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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찢어진 러시아군부, 크렘린과 바그너그룹 암투 본격화 - 크렘린, 푸틴 지원 받는 바그너그룹 프리고진 경계령 - 슬슬 드러나는 프리고진의 야심, 그 끝은 푸틴 대체? - 손사레 치는 프리고진, “권력 욕심이 없다!”
  • 기사등록 2023-02-14 06: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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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 푸틴 지원 받는 바그너그룹 프리고진 경계령]


러시아군부의 분열이 본격화되고 있어 이 문제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 수장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최근 부쩍 '튀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러시아 정계가 긴장하면서 본격적인 견제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정치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모스크바 정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프리고진은 지난 6일 텔레그램 채널에 공군복을 입고 직접 수호이(Su)-24 공격기 조종석에 앉아 활주로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려 크렘린궁의 주목을 끌었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당시 동영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만일 당신이 원한다면 하늘에서 만나자”면서 “당신이 이기면 아르툐몹스크(바흐무트의 러시아식 명칭)를 차지하고, 그러지 못하면 (우리 군대가) 드네프르(강)까지 진격하는 걸로 하자”고 돌발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프리고진의 제안은 사실 스스로를 우크라이나 전쟁을 책임지는 인물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러시아군부 및 크렘린궁을 무시하는 행태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있다.


프리고진의 러시아 군부 무시행태는 이번이 처음 아니다. 프리고진은 지난 1월, 러시아에서 유튜브 접근을 막자는 주장을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부 관료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고, 지난 해 12월에는 바그너그룹 용병 2명이 전장에 충분한 탄약이 공급되지 않는다며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비난하는 영상을 올렸는데, 이에 대해 프리고진은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전선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듣기 힘들다”면서 군부 지도자 비난에 합세했다.


[슬슬 드러나는 프리고진의 야심]


프리고진의 부상에 대해 크렘린 궁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그의 야심이 이미 도를 넘어섰다고 보기 때문이다. 프리고진은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전장뿐 아니라 체첸과 시리아 등 분쟁 지역에서 잔혹한 작전으로 악명을 떨친 바그너그룹의 설립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한 바 있기 때문에 그가 공개적 행보를 보인 것 자체가 불과 6개월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푸틴의 지원을 받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어려운 국면에 뛰어들면서 대뜸 러시아 군부의 무능을 질책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모스크바의 정치 전문가들도 '프리고진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푸틴이 강력하게 통제하는 러시아 정치체계에 그가 부합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 NYT의 지적이다.


CNN도 지난 1월 23일,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자비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면서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이 우크라 전쟁에서 엄청난 희생을 무릅쓰고 전장을 지키는 데는 분명히 다른 노림수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CNN은 카네기 재단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선임연구원의 말을 빌어 프리고진의 점증하는 영향력을 차르 니콜라이 2세의 궁정에서 황제를 좌지우지했던 그리고리 라스푸틴의 영향력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프리고진에게는 부정적인 악마적 카리스마가 있는데, 이러한 프리고진의 카리스마는 푸틴과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그러한 카리스마를 푸틴이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 콜레스니코프 선임연구원의 지적이다. 다시말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를 거듭하고 있는 푸틴에게 우선적으로 정규 러시아군과는 다른 승전보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군대로 바그너그룹을 의지하고 있으며, 그 바그너그룹을 통해 자신의 권력도 유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푸틴의 믿음 그대로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바흐무트 인근의 솔레다르에서 일단 우크라이나군을 물러나게 한 전과를 올렸다. 러시아는 이 승리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프리고진의 행보에 서방언론들도 “러시아의 새로운 권력자가 탄생했다”며 집중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CNN은 프리고진이 원하는 첫 번째 자리는 스스로 국방장관 자리에 오르면서 러시아 정규군을 장악하는 것이라 보도했다. 그가 최근들어 가장 비판하는 대상도 바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다. CNN은 이어 “프리고진은 무능한 정규군을 비웃고 자신을 진정한 애국자로 포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YT도 “프리고진이 국방장관이 되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손사레 치는 프리고진, “권력 욕심이 없다!”]


이렇게 러시아 국내외에서 프리고진의 권력욕에 대한 관심들이 부상하자 프리고진은 서둘러 손사레를 치면서 권력중심으로의 이동 가능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지난 10일 러시아 블로거와 한 인터뷰에서 “정치적 야망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YT는 “프리고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스로를 서방에 기대려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 부패한 관료들에 맞서는 '포퓰리스트' 전쟁 지도자로 묘사한다”고 짚었다.


[찢어지는 러시아 군부]


프리고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방부를 포함한 군부는 그의 야망이 단순한 군부 장악을 넘어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그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심지어 크렘린궁도 프리고진의 정치적 부상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싱크탱크인 정치학연구소의 세르게이 마르코프 소장은 NYT와 전화 인터뷰에서 “러시아 고위 관료들이 최근 몇 주간 공보 책임자들에게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을 지나치게 홍보하지 말라’는 이례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마르코프 소장은 정확히 누가 그런 지시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지도부의 요청이었다”며 “그가 너무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기 때문에 정치권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NYT에 설명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도 12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의 부상을 경계하라는 러시아 군부 지도자의 지시는 프리고진이 지난 12일 바흐무트에서 바그너그룹이 승리했다고 주장한 직후 이뤄졌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푸틴 분석가인 세르게이 마르코프의 말을 인용해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의 부상을 두려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군부내 알력은 이미 군부내 최고위 간부급 인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앞서 국방부는 프리고진이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비판 2주만에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 총사령관으로 임명하면서 프리고진이 신임하는 세르게이 수로비킨 총사령관을 부사령관으로 강등시켰다.


이는 러시아 군부와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의 권력 핵심부 진입을 강력하게 막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에 대해 모스크바의 정치학자 알렉산드르 키네프는 “프리고진은 정치인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오늘날 러시아 정치에 사실상 빈자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프리고진의 진격, 단지 국방수준일까?]


그렇다면 프리고진이 갖는 권력욕의 최종 종착지가 과연 국방장관일까?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전과를 러시아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자면 이는 가능성 제로(0)에 가깝지만 내년에 치러질 대선에서 만약 푸틴이 대통령 선거에 나서지 않는다면 대신 프리고진이 푸틴을 대신해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니까 프리고진이 원하는 궁극적인 목적지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바그너그룹의 용병집단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같은 전장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지휘체계에서도 벗어나 있다. 지금 프리고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는 오직 푸틴밖에 없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푸틴의 러시아 전쟁 제2막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지역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푸틴은 오는 3월까지 돈바스지역을 완전 점령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바로 이 돈바스 지역 전투의 키를 바로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이 쥐고 있다.


프리고진은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승패는 모두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동부전투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고, 또한 푸틴으로부터 모든 지원도 받고 있는 것이다.


푸틴도 프리고진의 부상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돈바스지역 전투에서 프리고진의 바그너그룹이 승승장구하게 된다면 이로인해 푸틴의 권좌도 흔들릴 수 있어서다. 프리고진이 동부전투를 벌이면서 “이곳에 러시아 정규군은 전혀 없고 오직 바그너 용병만 있을 뿐”이라고 계속 외치는 것 자체가 푸틴이 아닌 러시아 국민들을 향한 선전선동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 하다.


이러한 러시아 군부의 분열이 과연 우크리이나 전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또한 푸틴과 프리고진, 그리고 크렘린궁과의 삼각관계가 어떻게 진전될 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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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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