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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실종공화국’ 중국, 금융거물 또 연락두절 -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인 중 한 명" 돌연 실종 - 실종이 흔한 사례가 되어 버린 중국 - 백지시위 주동자들도 연이어 실종
  • 기사등록 2023-02-20 13: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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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사라진 中 금융 거물]


중국 금융계의 거물로 통했던 바오 판(53·包凡, Bao Fan) 차이나 르네상스(華興資本, China Renaissance Holdings) 회장이 최근 실종됐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를 비롯한 BBC 등의 외신은 “중국 투자은행(IB)인 차이나 르네상스가 ‘바오 판 회장과 연락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16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제출했다”면서 “바오의 실종이 회사와 관련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보도했다.


CNN도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면서 “휴대전화·SNS 등 연락 수단은 두절된 상태이고, 바오도 회사에 며칠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바오가 반부패 수사 당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지난해 9월엔 충 린(叢林, Cong Lin) 차이나 르네상스 증권 회장이 당국에 연행됐다”며 “바오의 가족은 그가 수사를 돕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충은 당시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증권법을 위반한 혐의로 증권관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았다. 바오의 실종 소식에 차이나 르네상스의 주가는 한때 50%까지 급락했다가 일부 회복했다.


[‘바오 판’은 어떤 사람?]


이번에 실종된 바오 판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상하이 출생인 그는 푸단(復旦)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BI 노르웨이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이후 모건 스탠리와 크레디스위스 소속으로 뉴욕·런던·홍콩을 누비며 비즈니스를 해 왔다.


2005년에 르네상스 차이나를 설립한 그는 이후 IT 업계에 집중했다. 신생 기업에 초기 투자를 하거나 기업 간 인수·합병을 했고, 이어 기업공개(IPO)와 사모펀드 운용 등으로도 사업 분야를 넓히며 회사 몸집을 키웠다. 그는 특히 어려운 인수·합병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명성을 널리 알렸다. 대표적인 것이 차량 호출 서비스 회사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이나 배달 회사 메이퇀(美團)의 인수합병이다.


그의 회사는 2018년 마윈이 창립한 핀테크 회사 앤트 그룹을 포함해 투자사로부터 3억 4600만 달러(약 4498억 원)를 투자받아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약 486억 위안(약 9조 2000억)을 보유하고 있다. 바오 판은 전체 지분 중 48.81%를 보유했다.


[실종이 흔한 사례가 되어 버린 중국]


중국은 한마디로 실종공화국이라 할 수 있다. 누구든지 언제든 당국에 불시에 불려갈 수 있고, 그 경우 연락 두절이 되면서 실종으로 이어진다. 특히 잘 나가는 기업들이나 중국내 매출 1, 2위를 달리는 거대기업의 수장들도 결코 안심하지 못한다. 중국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연행할 수 있어서다.


지난 2017년 1월엔 중국계 캐나다 억만장자인 샤오젠화(肖建华) 밍톈(明天) 홀딩스 대표가 종적을 감췄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그는 과거 거물급 금융인으로 불리며 한때 중국 부호 23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실종 당시 그는 홍콩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휠체어를 탄 채 눈이 가려진 상태로 의문의 요원들에게 납치돼 본토로 끌려갔다. 이때 샤오 회장이 보유한 자산은 60억 달러(약 7조8000억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샤오 회장이 시진핑 주석의 친누나 등 시진핑 가족의 자산을 관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비밀 누설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세력에 의해 납치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로부터 5년 뒤인 지난해 상하이 법원은 그에게 뇌물수수, 불법자금 운용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적용된 혐의는 뇌물 수수·돈 세탁·주가 조작 등이다. 주중 캐나다 대사관 측은 “캐나다 영사관 직원들이 그의 가족에게 영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건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엔 카지노·부동산 업계의 큰손인 양즈후이(仰智慧) 란딩(藍鼎) 국제개발 회장이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에서 체포된 뒤 조사를 받고 돌아왔다. 블룸버그는 “법률 시스템이 모호한 중국에서 경영진이 실종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회사로 돌아오기도 하고 감옥에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의 신분으로 중국에 출장갔던 멍훙웨이(孟宏偉)도 지난 2018년 9월 25일 중국으로 출장을 간다면서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의 자택을 나간 뒤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면서 실종됐다. 얼마 뒤 중국 반부패 당국인 국가감찰위원회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결국 4년의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인터폴 총재직을 사임한 그는 지난 2020년 1월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3년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멍훙웨이의 급작스런 체포와 실종, 그리고 구속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그 배경에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은 이미 정설로 알려져 있다. 멍훙웨이는 2014년 부패혐의로 낙마·수감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가 발탁한 인물로, 저우융캉이 시진핑의 정적이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인물을 사전에 숙청하는 단계를 거쳤다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특히 멍훙웨이가 ‘장쩌민(江澤民) 계열’이기도 해 중국 공산당내에 시진핑의 반대편에 있는 유력 인물의 제거를 위한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 멍훙웨이의 부인인 그레이스 멍은 남편이 체포되자 2019년 5월 신변 위협을 이유로 쌍둥이 아들과 함께 프랑스로 망명해 지금도 프랑스 경찰로부터 24시간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


지난 2021년 10월에는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도 한때 실종상태를 유지한 바 있다. 마윈은 공개석상에서 당국의 정책을 비판한 뒤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졌고, 마윈의 동태를 아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그러자 심지어 실종설을 넘어 사망설까지 제기되었었다.


그리고 실종된 후 3개월이 지나서야 화상연설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고, 그로부터 넉달 후에야 항저우의 알리바바 본사를 방문한 것이 확인되었다. 그 뒤로 마윈은 그가 창업했던 알리바바의 주식을 모두 당국에 넘기면서 회사를 떠나야 했다.


또다른 실종사건으로 유명한 사례가 바로 판빙빙이다. 그는 2018년 이중계약에 의한 탈세 파문 이후 갑자기 실종됐다. 심지어 그의 탈세를 폭로한 추이융위안 전 CCTV 토크쇼 사회자도 실종설에 휘말렸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판빙빙에 대한 탈세가 폭로된 후, 중국 세무당국이 그를 체포해 조사를 했고, 결국 판빙빙에 대해 8억8천만 위안(1천500억 원)에 달하는 세금과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판빙빙이 실종 이후 얼굴을 드러낸 것은 거의 8개월만이었다. 역시 그동안의 행적에 대해서는 베일에 가려 있다.


[백지시위 주동자들도 연이어 실종]


중국에서 실종되는 이들은 유명인사만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의 눈밖에 나면 누구든지 실종될 수 있다. 영국 BBC는 18일(현지시간) “시진핑 정권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에 맞서 벌어진 '백지(白紙)시위' 이후 실종된 시위자 수가 최소 100명이 넘는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BBC에 따르면, 시위 당시인 지난해 11월만 해도 중국 경찰은 시위자들을 거의 체포하지 않았지만 수개월이 지난 현재 수십 명이 '싸움을 걸고 문제를 일으킨' 혐의로 경찰에 구금·체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에서 '싸움을 걸고 문제를 일으킨' 혐의가 적용되면 5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BBC는 이에 대해 “(법적으로) 애매모호하기로 악명 높은 혐의”라면서 “중국 정부가 반대 의견을 억누르기 위해 적용한다”고 전했다. 인권 운동가 겸 변호사인 텅뱌오는 BBC에 “원숭이(중국 인민)들을 겁주기 위해 닭(시위자)을 죽이는 행태”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찰은 백지시위 주동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감시 카메라와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 등으로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는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중국 젊은이들이 자유와 인권을 위해 대담하게 목소리를 낸 뒤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중국 당국은 시위자를 지원하려고 한 변호사와 친구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판 문화대혁명, 지금 진행중]


스스로 제2의 마오쩌둥이 되기를 원하는 시진핑은 마오쩌둥이 행했던 바로 그 2023년판 문화대혁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뉴요커는 이미 지난 2018년에 시진핑(習近平) 주석 아래 중국 공산당의 ‘문화대혁명 회귀설’을 제기한 바 있다. 뉴요커는 시진핑의 문화대혁명 회귀는 한마디로 “국가 이미지보다 중국내 정치적 안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국내외 이미지보다는 공산당에 대한 ‘인민들의 충성심’이 중요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제기하는 인권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중국 공산당 체제에 걸림돌이 된다면 누구라도 인신을 구금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은 지금 공산당에 충성하지 아니하면 그 어느 누구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공포사회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수많은 중국인들의 실종사태는 결국 '찍히면 사라진다'는 공포 통치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담아 한 미국인이 책을 썼다. 제목이 ‘실종 인민공화국’이다. 이것이 지금의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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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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