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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아마겟돈 같았던 튀르키예지진, 무엇이 참사 불렀나? - 지구 최후의 날과 같았던 튀르키예 규모 7.8 강진 - "튀르키예 역사상 1939년 최악의 지진과 동일한 규모" - 경제적 타격 심각할 듯, "GDP의 2% 달할 수도"
  • 기사등록 2023-02-08 06:49:22
  • 수정 2023-02-08 08: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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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날과 같았던 튀르키예 지진]


“히로시마 원자폭탄 32개와 맞먹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규모 7의 지진이 발생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를 강타한 규모 7.8 강진을 비유하면서 설명한 말이다.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Gaziantep) 부근에서 최초 발생한 이번 지진은 자동차로 12시간 거리(약 900㎞)인 이스라엘에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17분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 지하 18㎞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고, 약 9시간 뒤인 오후 1시24분 카흐라만마라슈 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의 여진이 뒤따랐다. 가지안테프는 튀르키예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 213만 명이 거주한다.



CNN의 ‘에야드 쿠르디’ 기자는 지진 현장에서 눈 앞에 펼쳐진 대참사를 보며 “마치 아마겟돈(인류멸망 최후의 전쟁) 같았다”며 “거리마다 최소 한 채의 건물이 완파돼 있었다”고도 했다. 쿠르디 기자는 “지진 발생 후 진앙 부근 가지안테프에서 가까운 인구 3만5천명의 도시 파자르치크로 차를 몰고가 보니 지구 최후의 날과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고 리포트했다.


그러면서 그는 “파자르치크에 30분간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네 차례의 여진을 느꼈다”면서 “그곳에 머물기에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 가지안테프로 다시 차를 몰고 돌아가야 했다”고 밝혔다.


쿠르디 기자가 지진을 처음 감지한 시간은 6일 새벽 4시 15분경으로 가지안테프의 부모 집에서 잠을 자다가 진동 때문에 잠을 깼는데, 처음에는 현지에서 매 두달꼴로 겪는 종류의 미미한 지진이겠거니라고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곧이어 진동이 너무 심해 가구가 넘어지고 물건들이 박살나는 소리를 들은 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그순간 부랴부랴 부모와 함께 잠옷차림으로 집밖으로 뛰쳐나왔는데, 날씨는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고 비까지 내리고 있었으며 이미 마을사람들 상당수가 집밖으로 뛰쳐나온 상태였다.


쿠르디는 황급히 집안에 다시 들어가 코트와 부츠를 들고 온 뒤 건물들에서 멀리 떨어진 옥외로 피하기 위해 차안으로 뛰어올랐다. 여진은 하루내내 계속됐다.


그는 진앙에 가까운 지역인 파자르치크에서 돌아올 때도 땅이 심하게 다시 흔들려 차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차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흔들림이 너무 강력해 제대로 발로 서 있을 수 없었으며 도로 옆 배수로의 물이 폭풍 속에 있는 것처럼 앞뒤로 요동쳤다고 전했다.


피해는 엄청났다. 영국 방송 스카이뉴스가 공개한 현장 영상을 보면, 진앙인 가지안테프에서 동쪽으로 약 140㎞ 떨어진 샤르우르파 주(州) 할릴리예 지역에 위치한 한 7층 높이 건물이 종잇장처럼 힘없이 구겨지며 주저앉았다. 건물이 형체 없이 무너지는 데는 단 10초도 채 걸리지 않아 이번 강진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고층 건물 일부가 내려앉으면서 대피 작업을 벌이던 구조대와 인파 위를 덮쳤다.


또한 2천200여년의 역사를 지닌 가지안테프의 랜드마크이자 오랜 역사를 가진 문화유산인 가지안테프 성도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성벽과 망루 등이 훼손됐다. 이 성은 로마·비잔티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트위터 등 SNS상에는 '가지안테프성의 전과 후' 사진을 비교한 사진이 잇달아 게재되기도 했다.


[튀르키예 지진이 치명적인 이유]


튀르키예를 강타한 이번 지진은 CNN 기자가 보도한 대로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이라 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는 지진의 핫스팟에 위치해 있다”면서 콜로라도 지진정보센터의 야렙 알타윌(Yaareb Altaweel)의 말을 인용해 “튀르키예는 아라비아판, 아나톨리아판, 아프리카판 등 3개의 지각판이 만나는 곳으로, 이 판들이 미끄러져 지나가면서 서로 압착현상이 벌어지며 마찰과 스트레스가 쌓인 결과가 지진으로 방출된다”고 설명했다.


WP는 이어 “이번 지진은 지금까지 120여회의 여진이 있었지만 앞으로 규모가 큰 여진이 이어질 것이며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은 1939년 3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지진과 동일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지진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


미 지질조사국(USGS)도 관련 보고서에서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천∼1만 명이 될 확률을 47%로, 1만 명을 초과할 확률을 20%로 추산했다.


미 지질조사국은 이어 “내진 설계된 건물이 일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지역 주민들은 지진으로 인한 진동에 극히 취약한 건물에 거주해 왔다”면서 “이런 건물들은 주로 벽돌조나 저층 비연성 콘크리트 구조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이 지역 건물 상당수가 지진 위험에 취약한 상태였던 것이 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포츠머스대학 소속 화산학자 카르멘 솔라나 박사는 “튀르키예 남부는 내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시리아는 특히나 더 그렇다”면서 “향후 24시간이 생존자 구출에 매우 중요하며, 48시간이 지나면 생존자 수가 크게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모 7.8의 강진이 의미하는 것은?


BBC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대학 위험·재해축소연구소장인 조안나 포르 워커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튀르키예 강진과) 맞먹는 규모는 지난 10년간 발생한 지진 중에선 두 건, 그 이전 10년 동안엔 4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7.0 지진의 파괴력은 TNT 32메가톤(1메가톤은 100만t)으로 '가장 큰 수소폭탄'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되며, 규모 8.0 지진이 방출하는 에너지는 TNT 1기가톤(1기가톤은 10억t)에 이른다고 지진연구센터는 설명했다.


이번 튀르키예 강진의 규모가 7.8로 측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소폭탄 수십 개가 한꺼번에 터진 정도의 충격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BBC는 “이 단층대에선 과거에도 같은 방식으로 강진이 발생한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1882년 8월 13일에는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시리아 알레포에서만 7천 명이 넘는 주민의 목숨을 앗아갔고, 이후 거의 1년간 여진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렇게 규모 자체가 컸던 지진인데다 하필 주민 대다수가 곤히 잠든 새벽 4시 17분께 발생했다는 점이 인명피해를 키우는 이유가 됐다.


과거의 예를 보면, 2005년 10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동북쪽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은 7만3천 명의 인명피해를 기록했고,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에서도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해 8만7천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2010년 1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는 규모 7.0 지진이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강타하면서 무려 31만6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1년 3월에는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서 진도 9.0의 대지진이 발생해 2만2천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냈고, 이 과정에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해 방사성 물질이 대거 유출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제적 타격 심각할 듯, "GDP의 2% 달할 수도"]


튀르키예를 강타한 이번 지진으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경제적 피해도 클 것으로 보인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6일(현지시간) 관련 보고서에서 이번 지진에 따른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이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USGS는 손실이 10억∼100억달러(약 1조2천500억∼12조5천억원)에 이를 확률을 34%로 가장 높게 봤으며, 100억∼1천억달러(약 12조5천억∼125조원)일 확률을 30%로 예상했다.


USGS는 추정 인명피해와 추정 경제 손실을 각각 '적색 경보'로 표시하면서, “많은 사상자와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과거 적색 경보에는 국가적, 국제적 대응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날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 국민소득의 약 10분의 1이 발생하는 지역을 강타했다”고 전했다.


후유증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번 지진으로 경제 불안과 내전으로 인한 인도주의 위기에 시달려온 튀르키예와 시리아가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탄불 코치대학 셀바 데미랄프 교수는 “주요 관광지인 역사 유적지에 큰 피해가 발생해 경제 상황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튀르키예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관광 수입마저 준다는 것은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현재 튀르키예에 긴급 구조단을 보내 지진 복구를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110명 규모의 해외긴급구호대를 파견하고 5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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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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