관련 지원이 많이 축소됐다.


이에 대해 조지아공과대학의 마리옐 보로위츠 교수는 “러시아는 여전히 우주 기술 분야에서 선도 국가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프로젝트가 이행되는 과정을 보면 러시아의 예산, 인력,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2021년 6월, 공동 우주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국가항천국과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가 2035년까지 달에 국제 달 연구기지를 세우기로 했다. 현재 계획으로는 2025년 건설지를 결정한 뒤 2035년 완공하는 게 목표다.


중국이 러시아와 손을 잡고 이렇게 광대한 계획을 세운 것은 다분히 미국의 우주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겨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중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서방국가와의 우주 개발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포부를 내보인 것이다.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0년 10월, 7개국과 함께 협정을 맺고, 1972년 아폴로 17호 발사 이후 50여년 만에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를 발표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 내부 사정 때문에 이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주춤거릴 시간이 없다. 러시아가 전쟁으로 인해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전념할 수 없다면 중국 독자적으로라도 이 프로젝트를 반드시 실현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렇게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국제적 현실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글로벌 협력관계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있어서다.


유럽 우주국은 지난해 4월 러시아와의 달 탐사 협력을 모두 중단했다. 또한 영국의 위성통신업체는 러시아 소유 로켓 발사대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으며, 미국의 원웹, 인도의 바르티 등 민간 통신업체들은 러시아와 연관된 사업을 모두 철수했다. 이렇게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위상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중국도 언제까지 러시아의 손을 잡고 우주개발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중국은 러시아가 아닌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중요한 협의 과제가 바로 우주 개발 협력이었다. 시진핑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 우주비행사들이 중국의 우주정거장을 활용해도 된다는 재안을 했다. 또한 중국은 지난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달 탐사선을 비롯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거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이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독자 우주개발로 나아가는 배경에는 기술적인 자신감도 깔려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중국이 우주 정거장 등 첨단 우주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상하이 화동 정법대학의 허치성 교수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능가하지는 못하더라도 우주 기술력을 거의 따라잡았다”며 “달 탐사 연구 기지 등의 협력은 실용적인 가치보다 상징성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양국 간 협정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갑자기 왕따를 당한 러시아는 당황하는 분위기다. 당장 러시아의 우주 프로젝트 총책임자인 유리 보리소프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프로젝트의 원활한 이행을 촉구하려는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보리소프는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우주 협정을 맺을 거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우주개발에 있어 홀로서기 할 수 있을까?]


여기서 관심을 모으는 것은 과연 중국이 러시아와 결별을 해도 달탐사 등의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중국의 우주굴기(崛起)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이 의기양양하게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넘어서겠다고 나섰지만, 중국이 추진하려는 '국제 달 연구기지 프로젝트(ILRS)’에는 단지 러시아만 동참하고 있어서다. 이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23개 나라가 참여하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심지어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의 주요 국가였던 아프리카 대륙의 나이지리아도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ILRS가 아닌 아르테미스 협정에 합류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나름 기술적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러시아의 기술력을 아직 따라잡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킹스칼리지의 마크 힐보른 교수는 “러시아는 중국에 우주에서 탄도미사일 감지하는 센서 등 첨단 기술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러한 기술의 경우 러시아가 중국을 한참 앞서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중국에 러시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우주 기술을 아예 중국으로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의 속성을 잘 모르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가 중국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하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더불어 중국 단독의 우주개발 굴기가 사실상 어려운 이유중의 하나는 글로벌 장벽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정치국 3차 그룹 스터디에서 “중국이 미국을 넘어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려면 과학기술 분야의 자립이 필수”라면서 “기초연구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시진핑 주석이 이렇게 기초연구 개발을 강조한 것은 이 분야에서 미국에게 월등하게 처져 있어서다. 사실 연구개발의 첫 단계인 사물의 원리를 파악하는 기본 원리와 기초 연구는 미국이 독보적이다. 미국은 이들을 융합해 새로운 원리를 만드는 데 강점이 있다. 중국은 이 부분이 취약하기 때문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외부에서 구매한 후 이를 제품화한다. 물론 중국은 바로 이 제품화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글로벌 제재로 중국의 취약한 부분이 통제를 받게 된다면 중국은 2류국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취약점을 돌파하기 위해 중국이 외치는 것이 바로 기술 굴기(崛起)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술굴기도 결국 글로벌 첨단 과학기술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중국만으로 미래에 부합하는 세계적 기술을 독창적으로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그 핵심에 반도체도 있다.


중국이 최첨단 과학기술 역량을 구축하려면 국제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글로벌 과학연구 기금을 설립하며, 국가 과학기술 프로그램의 대외 개방을 확대해야 하는데,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은 이 모든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중국이 의욕만 앞세워 독자적 우주개발을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난 2021년 4월 29일, 중국은 ‘톈궁(天宮)’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이 성공적으로 발사돼 궤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며칠 후 핵심 모듈을 운반한 창정(長征)5B 로켓의 잔해가 통제 불능 상태로 추락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설계상의 문제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중국은 첨단기술 혁신을 포함한 과학기술 혁신 능력이 부족하다. 다시말해 중국은 ‘짝퉁’을 만드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0에서 1’을 창조해 내는 능력은 아직 멀었다.


또 하나,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은 기초적인 공업 기반 능력이 너무 부실하다. 시진핑 주석이 아무리 기술굴기를 외쳐도 핵심 기초 소재, 핵심 기초 부품, 첨단 기초 공정과 산업기술, 산업 소프트웨어 등은 기술력 제한으로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은 자존심 때문에 이를 숨긴다. 그러면서 허세를 부린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도움없이 독자적 우주개발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서방국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으니 이것이 중국 우주개발의 한계다.


어쩌면 러시아와 결별한 후, 서방국가들 일부와 연대하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중국의 꼼수에 넘어가 공동작업을 하는 순간 모든 기술들이 다 털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중국을 멀리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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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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