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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北김정은이 딸 주애를 앞세우는 이유? - 김주애를 전면에 연일 내세우는 김정은 - 김정은의 후계자론 vs. 리설주-김여정 갈등설 - 김정은의 인간적인 지도자로의 이미지 워싱(Image Washing)
  • 기사등록 2023-02-15 13: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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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우표까지 나온 북한]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 사진을 담은 우표 도안까지 공개하면서 김주애를 ‘북한 미래 세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우표사는 14일 오는 17일 발행될 예정인 새 우표의 도안 8종과 봉투 2종을 전격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우표 8종 디자인은 지난해 11월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당시 김정은의 현지시찰 사진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이들 8종 가운데 5종의 우표에 김주애가 아버지 김정은과 손을 잡거나 팔짱을 낀 모습으로 나란히 걷거나 팔짱을 끼고 포즈를 취한 모습, 인민군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 담겼다.


부녀의 모습을 중심으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미사일과 ‘불패의 핵강국의 위용을 만천하에 과시’, ‘조선의 전략적 힘, 절대적 힘 만방에 과시’,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립니다’ 등 선전 문구들이 우표에 들어가 있다. 김주애가 우표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거니와 북한 최고 통치자의 자녀가 이렇게 북한 발행 우표에 깜짝 등장한 것 역시 처음있는 일이다.


[김주애를 전면에 연일 내세우는 김정은]


김정은이 딸 주애를 전격 공개한 것은 이번 우표 디자인으로 등장했던 바로 지난해 11월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행사때였다. 그러다가 지난 2월 8일의 건군절(인민군 창건일)을 하루 앞둔 7일 북한 매체가 김정은이 군 숙소를 방문한 동선을 구체적으로 보도하는 가운데 김정은과 함께 주애와 배우자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이 함께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사진 속에 담긴 딸 김주애의 위상은 파격을 넘어선 모습이었다.


김주애는 양옆에 김정은과 리설주를 두고 헤드테이블 가운데에 앉았다. 사진의 초점 역시 김정은이 아닌 김주애에 맞춰져 있다. 뒤로는 환갑이 넘은 박수일 인민군 총참모장,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 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이 정자세로 섰다.


여기에 김주애는 모친인 리설주와 완전히 같은 코드의 의상에 같은 머리 모양과 화장을 하고 있었다. 다만 가르마가 리설주와 반대 방향이었을 뿐이다. 김주애는 또 김일성ㆍ김정일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도 달지 않았다. 북한에서 배지를 달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김정은 외에는 리설주 정도밖에 없다.


조선중앙TV는 9일에도 전날 밤 열린 북한군 창설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 중계하면서 김주애가 스스럼없이 김정은 얼굴을 만지는 장면을 내보냈다. 수만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열병식 귀빈석에서 김주애는 김정은의 뺨을 쓰다듬었고, 김정은은 흡족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김주애는 김정은과 팔짱을 끼기도 하고, 어깨에 손을 얹고 귓속말을 나누는 등 친밀한 부녀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도 가감없이 그대로 공개됐다. 김정은 얼굴을 누군가 만지는 장면이 공개된 것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북한 매체들도 김주애의 호칭을 처음에는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소개했다가 최근 ‘존귀한 자제분’으로 바뀌더니 이번엔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변화되었다.


반면 이날 북한매체 보도에선 리설주는 김주애를 부각한 사진 속에서만 존재할 뿐, 별도의 소개 등의 언급은 전혀 없었으며, 연회장에 들어가는 장면에서도 리설주는 김정은과 딸 김주애가 손을 꼭 잡고 레드카펫을 걸어 들어갈 때 이들보다 한걸음 뒤에 떨어져 홀로 걷는 모습이 담겼다.


한편 북한 유사시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러 언론들이 예측했던 김여정은 이날 북한매체의 사진에 독점적으로 등장하지도 않았고, 기념연회장의 전체 전경을 찍은 사진 속 배경으로만 등장했다.


[김정은은 왜 김주애를 부각시키는 것일까?]


지금 세계 언론들은 김정은이 이 시점에 딸 주애를 부각시키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한다. 그러면서 많은 분석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바로 김정은의 후계자로 김주애가 거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 김정은의 후계자론


특히 김정은이 7일의 연설에서 “개척도 위대했지만 계승 또한 위대하다”는 내용의 ‘계승’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니 김주애의 등장 자체가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갖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8일(현지시간) “김정은은 딸이 예상되는 후계자라는 가장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김정은 부부 사이 정중앙에 자리 잡은 사진을 공개한 것은 그를 후계자로 내세우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며 “김주애가 군 고위층이 가득 찬 연회장에서 중앙 무대에 선 사진이 공개된 이후 분석가들이 이같이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10∼11세로 추정되는 주애가 통상 리더를 위한 자리인 사진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보여준다”며 “테이블에서 최고위 장성들이 이 가족 뒤에 서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이어 “그들이 연회장에 들어서자 메달로 장식된 재킷을 입은 군 지도자들이 서서 박수를 친다”면서 “사진들은 김씨 일가의 정통성 주장을 유지하는 데 있어 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분석했다.


WP는 또한 “그(김주애)의 머리는 스타일리시한 어머니인 리설주를 연상케 하며, 검은 스커트 의복과 실용적인 구두를 신고 있다”며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이 소녀의 이름과 나이를 제공하지 않았고, 그를 단지 김정은의 '존경받는' 딸이라고만 했는데, 이 형용사가 사용된 것은 이전의 '사랑하는'에서 분명히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2) 리설주-김여정 갈등설


김주애의 후계자설과는 다른 견해도 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지난 1월 27일(현지시간) “김정은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위세를 우려하는 부인 리설주 여사를 안심시키기 위해 둘째 딸 김주애를 대외에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김정은이 지난해 11월 딸의 손을 잡고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하러 나타난 것이 처음에는 후계자에게 왕관을 씌우는 것처럼 비쳤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은 다른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김주애를 대외에 공개한 것이 동생 김여정 부부장과 부인 리설주 등 김정은 인생에 '가장 중요한 두 여성' 사이의 경쟁 구도를 진정시키려는 복잡미묘한 제스처로 볼 수 있다”면서 “리설주가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서는 전례 없는 공개 행보로 존재감을 보였다면, 김여정은 '김씨 왕조'의 후손이자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으로서 김정은의 뒤를 이을 가장 확실한 자격을 갖춘 인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더타임스는 그러면서 “정해진 승계 원칙이 없는 '김씨 왕조'에서 김정은이 뚜렷한 후계자를 정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권력 공백을 둘러싸고 두 여성이 순식간에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김여정은 권력을 장악하고자 김정은의 가족을 배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일 것이고, 리설주는 자신과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더타임스는 최진욱 한국전략문화연구센터 원장의 견해를 인용해 “김여정은 영향력이 강하고 야심만만하며 공격적”이라며 “김정은의 아내 리설주는 이를 기꺼워하지 않으며 바로 이 점이 김정은이 딸을 공개한 이유”라고 해석했다. 다시말해 “김정은은 아내를 안심시키고 동생에게는 '이게 내 딸이고 미래 세대'라는 교묘하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자 딸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딸 주애가 아니라 만약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면 (후계자라는 사실이) 지나치게 명백해 김여정으로서는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며 “김주애의 등장은 리설주가 승자고, 김여정은 패자이며 이것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는 것이 더터임스가 인용한 최진욱 박사의 결론이었다.


[벌써 후계자를? 김주애 미스터리]


그런데 그러한 예상에 의문이 남는다. 우선 김정은의 나이가 아직 마흔도 안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급사를 걱정할만큼 건강이 심각한 것도 아니다.


지금 김정은에게는 2010년생 장남, 2013년생 주애, 그리고 그 밑으로 성별이 확인되지 않은 셋째가 있다. 모두 미성년자다. 그런데 김정은은 25세, 아버지 김정일은 31세에 후계자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늦게 후계자를 공식화한 것은 대내외적으로 오랜 시간동안 노출시키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여기에 장남도 버젓이 있는데 나이 어린 딸을 후계자로 내세운다? 사실 이는 북한체제의 속성, 곧 남성우월의 가부장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해 그렇게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김정은의 장남은 해외유학중이다. 당연히 신분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그렇다면 주애를 이렇게 높이 띄우는 이유는 뭘까? 바로 김정은의 인간적인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워싱(Image Washing)과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북한 내부를 겨냥한 단순한 ‘쇼’일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불량국가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김주애를 내세운 김정은의 전략은 적중했다. 온 세상이 김주애 후계자설로 설왕설래하고 있어서다. 김정은은 그런 면에서 선전선동의 대가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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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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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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