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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의 속 보이는 외줄타기, 화려한 변검외교의 종말 - 러시아-서방 사이 '줄타기' 시도한 중국 - 중국은 중재외교를 할 능력도, 가능성도 없다 - 서방진영, 중국의 화려한 변검술 외교에 속지 않을 것
  • 기사등록 2023-02-26 06: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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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방 사이 '줄타기' 시도한 중국]


중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24일 발표했다.


여기에 담긴 12개항의 내용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직접 대화 조기 개시와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 금지를 포함해 영토 완전성 보장, 유엔 헌장 취지 준수, 합리적 안보 우려 중시 등이 담겨 있었는데 한마디로 특별히 새롭게 제기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문건에 관심이 쏠렸던 것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후 발표된 것이어서 뭔가 러시아와의 거중조정후 진전된 평화협상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했지만 결과는 완전 맹탕이었다.


중국측이 전 세계에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평화촉진자’라는 이미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평화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러시아의 편에 서서 러시아를 대변해 주는 ‘위장된 평화술사’라고 정의해도 좋을 것이다.


[중러관계 '태산'에 빗댄 왕이]


중국 당국의 입장문 발표 직전 푸틴을 만난 왕이는 “현재 국제 정세는 복잡하고 엄중하지만 중·러 관계는 국제 풍운의 시련을 겪으며 성숙하고 강인해졌으며, 태산처럼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왕이는 이어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전략적 집중력을 유지하고 정치적 상호 신뢰를 심화하며,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실무적 협력을 확대하면서 양국의 정당한 이익을 수호하고 세계 평화·발전을 촉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견제 메시지도 빼지 않았다. 왕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는 지금까지 제3자를 겨냥하지 않았으며, 제3자의 간섭을 받지 않고, 제3자의 협박은 더더욱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래 왕이는 외교현장에서 현란한 언변과 제스처로 포장하는 특기를 가졌지만 이날도 도대체 앞뒤도 맞지 않는 화려한 수사만 펼쳐 놓았지 실속있는 알맹이는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 현실을 회피하고 왜곡하는 솜씨는 여전히 대단했다.


그런데 24일 발표된 중국 외교부의 입장문 역시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 교묘한 줄타기를 시도하는 내용들만 넘쳐났다. 우선 중국은 “국제사회는 화해를 권유하고 협상을 촉진하는 올바른 방향을 견지해 분쟁 당사국이 하루빨리 위기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물꼬를 트도록 도와 협상 재개의 여건과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평화촉진자임을 과시하려 애를 썼다.


또한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 핵전쟁은 해서는 안 된다”며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에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유럽사회를 겨냥한 추파였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권한 위임을 거치지 않은 모든 형태의 독자 제재에 반대한다”며 미국과 유럽의 대러시아 석유 금수 등 제재 중단을 촉구했다. 이는 반대로 완전히 러시아 입장에 편을 든 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제재 대상에 중국도 포함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선수를 쳤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눈 앞에 둔 중국의 기본적 입장은 한 번도 러시아 편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말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 기조’를 유지한다고 했지만, 실질적 행동은 여전히 러시아 편에 서서 후방지원을 마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비판,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군 철수 요구 등의 내용을 담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표현 대신 '우크라이나 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철저하게 러시아 입장에서 러시아를 두둔하려는 중국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대한 평가는 러시아 외무부의 성명으로도 또렷이 확인할 수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를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중국의 진지한 바람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는 이번 사태, 그리고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중국의 관점에 동의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하지 않은 모든 제재를 불법적인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평화를 달성한다는 것은 '새로운 영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러시아의 평화적 해결 방안이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인정하는 것이며, 러시아를 향한 제재는 모두 불법이라는 취지다.


그런데 중국 역시 이러한 러시아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제까지 한 번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불법이라 말해 본 적도 없고 문제 삼은 적도 전혀 없다.


그래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전 해결을 위한 조기 대화를 촉구한 중국 입장문에 대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인 침공을 규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과 푸틴은 침공 불과 며칠 전 '무제한 협력'에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푸틴이 지속적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의 평화로운 합의를 쟁취하기 위해서 오늘 해야 할 일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 외교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입장문은 미국에 맞선 전략 파트너인 러시아와, 비록 관계는 껄끄럽지만 경제 회생을 위해 중요한 서방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왕이의 표현 그대로 ‘중·러 관계는 태산처럼 안정적’이라는 기조를 버러지 않으면서도 유럽과 등을 지고 싶지는 않은 중국 외교의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중재외교를 할 능력도, 가능성도 없다]


그렇다면 중국은 과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평화회담을 주선할 가능성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없다. 중국이 평화를 위한 중재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지난해에도 우크라와 러시아간의 휴전 중재를 할 수 있다는 말만 꺼내 놓았지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을 한 적은 전혀 없다.


사실 중국이 원하는 진짜 속내는 러시아가 압도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국제사회가 수용해 주는 것이다. 마치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침공해 영구 점령화했고, 이를 국제사회가 묵인해 주었던 것처럼 이번 전쟁 역시 같은 결말을 기대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은 전쟁 1년이 지나도록 러시아의 국방력 와해로 이어지면서 이젠 러시아가 더 이상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사라진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중국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당장 강력한 힘을 가진 러시아가 있어야 미국이라는 유일 강대국과 맞장뜰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데, 러시아의 국력이 쇠하여지면 앞으로 미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모든 화살을 오롯이 중국 홀로 맞아야 한다. 이는 중국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더 이상 피해를 입으면 안 되고 최소한 지금 상태라도 보존되어야 한다. 러시아가 완전 패전 선언을 하는 상황으로 흘러 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원하는 평화협상 방안은 사실 러시아가 원하는 현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면서 전쟁을 끝내는 것이다. 아마도 그러한 휴전안을 푸틴이 왕이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휴전안을 중국은 결코 꺼내 놓지 못할 것이다. 그 후폭풍을 중국이 감당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중재를 서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그 해결책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한다.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전의 국경선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휴전의 조건이라 말한다.


그런데 중국이 그러한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수용해서 러시아에게 말할 가능성은 1도 없다. 그렇다고 러시아의 안을 우크라이나에 들이밀 자신도 없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말을 훅 던져 놓는 무책임한 중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이 시점에 러시아 무기지원설이나 평화추진론을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미국과 정찰풍선으로 인해 뒤틀어지고 수세적 국면의 대반전을 위해서이다.


동시에 유럽사회에 중국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중국 배제’로 가는 디커플링을 가로막고, 유대를 유지하려는 속셈이 묻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중성 있는 외교적 수사에 서방세계는 결코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화려한 변검술같은 외교에 한 두 번 속은 것이 아니기 떄문이다. 그래서 중국에 기대도 걸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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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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