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월스트리트저널( WSJ)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돌이켜보면서 미래 전쟁에 남기는 교훈을 ▲사기 ▲작전 계획 ▲실전의 중요성 ▲공격이 방어보다 어렵다 ▲전장 정보의 중요성 등 5가지로 정리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저렴한 민간 드론이 크게 활용된다는 점이다. 정찰은 물론 공격도 수행한다. 전장 상황 영상을 직접 볼 수 있게 함으로써 고가의 군사용 정찰 장비 못지않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기존의 무기들도 여전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대규모 폭격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고기동다연장로켓(HIMARS) 등 서방이 지원한 정밀 유도 무기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탱크가 필요한 지를 두고 새롭게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2000대 이상의 탱크를 잃은 사실이 탱크가 대전차무기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주장과 러시아군이 엉망으로 탱크를 운용해 대응을 제대로 못해서라는 주장이 맞선다.

인공위성도 큰 역할을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민간 위성과 미군의 정찰위성 정보를 모두 활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비밀에 부치고 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다음 다섯 가지가 전쟁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기가 4분의 3을 차지한다!

사기가 군사 작전의 성공에 결정적이라는 점은 새로운 교훈이 아니다. 200년도 더 전에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는 “전쟁에서 사기가 4분의 3의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사기가 병력이나 무기보다 3배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특별군사작전’에 동원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러시아 병사들에 비해 우크라이나군은 국가와 가족의 생존을 지킨다고 생각하면서 싸운다. 러시아군은 또 지도부가 부실하고 장비와 식량 및 의복 등 보급도 수준 이하다. 뒤에 투입된 러시아군 징집병들도 사기가 낮은 탓에 대규모로 사상자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를 탈출하지 않고 서방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정부의 지도력이 사기 진작에 큰 역할을 한다.

우크라이나 정치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의 생존과 자결권을 강조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군 지휘관들은 선명한 군사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 이 점은 러시아군과 대조적이다. 또 러시아군이 저지른 악행도 우크라이나의 투쟁 의지를 다지는데 기여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프러시아 장군 헬무트 폰 몰트케는 전쟁 상대방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은 “사전 작전 계획은 한 대 얻어터지면 쓸모가 없어 진다”고 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대 전략연구 교수 필립스 오브라이언은 “전쟁은 쉽게 궤도를 이탈한다. 실수가 자주 발생하는 등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하고 우크라이나군의 능력을 얕잡아봤다. 푸틴은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오판했다. 러시아군은 영토가 넓은 우크라이나를 적은 병력으로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전쟁은 시작하긴 쉬우나 끝내기는 어렵다.

실전과 교범의 차이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항상 존재한다. 탱크와 전투기, 병력수, 러시아군의 군사 교범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병력과 장비의 우위를 활용하지 못했고 군사 교리를 실행하지 못했으며 통합군의 능력을 활용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를 압도하는 러시아 공군은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전쟁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전쟁이 극도로 복잡한 과정임을 보여주는 일이다. 탱크, 보병, 포병, 공군력, 기술력, 통신 및 전자 장비 등을 모두 사용하는 통합작전능력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크게 앞섰다. 특히 드론을 공격과 방어에 통합해 활용한 점이 두드러진다.

우크라이나군은 두 가지 점에서 보이지 않는 중요한 능력을 보였다. 적응력과 기동력이 그것이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엘리어트 코언 군사 역사학자는 “우크라이나군은 군사용 전환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던 일상 장비들을 쉽게 군사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이 지원한 수십 종의 서로 다른 무기를 사용하면서 민간 정비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명령체계에서 하위 장교들에게 재량권을 크게 위임하고 무임소 장교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뛰어난 적응력의 비결이다. 이에 비해 상명하복이 철저한 러시아군은 상황변화에 맞는 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리기가 어렵다.

공격이 방어보다 어렵다

공격하는 쪽은 보급선이 길어진다. 선봉부대가 쉽게 식량, 연료, 탄약 부족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전쟁 초기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이를 공격하는 탱크부대가 연료 등이 부족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연료가 바닥난 탱크를 버리고 도주하는 군인들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군이 하르키우 지방을 탈환한 사실은 공격이 불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당시 성공은 남부 헤르손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혀온 우크라이나군 선전 공세에 속은 러시아군이 남부로 병력을 빼는 바람에 가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뒤에 헤르손도 탈환했지만 러시아군이 질서 있게 퇴각하면서 공격 속도가 늦어졌다. 이후 러시아군은 짧아진 전선을 따라 용치와 참호 등 대전차 장애물을 설치하고 우크라이나군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스탈린이 “양이 질을 결정한다”고 말한 대로 러시아군은 병력을 전선에 ‘내던지고’ 있다. 충분한 훈련도 받지 못한 병사들은 동원해 복잡한 공격 작전을 벌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포대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병사를 사지로 내모는 일도 있다.

영상 정보의 중요성

우크라이나전은 영상 정보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전쟁이다. 드론과 민간 및 군사 위성 영상정보 덕분이다. 또 일반인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보내는 정보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압도한다. 세인트 앤드루스대 오브라이언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다른 어떤 전쟁 보다 상황을 직접 볼 수 있다. 지금껏 이런 전쟁은 없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하르키우 공격에서 러시아군을 기습 공격하는데 영상정보를 크게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