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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뒤틀린 중국 경제, 시진핑 경기진작 노력 무산 - "소비자 주도 경제회복 위해 금융지원, 수포로 돌아갔다” - 중국인 절반 이상이 미래전망 불확실하다 느껴 - 대규모 재정투입에도 소비자 지갑 열기 쉽지 않아 경제 불투명
  • 기사등록 2023-02-16 07: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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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시진핑의 소비진작 플랜]


극심해진 경기 부진으로 중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3기 공식출범을 앞두고 대대적인 소비진작책을 펼쳤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블룸버그는 15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이 소비자 주도 경제회복을 위해 금융지원을 포함해 대대적 자금살포를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하려 했지만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저리의 금융대출상품 등을 쏟아내면서 이를 통해 소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계획을 잡았다. 문제는 대출을 받아 현금을 손에 쥔 사람들이 시장에 나가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을 중도상환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등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돈이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돈의 흐름이 3년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 이후 경제 기반을 회복하려 했던 당국의 계획을 완전히 흐트려 버리는 것으로 오히려 대대적 자금 풀기가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민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37세의 금융노동자인 샐리는 이번에 총 798,000위안의 소비자 대출을 연 3.2%와 3.65%의 금리로 받았는데, 그녀는 이를 이율이 5.65%인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사용했다. 샐리는 이러한 방식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너무 비싸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샐리와 같은 선택을 한다는 것은 중국 경제정책 당국자들의 생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그들은 단지 소비자들에게 싼 이율의 대출을 확대하면 이를 통해 소비자 지출이 늘어나면서 경기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중국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중국 경제에 드리운 불확실성 안개가 걷혀야 소비도 늘어날텐데 그러려면 중국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주입시켜 주어야 하고, 또한 앞으로도 그러한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시진핑 3기 내각이 중국 경제에 미래가 있다는 확실한 인식을 심어주려면 기존의 시진핑 주석이 내세워왔던 여러 정책들을 폐기해야 한다는 현실적 장벽에 부딪쳐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대대적인 정책 전환이 이루어져야 그때서야 중국 인민들도 중국공산당의 경제정책에 희망을 갖게 되고 그래야만 지갑도 열 수 있게 될 것이다.


블룸버그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한다. 제로 코로나 여파로 지난 2019년 말이래 중국 인민들은 지갑을 꽁꽁 닫고 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소비심리는 중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으로 돌아왔다. 대조적으로 중국의 가계 저축은 사상 최대다.


그렇게 많은 저축을 해놓고도 소비를 하지 않는 이유는 내일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지적이다.


사실 중국 인민들이 공산당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든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부동산 버블 붕괴 때문이기도 하다. 시진핑의 어설픈 공동부유 정책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은 부동산 산업을 완전히 피폐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부동산이 부를 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오랜 믿음을 시진핑이 완전히 무너뜨려 버린 것이다.


논리적으로 부동산이 주거의 도구가 되어야지 부를 축적하는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바로 그런 관점에서 공동부유 개념도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주의 경제 방식은 그동안 중국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왔고, 또한 성장동력으로 작용했던 자본주의 경제의 확고한 틀을 여지없이 붕괴시켜 버렸다.


결국 중국 인민들은 부동산으로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고, 이에 따라 최대한 빨리 부동산 대출, 곧 모기지를 상환하려 한다. 그러니 중국 당국이 아무리 부동산 경기 진작을 위해 돈을 쏟아 부어도 그러한 자금 투입이 새로운 부동산 매수 붐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에 대한 은행대출 상환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소비진작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씨티그룹의 주디 장 애널리스트는 “중국 주택 소유자들이 올해 4조 6,800억 위안(약 874조 4000억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을 선지급할 것”으로 추정했다. “소비자대출과 기업대출의 싼 금리 또한 일부 사람들이 모기지론을 상환하기 위해 많은 돈을 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예상이다.


주디 장 애널리스트의 예측이 맞다면, 올해 중국 정부 당국이 거의 5조 위안 가까운 돈을 풀어도 이 자금들이 시장에서 돌아다니면서 경기 진작에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통해 은행금고 안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물론 중국 금융당국은 개인 대출을 부동산 대출로 상환하는 것을 규정 위반으로 단속한다고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처럼 그러한 단속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부동산 대출금 상환이 아닌 주식투자를 해, 거기서 나온 수익금으로 주택대출 상환을 하는 방식도 있어서다. 실제로 중국의 주식시장은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로 인한 리오프닝 이후 꾸준히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기준 CSI 300 지수는 2022년 22% 폭락한 뒤 올해 6% 이상 상승했다.


[중국 경제, 과연 낙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본질적인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 리오프닝을 한 중국 경제가 다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기대주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중국 경제는 중국 당국이 예상하는 대로 다시 6% 성장이라는 날개를 달 수 있을까?


흥미로운 것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챗봇 ‘챗GPT’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중국판 AI 챗봇 ‘챗위안’이 중국 경제와 관련해 “투자 부족, 주택 거품, 환경 오염 및 비즈니스 운영 효율성 저하와 같은 중요한 문제가 있으며 경제 전망은 전혀 낙관할 수 없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사실 국내에도 친중학자들을 중심으로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인해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 예측하는 이들도 제법 있다. 내수확대를 통해 성장동력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진단이 그 중심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예측에는 엄청난 함정이 숨어 있다. 천즈우 홍콩대 석좌교수는 “지난해 중국의 가계와 기업의 심리가 급락했다”면서 “미래가 불확실할 때 사람들의 첫 번째 반응은 돈을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코로나19 확산기 이후 경기 활황을 맞이했던 미국과 다르다”면서, “미국과 달리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실업자들이 기댈 사회 안전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지난 3년간의 코로나 암흑기를 지나면서 중국인들은 미래에 대한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었고, 저축을 통해 자신이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해 말 50개 도시 예금자 2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자신의 일자리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답했고, 4분의 1가량은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또한 저축·소비·투자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는 '저축'(62%)을 택한 응답자가 '소비'(23%)나 '투자'(약 6%)보다 많았으며, 2019년 조사 당시의 45.7%보다 늘어났다고 WSJ은 덧붙였다.


씨티그룹의 류리강도 “중국인들의 현 상태가 1930년대 대공황에서 빠져나올 당시 미국인들과 비슷하다”면서, “저축을 늘리는 방향으로의 장기적인 추세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WSJ에 말했다. 이어 “1∼2분기에도 소비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상당수가 5% 이상으로 예상하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재검토할 필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중국이 제로 코로나 터널에서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만큼 리오프닝으로 인한 대대적인 경제활성화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소비회복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WSJ은 14일(현지시간) ‘세계 경제를 중국에 의존하지 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수년간의 코로나19 봉쇄 이후 중국의 회복세는 이전과 매우 다를 것”이라며 “많은 경제학자는 각 정부와 기업이 바라는 것보다 (중국의 회복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경기침체 시기마다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실시했다. 문제는 중국의 재정 여력이 옛날 같지 않아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프리데릭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강력한 경제 회복을 나타내겠지만, (소비 주도라는) 경제 반등의 특성으로 인해 이번 주기에서 세계 다른 지역으로의 성장 파급 효과는 훨씬 약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WSJ 역시 “이번 중국 부흥의 영향은 재정 부양책이 주도한 과거의 확장보다 덜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국경제가 리오프닝이 됐지만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뿐더러 중국 정부 주도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중국 경제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시진핑은 갈 길이 바쁘지만 경제를 살릴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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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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