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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은 이길 계획이 없다! 그럼에도 싸우는 이유는? - 러군 대공세, '묻지마 인해전술'에 20만명 사상 - 푸틴은 이길 계획이 없다. 단지 전쟁을 연장할 뿐 - 푸틴, 언제든 일방적 승리 선언하고 전쟁 끝낼 수도
  • 기사등록 2023-02-19 0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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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군 대공세, '묻지마 인해전술'에 20만명 사상]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이후 죽거나 다친 러시아군이 최대 2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각)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의 보고서를 인용해 “침공 1주년(2월 24일)을 1주일 앞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정규군과 민간 용병단 바그너 그룹 등에서 발생한 사상자 수가 17만5천∼2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는 부상자와 전사자 수를 합친 수치로, DI는 전사자 수만 4만∼6만 명으로 추정했다.


영국국방정보국(DI)은 전체 사상자 대비 전사자 비율이 “현대적인 기준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러시아군에서 전반적으로 의료서비스 상태가 매우 열악한 것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러시아군의 사상자 추정은 다른 서방 국가들의 분석과 거의 일치한다. WSJ에 따르면, 앞서 지난 4일 미군은 러시아군 사상자 수를 18만명으로 추산했고, 노르웨이도 지난달 말 기준으로 같은 숫자를 제시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러시아군의 사상자수가 지난해 9월의 푸틴에 의한 ‘부분 동원령’ 이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푸틴은 당시 약 30만명을 강제 징집했는데 이들 대다수가 충분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최전방으로 투입되면서 사상자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 서방 정보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대공세'를 준비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을 뚫겠다며 병력 투입을 대거 늘리면서 러시아군 사상자 발생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에 대해 WSJ은 “러시아군이 과거 구소련 시절의 '붉은 군대'를 방불케 하는 작전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2차대전 당시 소련군 붉은 군대는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해 후방의 포병·공중 지원도 없이 보병을 소모적으로 투입하는 인해전술 전략을 활용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17일 하루에만 러시아군 800명을 제거했다”면서 “침공 이후 제거된 러시아군 장병이 14만1천26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크라군의 일일 '성과'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11일에는 하루 1천140명을 제거해, 자체 일일 최고 기록(1천30명)을 경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 대공세의 한 축을 맡은 바그너 그룹의 '죄수병'들이 이유도 모른 채 전장에서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을 치르기 위한 훈련도 없었고, 전장에 내던져지면서도 제대로 싸울 무기도 보급해 주지 않은 상황에서 최전방의 돌격대로 내던져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그너 그룹은 죄수 출신 신병들을 사실상 소모품으로 취급한다”면서 “신병들을 문자 그대로 '고기 분쇄기'에 던져 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커비 대변인은 “12월 중순 이후 바그너그룹 사상자 수가 3만 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전사자는 9천 명으로 추산된다”며 “앞서 수집된 정보에 따르면, 12월 바그너그룹 사망자의 90%가 죄수병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미 패배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푸틴]


지난 14일 미국의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푸틴은 나토동맹을 깨뜨리고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전쟁 개시 1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군은 이미 전략적, 작전적, 전술적인 면에서 모두 실패했다”면서 “푸틴은 이미 패배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도 15일, “푸틴 대통령이 현 상황에서 평화를 원하는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지만, 푸틴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CNN은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이 되면서 서방 지도자들이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패배했음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지원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으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생각이 다르다”고 보도했다.


푸틴은 침공한 지 1년 동안 승리하지 못하고 서방의 첨단 무기 지원이 갈수록 늘어나는데도 1차 세계대전 때처럼 대규모 사상자를 내는 방식의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성격의 영토 분쟁이 아니다. 푸틴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는 나라가 아니며, 러시아에 합병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또 전쟁에서 진 것으로 비쳐지면 그의 권력이 위태로워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푸틴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교착상태를 장기화해, 우크라이나가 온전한 나라로 기능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푸틴은 이미 대규모 사상자 발생은 무시해왔다. 또 푸틴은 러시아의 국제적 우위를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거대한 지정학적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와 비교할 때, 서방이 푸틴 만큼 장기전을 지속할 의지가 있는지가 오히려 관건이다. 서방 전략가들이 다가올 전쟁 국면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주도해온 서방의 단합과 지속적 지원 노력은 놀라운 수준이다. 그러나 푸틴은 미국과 서방의 정치 상황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말해 푸틴의 계산으로는 서방진영의 단결이 그리 오래 가지 않아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이러한 푸틴의 예상은 어쩌면 맞아들어갈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일부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매트 개츠 의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고, 미국이 모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즉시 휴전협정을 체결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미국의 지원은 힘들어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능하면 신속하게 끝내는 방향으로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한 러시아군이 승리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와 남부에 포진한 러시아군을 패퇴시킬 가능성도 그렇게 크지 않다. 그렇다고 출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푸틴이 패배를 인정하지도 않을 뿐더러 외교를 통한 휴전 의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푸틴이 이러한 생각을 고집하는 상당히 중요한 배경 중의 하나가 중국 등 몇몇 나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러시아군이 승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중러관계에 “한계가 없다”고 선언했고, 지금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더불어 3월경에는 시진핑 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중국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이 러시아와 대리전쟁을 치르는 것으로 본다. 이는 미국으로 하여금 아시아에서 대중국 압박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그동안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던 반미국가 수장의 자리를 중국이 이어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의 힘이 빠지게 되면 언제든지 중국이 러시아의 힘의 공백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국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것이 일거양득의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푸틴은 이길 계획이 없다. 단지 전쟁을 연장할 뿐]


WSJ은 18일(현지시간) 홀만 젠킨스 주니어가 쓴 오피니언 면에서 “푸틴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없지만 승리를 계획하고 있지도 않다”면서 “푸틴은 러시아군이 수십만명을 잃는다 하더라도 전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진단했다.



WSJ은 이어 미국과 나토군이 초반부터 러시아의 핵전쟁 우려 떄문에 너무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이 오히려 푸틴에게 장기전으로 가는 길을 열어 주었다고 평가했다. 차라리 서방진영이 러시아에 강경하게 대응했다면 푸틴이 전쟁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훨씬 더 일찍 포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WSJ의 판단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푸틴이 결코 전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패배를 시인하는 순간 푸틴 자신이 죽음의 길로 갈 수 있어서다.


이런 측면에서 정반대의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7일(현지시간) 도네츠크주의 친러시아 반군 지휘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을 지낸 군사 평론가인 이고리 기르킨과의 인터뷰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은 애초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을 끝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푸틴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지역을 해방하겠다면서 이 지역을 3월까지 장악하라고 지시한 바 있는데, 만약 이 목표가 일정 부분 이뤄진다면 일방적 전쟁 종결선언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전쟁의 지속이나 종결 모두 푸틴의 손에 달려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미 패배한 전쟁, 그러나 그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푸틴, 과연 푸틴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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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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