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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란 핵개발에 美 군사옵션 경고, 혼돈에 빠진 이란 - 이란핵 저지에 美 '군사옵션 배제 안한다' 경고 - 우크라전쟁에서 러시아 지원하는 이란, 기습공격으로 타격 - 이스라엘, 이란 핵기지와 방위산업체 공격 이어갈 가능성
  • 기사등록 2023-02-05 05: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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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핵 저지에 美 '군사옵션 배제 안한다' 경고]


중동이 또다시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두고 미국이 이란을 향해 군사옵션 가능성을 경고하자 이에 대해 이란이 ‘결정적 대응’을 하겠다는 역경고를 하고 나서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선 지난 1월 29일(현지시간)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군사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시사하면서 중동의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AFP에 따르면, 이집트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이 알아라비야 방송 인터뷰에서 군사 행동을 포함한 선택지와 관련한 질문에 “이란이 국제 핵 합의에 복귀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거부했다”면서 “외교적 경로를 더 선호하지만 (군사옵션을 포함한) 모든 것이 탁자 위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언이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사실상 끝났다고 언급한 이후 나온 미국의 공식적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란 핵합의에 대한 사망선고?]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진행되어 온 핵합의 복원 노력이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린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지난해부터 이란핵 합의 복원협상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현재 이란 당국은 이 협상을 이어갈만한 여력이 없다. 이른바 '히잡 미착용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서방이 일제히 제재에 나선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핵합의 동력이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은 대외적으로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공식적인 '사망 선고'를 내리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2월 이란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이란이 핵무기 여러 발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우라늄을 축적했다고 밝히기도 해 과연 핵합의 협상 지속이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그로시 사무총장에 따르면, 이란은 농도 60% 이상의 농축 우라늄 70㎏과 20% 농축 우라늄 1천㎏을 보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이든 대통령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란 핵합의는 이미 물건너 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시점에서 블링컨 장관의 ‘군사옵션 가능성’ 발언도 터져 나온 것이다.


[이란 정부의 반정부시위 탄압도 비판한 블링컨장관]


이란에 대한 군사옵션 가능성 발언은 단순히 이란핵합의 파기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당장 이란 내 반정부 시위 관련한 이란 정부의 폭압적 억압도 미국의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요인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관련해서도 “청년들, 특히 여성들이 기본권을 위해 이란의 거리에서 일어섰지만 정권에 의해 폭력적인 억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 전쟁 관련 러시아에 대한 무기지원도 문제]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도 “이란은 드론과 다른 잠재적인 무기들을 공급하면서 러시아를 지원했다”며 “이는 (우리의) 초점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스라엘도 이란 공세에 가세]


그런데 블링컨장관의 발언과 함께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스라엘의 태도다. 특히 지난 12월 29일 공식출범한 네타냐후 정권이 보수 우파의 상징적 인물이자 최장기 집권(만 15년 2개월) 기록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란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등과의 충돌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미 그러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긴장은 이미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가장 관심을 쏟는 것은 이란이 핵무기를 제조할 가능성과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이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는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강행할 수 있다. 블링컨 장관이 말했던 군사옵션 가능성도 바로 네타냐후 총리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언제든지 가능할 수 있다.


이러한 조짐은 지난 1월 24일(현지시간) 지중해 동부해역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던 '주니퍼 오크 23.2'(Juniper Oak 23.2)라는 이름의 연합훈련을 통해 나타났다.


이스라엘과 지중해 동부 해역에서 양국 육·해·공군이 모두 참여한 이번 합동 군사 훈련에는 양국에서 140대 넘는 항공기와 군함 12척이 동원됐다. 이 훈련에는 F-35, F-15, F-16 등의 전투기는 물론 B-52 전략폭격기와 공중급유기, AH-64 아파치 헬기 등이 포함됐다.


참여 병력도 미군 6천400여명과 이스라엘군 1천100여명 등 7천500여 명에 달해 미국과 동맹국 간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 중 하나로 꼽힐 정도였다.


그런데 UPI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 훈련을 시작하기 전인 18일,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마이클 쿠릴라 사령관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군의 새 지도부와 만나 이란을 비롯한 중동 역내 안보 위협 요인들을 논의했다. 그는 작년 인사청문회에서는 중동의 가장 불안정한 요인으로 이란을 꼽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군사훈련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최근 미국 유대인 위원회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는 것이 양국의 목표라고 말했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이 매체는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예루살렘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란 핵 프로그램이 주요 의제였다고 dpa 통신은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외교에도 돌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 이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드론(무인기)을 공급한다는 점, 자국의 민주화 시위를 탄압한다는 점을 들면서 이란핵합의 복원이 불가능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이란에 강경한 태도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네타냐후는 이런 관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립적 태도를 버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싱크탱크 장조레스 재단의 연구원 다비드 칼파는 “우크라이나 카드로 대이란 전선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설득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도 네타냐후 총리와의 만찬이 끝난 뒤 성명을 통해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지속하면 대가를 치르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 강조했다. 네타냐후의 설득이 통했다는 의미다.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밤, 이란 중부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이스파한의 방위산업단지를 정체불명의 ‘자폭 드론’이 공격하는 일이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개발과 군사적 야심을 억제할 방안을 찾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란의 방어 기지를 겨냥한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을 성공한 작전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이란의 방위산업단지에 대한 드론의 공격은 이란을 향한 서방의 경고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군사용 드론 수백대를 공급하면서 핵 개발로 서방과 대립각을 세워 왔는데, 이스라엘이 직접 이란에 대한 파상공격으로 러시아를 후방 지원하는 이란을 향해 보복성 공격에 나섰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에 공격받은 방위산업기지가 이란의 무기 생산 공장으로, 미국의 탄도미사일 관련 제재 대상 중 하나인 이란우주연구센터(ISRC) 부지 인근에 있다.


이스라엘 정보분석가 로넌 솔로몬은 “국방부와 센터의 부지가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연구소가 국방부의 첨단 무기 생산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WSJ은 “이번 드론 공습은 불안정한 이란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 협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고 봤다. 특히 이번 드론 공격이 미국-이스라엘 합동군사훈련과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예고 없는 이스라엘 방문. 30일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문과 맞물리고 있다는 점도 아주 의미가 있다.


[반발하는 이란, ‘미국 태도가 도발적’]


이란 정부는 30일(현지시간)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위협적인 발언들’에 대응해서 앞으로 이란의 영토와 국익에 대한 어떤 공격에도 ‘결정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이란에 대해 이스라엘이 다양한 방법으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이란의 처신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란이 국내적으로도 히잡시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젠 이스라엘이 핵기지 공격 또는 방위산업 단지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 온다면 이란의 처지는 그야말로 난감해질 것이다. 특히 이란에게는 러시아를 향해 무기를 지원하는 행동 자체도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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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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