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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과 이란의 위험한 만남 - 中 시진핑 만난 이란 라이시 대통령, 美견제 의기투합 - 이란 핵합의 복원, 제재 해제 찬성한다는 중 - 반미동맹의 핵심축 자처하고 나선 시진핑
  • 기사등록 2023-02-19 06: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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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진핑 만난 이란 라이시 대통령, 美견제 의기투합]


미·중간 패권전쟁과 함께 '정찰풍선' 사태를 계기로 양국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14일부터 16일까지 2박3일간 국빈 자격으로 방중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16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사진=중국 외교부]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이구동성으로 '일방주의' 반대를 강조하며 미국 견제에 의기투합했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는 각종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의 시련을 견뎌 냈다”고 강조한 뒤 “중국은 이란이 국가 주권과 독립, 영토의 완전성, 민족 존엄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하고, 일방주의와 괴롭히기에 저항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외부 세력이 이란 내정에 간섭하고 이란의 안보와 안정을 파괴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서로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 이란과 상호 지지를 계속 견고히 하길 원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과 중국은 모두 일방주의와 패권주의 괴롭힘에 반대하고 외부세력의 내정간섭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이란 측은 중국이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하며,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글로벌개발이니셔티브, 글로벌안보이니셔티브 등에 대해서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 모두 미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과 이란이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대표적 국가라는 점에서 이날 일방주의와 패권, 괴롭힘 등에 대한 반대를 거론한 것은 다분히 미국을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핵합의 복원, 제재 해제 찬성한다는 중국]


이날 양 정상간 대화와 공동성명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중국과 이란이 이란의 핵 개발과 관련한 모든 제재를 전면 해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두 사람은 16일 발표된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합의가 공중에 뜬 현 상황이 미국의 일방적 탈퇴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은 정작 이란측의 불성실한 태도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란은 사실상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물질 조사를 거부하면서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고 있고, 핵무기 보유를 향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핵합의 협상 당사국인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 국가들이 이란과의 협상 진전에 회의감을 나타냈고, 미국 역시 이란의 핵개발 능력 진전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이란핵합의 복원을 반대해온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29일에는 중동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군사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시사하면서 중동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AFP에 따르면, 이집트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이 알아라비야 방송 인터뷰에서 군사 행동을 포함한 선택지와 관련한 질문에 “이란이 국제 핵 합의에 복귀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거부했다”면서 “외교적 경로를 더 선호하지만 (군사옵션을 포함한) 모든 것이 탁자 위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언이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이 사실상 끝났다고 언급한 이후 나온 미국의 공식적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거두절미하고 무조건 이란 핵합의 복원과 함께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를 미국에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반미동맹의 핵심축 자처하고 나선 시진핑]


그런데 이란의 라이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의 만남에서 결론적으로 남는 것은 결국 ‘반미동맹’이다. 어찌보면 미국으로부터 각각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과 이란이 정상회담을 통해 '반미 동맹'을 강화하고 나섰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란 라이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목적은 중국 도착 하루 전인 1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고글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다.



라이시 대통령은 인민일보 2면에 2천500자 분량으로 실은 '오랜 친구는 미래 협력의 가장 좋은 동반자'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중동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 정상답게 미국을 견제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라이시는 이어 “양국은 패권주의와 일방주의를 반대하며 모든 국가의 권리와 이익을 존중한다”고 강조했고, “의롭지 못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세계를 불안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인식한다”며 “국제 메커니즘을 남용하고 난폭하게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며 다른 민족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어떠한 행위도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시의 이러한 주장은 한마디로 미국과의 '핵합의 복귀 협상'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미를 연결고리로 중국과의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이란의 라이시와 중국의 시진핑간 만남은 갈수록 양국 모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미국에 정면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고 이러한 반미 행동에 양국이 힘을 합치겠다는 선언으로 읽혀진다.


사실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이란 입장에서는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중국은 경제제재로 원유 수출이 막힌 이란의 유일한 판매처”라며 “이란 입장에선 중국이 생명줄과도 같은 교역 파트너”라고 전했다.


[중국이 주도권 쥔 악의축 국가들의 결집]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은 중국이 제3세계를 포함해 반미동맹 국가들의 핵심국가로 주도권을 쥐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사실상 러시아가 주도해 왔던 주도권을 이젠 중국이 행사하겠다는 의도라 읽혀진다.


지금 러시아는 외부에 도움을 주고 동시에 이끌어가는 주도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이란으로부터 무기지원을 받는 하류국가로 추락했다. 경제적 지원도 이란을 포함한 반미국가 및 제3세계 국가들에 전혀 주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러시아가 이끌던 반미 전선의 주도권을 중국이 쥐고 나아가려 하는 것이고, 동시에 그러한 힘을 바탕으로 마국을 역으로 압박하려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란과 핵심적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러시아와 북한이다. 러시아와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사일과 드론 등을 러시아에 지원해 주고 있다. 또한 북한과의 관계도 돈독하다. 이란 미사일의 핵심기술을 북한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는 보고들도 여러차례 있었다. 핵시설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게 이란과 북한은 완전히 하나로 묶여 있다.


이러한 이란-러시아-북한으로 이어지는 관계에 중국까지 더해지면서 막강한 악의축 국가 라인을 형상하고 있고, 동시에 이들 국가들끼리 외교적 유대 강화를 통해 미국 및 서방과 맞서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로 아주 위험한 도박이다.


[중국-이란과의 유대강화가 가져올 후유증]


중국은 지금 외교적으로 볼 때 아주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 중국의 성장은 글로벌무역을 기반으로 한 세계공장 역할을 통해 이뤄졌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글로벌 무역과 결별할 수가 없다. 만약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과의 관계가 완전히 흐트러지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부터 중국이 벗어나게 된다면 중국은 그야말로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어떤 경우에라도 미국과 서방진영과의 외교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중국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특히 디커플링까지 하려 하는지 그 의도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서방진영이 중국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원인을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 찾으려 한다는 점이다. 세계속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이 왜 그런 지위를 잃게 되었는가? 가장 간단한 답은 중국이 과욕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려 하고 있어서다.


시진핑 주석이 내세운 중국몽이 그것이고, 세계 패권 장악을 통해 중국이 세계 지배국가가 되겠다는 거창한 꿈이 바로 그것이다. 바로 이러한 목표를 위해 중국은 모든 국력을 소진해 왔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과욕은 보지 않고, 그로인해 빚어지는 결과물만 보고 남 탓한다. 그러나 그런 판단은 중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참으로 우매한 짓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 당장 중국에게 있어서 최대의 과제는 서방진영과의 화해다. 그러기 위해 중국은 세계무역체제 속에서 세계국가들과 더불어 함께 공존공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당연히 세계패권 욕심은 물론이고, 영토욕심도 내려 놓아야 한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남중국해 영해 포기선언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시진핑 체제가 아닌 제3의 지도체제가 중국에 들어선다면, 중국과 글로벌 국가와의 공존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꿈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중국의 미래 역시 암울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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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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