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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우크라 동남부 바흐무트 전투, “좀비와의 싸움” - 치열해진 우크라 동부 바흐무트 전투, 용병 바그너 올인 - ‘총알받이’로 내몰리는 바그너 용병들 - 잔인한 러시아 용병 밀어붙이기에 우크라군 고전 중
  • 기사등록 2023-02-07 06: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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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해진 우크라 동부 바흐무트 전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명분 중 하나인 돈바스 지역의 완전장악을 위한 핵심 거점 포인트로 점령을 명령한 동남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에서 치열한 전투가 지속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은 몇 주 동안 돈바스 지역의 바흐무트를 포위, 점령하기 위해 시도해왔다”며 “그럼에도 러시아군은 진전이 더디고, 큰 희생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이날 키이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세에 시달리는 바흐무트가 여전히 요새이자 우크라전쟁의 상징적 지역”이라 강조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또한 러시아군을 위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하고 있는 러시아 민간 용병그룹 바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이날 텔레그램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 어느 곳에서도 후퇴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끝까지 싸우고 있다”면서 “모든 거리, 모든 집, 모든 계단을 둘러싸고 북쪽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일부 언론이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를 포기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프리고진은 이날 “러시아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어느 곳에서도 후퇴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프리고진은 이어 “물론 언론이 군대가 후퇴하기를 바라는 것은 좋으나, (바흐무트) 북쪽 지역과 남쪽, 동쪽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에서 유럽연합 고위 관리들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아무도 바흐무트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물러서지 않고 바흐무트를 위해 계속 싸우겠다. 우리는 바흐무트를 우리의 요새로 여긴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바흐무트 점령에 사활을 건 러시아]


돈바스의 요충지인 바흐무트를 만약 러시아군이 장악한다면 지난해 여름 이후 가장 중요한 전략적 전진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 점령을 위해 푸틴은 용병집단인 바그너그룹을 직접 투입했으며, 프리고진도 바그너의 명예를 걸고 그야말로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교도소에서 차출한 죄수용병들을 바로 바흐무트로 보내 인간방패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CNN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바흐무트에서 바그너그룹 대원들의 공습을 받고 전투 끝에 살아남은 우크라이나 군인 안드리이(Andriy)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안드리이는 바그너그룹과의 전투를 좀비 영화의 한 장면에 빗대며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안드리이가 그렇게 회고한 이유는 “(전투에 참여한 바그너 용병들이) 전우들의 시체를 밟으며, 쌓인 시신 위로 타고 올라왔는데, 그들이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마약을 복용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안드리이가 바흐무트에서 상대한 바그너 용병부대는 한 줄에 10명씩 30m가량으로 늘어선 뒤 정해진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땅을 팠고, 또 다른 10명 그룹이 똑같이 뒤따르는 방식으로 인해전술을 편 것으로 보인다.


안드리이는 이어 “바그너 용병들과 10시간 동안 계속해서 싸웠다”면서 “(적들은) 그저 파도 같은 수준이 아니라 끊임없이 들이닥쳤고, 우리 편은 20명 정도인데 저쪽 편은 200명은 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결국 “첫 공격을 막아냈지만 저들이 계속 나타나 에워쌌다. 예상치 못한 여러 방향에서 공격해 왔다”며 “마지막 총알까지 쏘고 나서 수류탄을 던졌고 우리 부대는 나와 몇 사람만 남았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바그너 용병들의 전투력이 비현실적으로 끈질겼다는 점에서 약물을 투약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한 것이다.


[‘총알받이’로 내몰리는 바그너 용병들]


전투 현장에서도 바그너 용병들은 첫 부대의 탄약이 소진되거나 모두 총에 맞아 쓰러지면 그때서야 좀 더 경험이 있는 전투부대를 측면에서 투입했는데, 이에 대해 안드리이는 “죄수 출신 병사들이 '총알받이'로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안드리이는 이날 전투 과정에서 생포된 바그너그룹의 한 용병의 사연도 들려줬다. 안드리이는 “바그너그룹의 한 용병이 돈을 벌기 위해 마약을 팔다가 붙잡혔는데, 변호사를 꿈꾸는 딸의 앞날에 자신의 범죄기록이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려고 바그너그룹에 지원했다”며 이 용병에게 “자신이 총알받이 운명이란 것을 언제 알았느냐”고 묻자 그는 “첫 번째 전투 임무에 투입됐을 때”라고 답했다고 회상했다.


바그너 용병들이 이렇게 총알받이로 내몰리고 있다는 보도는 이미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묻지마' 인해전술로 사상자 20만명에 다가섰다는 분석이 나왔다”면서 “최근 2개월 사이에만 러시아군 사상자가 최소 8만명 정도 늘어났는데, 이러한 원인으로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에서 구사하는 인해전술이 지목된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러시아 병력은 기관총이 쉴 새 없이 연사되고 포탄이 비처럼 쏟아지는 우크라이나군 진지 앞에 계속 밀어닥친다”면서 “이들은 신병이나 교도소에서 용병으로 자원한 죄수 등으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우크라이나 정규군을 상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콜린 칼 미 국방부 차관은 “러시아군이 대포도 떨어지고 대치할 탄약도 떨어져 대신 죄수들로 인해전술을 편다”고 설명했다.


쿠스티 삼 에스토니아 국방부 차관도 “러시아가 동부 격전지에 투입한 죄수가 4만∼5만명에 달한다”면서 자체 집계를 밝혔다.


NYT는 이러한 추세와 관련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급증하는 자국군 사상자 규모에 개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이 자국에서 정치적 반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전을 2차 세계대전에 겪었던 '고난'과 비슷하게 여겨지도록 틀을 짜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련군의 2차 세계대전 전사자는 800만명에 달했는데, 당시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당시 죄수 100만명 정도를 전장에 보냈다. 푸틴도 바로 이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 사상자 증가로 정치적 지지가 약해지더라도 수십만명까지는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국방부의 삼 차관도 “러시아에서 군인의 생명은 똥값이지만 어떻게 죽든 간에 죽은 군인은 영웅”이라며 “죽은 군인의 공백은 다른 군인으로 메울 수 있고 전사자 숫자는 전쟁에 대한 여론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싸우지 못하겠다 하면 공개총살]


CNN은 또한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에서 탈주해 노르웨이로 달아난 전직 용병 안드레이 메드베데프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메드베데프는 군 복무 경력이 있었던 까닭에 작년 6월 용병계약을 맺은 직후 최격전지 중 하나인 바흐무트에 투입돼 현장 지휘관으로 활동했다.


그는 “처음 자신 아래에 배치된 인원은 10명에 불과했지만, 이후 죄수들을 전쟁에 동원하면서 숫자가 급격히 늘었다”면서 “숫자를 셀 수가 없다. 더 많은 시신이 쌓이면, 내 밑에 더 많은 죄수가 충원되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충원된 병력 중 상당수는 제대로 된 작전 지시조차 받지 못한 채 전장에 내몰려 희생됐다”고 한 메드베데프는 “실질적으로 전술 따위는 없었다. 우리에게 내려진 명령에는 그저 적의 위치 정도만 나와 있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지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바그너그룹 상층부는 사기가 떨어진 용병들을 공포로 다스렸다고 한다. 메드베데프는 “그들은 싸우길 원치 않는 이들을 둘러싸고 신병들의 눈앞에서 총살했다”면서 “전투를 거부한 죄수 두 명을 모두의 앞에서 사살하고 훈련병들이 파낸 참호 안에 매장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바그너그룹을 창립한 프리고진 대표와 러시아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인 드미트리 우트킨에게 직접 보고할 때도 있었다”면서 “이 두 사람은 ‘악마’”라고 불렀다.


매드베데프는 이어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전사한 죄수 출신 용병의 유족에게 1인당 500만 루블(약 8천7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렇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그런 종류의 돈을 지불하길 원치 않았으며 실제로는 (전사자) 다수가 그저 실종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해 말 부대에서 탈주한 메드베데프는 러시아 내에 잠적해 있다가 최근 국경을 넘는 데 성공, 노르웨이에 망명을 신청했다.


[사활건 바그너용병, 바흐무트 상황 주도]


이렇게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바그너 용병들 때문에 바흐무트 상황은 일단 러시아쪽에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 4일(현지시간)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 주에서 러시아 군의 지속적인 추가 투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 말야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도 이날 오전 “러시아 군이 이번 주 들어 바흐무트와 라이만을 집중 공격, 방어선을 무너뜨리려 시도했다”며 “우리 군은 탄력적 대응을 통해 이를 방어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내놓았다.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바흐무트. 우크라이나군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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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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