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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푸틴 최측근 예언, “우크라전쟁 지면 러시아 붕괴!” - 메드베데프 “전쟁 지면 러 산산조각 나 사라질 것 - 전쟁 장기화에 따른 크렘린 내부 반발이 두려운 푸틴 - “실패한 차르를 러시아 국민은 용서하지 않는다”
  • 기사등록 2023-02-24 06: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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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데프 “전쟁 지면 러 산산조각 나 사라질 것”]


전 러시아 대통령이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하면 러시아는 사라질 것(disappear)”이라고 말해 주목을 끌고 있다.



CNN은 22일(현지시간)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텔레그램에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한 채로 '특별군사작전'을 중단하면 러시아는 산산조각이 나 사라질 것”이라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중단한다면 전쟁은 끝날 것”이라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메드베데프가 글을 올린 시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폴란드 연설 직후였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멈춘다면 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을 살짝 비꼰 것으로 판단된다.


메디베데프는 이어 “바이든은 자신의 국가에서 내부 문제가 많은 마당에 왜 남의 나라 사람들에게 호소하는지 모르겠다”며 “20세기와 21세기에 가장 많은 전쟁을 일으켰으면서 러시아를 호전적이라고 꾸짖는 미국 지도자말을 우리가 왜 믿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메드베데프는 끝으로 러시아의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 결정에 대해 “늦었지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만약 미국이 러시아를 물리치려 한다면 우리는 핵을 포함한 어떤 무기로도 우리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쟁 중단시 러시아 붕괴 발언의 의미]


메드베데프는 크렘린 궁내에서 초강경파에 속한다. 특히 그는 과거 푸틴 대통령이 3연임 불가 조항에 걸려 잠시 총리직을 맡았을 때, 푸틴을 대신해 대통령직을 수행할 정도로 푸틴이 신뢰하는 사람이고, 또 푸틴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읽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기간 중에도 푸틴이 차마 꺼내지 못하는 말들을 메드베데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발언하면서 분위기를 잡는 바람잡이 역할을 해 왔다.


사실 지난 1년여의 전쟁 기간동안에 서방의 무기 지원이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발언한 이도 바로 메드베데프다. 그는 수시로 핵전쟁 용어를 꺼네면서 서방진영을 위협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도 메드베데프는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된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 “우리의 대응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면서 “위협의 성격에 따라 모든 종류의 무기를 쓸 준비가 돼 있고 제한도 없다”고 답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도 이 같은 사실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 핵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가 동원된 공격 ▲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는 재래식 무기가 동원된 공격 등에 대한 대응으로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메드베데프는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계기로 한 서방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정반대가 될 것”이라며 “현 정권 하의 우크라이나 전부가 불타버릴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미국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약 2조7천억 원 상당의 추가 무기 지원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메드베데프의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향한 협박성 발언들은 그렇게 신뢰를 얻지 못하였다. 오히려 겁먹은 자의 허세처럼 큰소리를 치지만 그 실현 가능성이나 실제 실행은 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의 군용비행장을 포함해 메드베데프가 그렇게 강조했던 크름반도를 향한 공격이 있었을 때도 그 전에 경고했던 사항들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메드베데프의 이번 발언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할 것은 메드베데프가 러시아 붕괴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 러시아 내부에서는 금기시된 것인데도 과감하게 쏟아냈다는 것이다.


메드베데프의 이 발언은 우선 대외용이 아니라 러시아 내부를 향한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현재 러시아 내부의 상황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도 내포되어 있다.


다시말해 러시아 내부에서 제기되는 전쟁장기화에 따른 부정적 여론들을 일시에 덮기 위한 폭탄성 발언이라 해석할 수 있다. 곧 러시아 국민들에게 만약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펼쳐지는 전쟁을 포기한다든지 패배를 선언하는 순간 러시아 제국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면서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동시에 전쟁에서 무조건 승리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전쟁을 결코 쉽게 끝내지 않는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크렘린 내부 반발이 두려운 푸틴]


사실 메드베데프는 행렬의 맨 앞에서 바람을 잡는 나팔수다. 자신의 주군인 푸틴의 마음을 미리 읽어 주변이나 대외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위협과 협박도 하는 그런 역할을 맡은 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메드베데프가 감히 ‘전쟁 패배’라는 말을 입밖으로 꺼냈다는 것은 그만큼 크렘린 궁 내부나 러시아의 지도층에게서 바로 그 단어 ‘전쟁 패배’라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음을 뜻한다. 물론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했다”라는 단정적 분석은 정설로 굳어졌다. 그러나 푸틴과 그의 추종자들은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푸틴의 전쟁 패배로 인한 정권교체 요구 가능성이다. 지금의 전쟁은 러시아 경제를 최소 10년 이상 후퇴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희망없는 러시아를 만들 수 밖에 없다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지금의 최악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푸틴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새로운 지도자로 하여금 전쟁 종결을 협상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것이 러시아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패배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러시아를 박살내는 게 프랑스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한 말인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사실 크렘린궁내의 전쟁비관론자들을 향한 메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가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푸틴을 교체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지도자가 전쟁을 하루빨리 마무리하고 러시아 재건에 나서라는 것이다. 그것이 러시아를 위해서도 좋고, 세계 경제 및 평화를 위해서도 좋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다양한 무기지원을 하면서도 러시아 본토를 향해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것도 바로 같은 이유 때문이다. 물론 러시아 본토를 향한 공격으로 인해 푸틴으로 하여금 핵무기 사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 당장 러시아 국민들이 단결할 수밖에 없고 동시에 어쩔 수 없이 푸틴을 중심으로 당장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여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러시아 본토 공격은 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경제나 생존 자체가 힘들게 된다면, 이러한 어려움의 도피처나 해결방안으로 푸틴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정변을 도모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전쟁의 장기화가 푸틴에게는 결코 유리하지 않다. 단 하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노력이 약해지거나 결속이 와해되는 경우를 배제하고 그렇다는 것이다.


푸틴의 정적으로 지금은 감옥에 갇혀 있는 러시아 반체제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군사적 패배가 불가피해졌다”면서 “러시아가 1991년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붕괴 당시 확정된 국경선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나발니는 “러시아의 국격이 '최저점'까지 떨어졌다”면서 “푸틴의 독재가 끝나고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 끼친 피해에 대한 배상이 시작되어야만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패한 차르를 러시아 국민은 용서하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월 24일(현지시간) 마이클 맥폴이 쓴 “푸틴의 종말이 시작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글을 통해 “전시 지도자들은 전장에서 패배한 장수를 바꾼다”면서 “그런 이유로 푸틴은 군부의 장군들을 여러차례 교체했는데 이는 사실상 푸틴 스스로도 이번 전쟁에서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 썼다.


WP는 이어 “문제는 우크라전쟁에서의 패배라는 인식이 러시아 지도부들 내에서 만연하다”면서 그 이유로 “첫째. 전장에서 승리 소식이 전해오지 않고 있으며, 둘째, 푸틴이 일으킨 전쟁으로 러시아가 받고 있는 포괄적인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글로벌 경제로부터 이탈되었고 경제 자체가 암흑기에 들어섰다는 점, 셋째 푸틴의 지지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WP는 특히 그러한 평가들이 러시아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를 사실상 푸틴 정권의 붕괴 조짐으로 본 것이다.


러시아에는 “러시아 국민은 전쟁에서 패배한 차르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바로 그 바람이 러시아 내부에서 불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메드베데프가 금기어까지 꺼내들면서 대국민선동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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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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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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