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분열된 러시아군, 전쟁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 바그너그룹과 러시아 국방부간 주도권 싸움 격화 - 흔들리는 지휘체계, 전쟁 사령관까지 교체 - 러시아 국방장관을 꿈꾸는 프리고진
  • 기사등록 2023-01-16 04:55:46
기사수정



[바그너그룹과 러시아 국방부간 주도권 싸움 격화]


우크라이나 전쟁이 사실상 러시아의 실패로 귀결되고 있지만 그 와중에 그나마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솔레다르에서의 전투를 두고 용병집단인 바그너그룹과 러시아 국방부간에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자 지면에서 “우크라이나의 한 마을 점령을 둘러싸고 러시아내 세력간 균열이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솔레다르를 점령했다고 발표했지만 용병그룹 바그너는 그 전과는 러시아군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자신들이 전투를 치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충돌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14일(현지시간) "동부 전선 솔레다르에서 러시아군과 격전을 벌이고 있지만, 자국이 여전히 해당 지역을 통제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면서 “러시아 국방부와 용병 바그너그룹간 전과 다툼이 격해지면서 서로 자신의 공을 내세우려고 이미 솔레다르를 점령했다고 과대포장해 선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동부 도네츠크에서 수개월째 계속된 바흐무트 공략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대신 솔레다르에 공세를 집중했다. 솔레다르는 최근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이다. 이곳은 남쪽 바흐무트와 북쪽 시베르스크를 잇는 주요 방어선 중간에 위치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공다툼은 러시아 국방부과 용병 바그너그룹이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대표가 “바그너 그룹이 솔레다르를 완전히 점령했으며 우리 외 그 누구도 이번 공격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솔레다르 점령이 오로지 자신들의 전과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러시아 국방부는 “솔레다르에서의 전투는 아직 진행 중”이라면서 프리고진의 발표를 일축했다.


11일(현지시간)에는 러시아 국방부가 “러시아 정규군의 공수부대가 솔레다르와 그 주변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바그너 그룹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12일(현지시간)에는 바그너 그룹이 텔레그램에 “솔레다르 공격은 바그너 그룹이 독자적으로 수행했고, 러시아군의 공수부대는 그쪽 근처로는 파견되지도 않았다”면서 동영상을 게시했다. 동영상에서 신원이 확실치 않은 두 남성은 지하 벙커로 보이는 곳에서 “우리는 공수부대 장교이며 이번 솔레다르 공격에 공수부대가 가담하지 않았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 국방부 간 주장이 완전히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흔들리는 지휘체계, 전쟁 사령관까지 교체]


이런 와중에 러시아군의 총사령관이 전격 교체됐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휘하는 통합사령관이 3개월만에 세르게이 수로비킨(56)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으로 교체된 것이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1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이날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러한 전쟁사령관 전격 교체 배경이 러시아 국방부와 용병 바그너그룹간의 알력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전격 교체된 세르게이 수로비킨이 바그너그룹 수장 프리고진의 사람이어서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자신의 심복으로 전격 교체를 단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바그너그룹이 솔레다르 점령에 전력을 투구하는 것도 러시아 정규군이 뚫지도 못하고 패전을 계속하고 있지만 바그너그룹은 푸틴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군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위 성격이 강하다.


프리고진은 최근 몇 달 동안 스스로를 러시아에 없어서는 안 되는 군사지도자로 자리매김하면서 러시아 국방부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또 수천 명의 죄수들을 용병부대에 합류시켜 러시아군 서열을 흔들고 훈장을 받고 전사자 묘지를 방문하면서 자신이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전선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홍보해왔다.


프리고진은 이번 주에도 러시아군이 거둔 최대 승리를 가능케 한 인물로 스스로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솔레다르를 점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완전군장 차림의 프리고진은 솔레다르 소금광산이라는 곳에서 자신의 부대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프리고진은 이어 자신의 부대원들 앞에서 “우리 내부의 관료주의와 부패를 척결해야 우크라이나와 나토를 이길 수 있다. 부패한 관료들이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하는 게 문제다. 저들은 새해를 맞아 샴페인을 마신다”고 했다.


[러시아 국방장관을 꿈꾸는 프리고진]


그렇다면 프리고진은 왜 이렇게 러시아 정규군을 무시하고 또 윽박지르는 것일까? NYT는 이에 대해 지난 11일(현지시간) “패배를 거듭해 온 러시아군의 실패를 강조하면서 러시아 엘리트들을 비난해온 프리고진이 러시아의 권력구도를 변화시키고 있다”면서 “이러한 프리고진의 국방부 공격은 자신이 국방장관이 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실 세르게이 쇼이구 현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심복 중의 심복이다. 그런데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 또한 푸틴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또다른 심복이다. 프리고진은 그동안 용병집단인 바그너그룹을 푸틴의 사병처럼 세계 각국의 분쟁에 개입하면서 푸틴의 대리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핵심 권력그룹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권부에 워낙 강한 울타리가 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처절한 실패는 프리고진에게 러시아 권력을 향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이제까지 바그너그룹과 푸틴과의 연계성 자체를 철저히 부인해 오던 프리고진이 마침내 커밍아웃을 했고, 공식적으로 러시아내에 바그너그룹 본부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아예 이름을 드러내 놓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프리고진은 푸틴의 신뢰를 얻기 위해 러시아 정규군이 대처하기 어려운 전투에 집중적으로 참여해 악명을 떨쳤다. 그 와중에 러시아 정규군과 지휘부의 무능을 강력하게 비판해 왔다.


지난 12월에도 바그너그룹은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탄약을 제공하지 않아 용병그룹 군인들이 전사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동영상을 배포했다. 이후 프리고진은 “따듯한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전선의 문제점은 듣기 어렵다”고 러시아군 장성들을 비판했다.


또 프리고진과 관련된 유명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 존(회색지대)’은 우크라이나군을 폭격해 600명을 사살했다고 밝힌 러시아 국방부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면서 일침을 가했다.


프리고진의 이러한 행동은 결국 현재 국방부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정규군 세력을 집중 공격함으로써 푸틴에게 오직 바그너그룹만이 승리의 대안임을 상기시키면서 푸틴의 지지를 얻어내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이에 대해 푸틴의 전 연설 작성자인 압바스 갈랴모프는 “프리고진이 솔레다르 점령을 강조하는 건 그의 정치적 야심을 보여주며 크렘린 외부 인사가 우크라이나 전쟁 실패를 기회삼아 측근 세력을 공격하는 것”이라면서 “프리고진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몰아내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러시아 극우 세력들도 푸틴 측근인 쇼이구 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실패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갈랴모프는 이어 “푸틴이 군의 성공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에 군의 효율을 제고할 인물을 국방장관에 앉히려 할 것”이라며 “예전에는 프리고진을 국방장관을 시키는 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러시아에서는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프리고진에 대한 러시아 국방부의 반격]


이러한 프리고진의 러시아 국방부 반격에 대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일단 프리고진의 사람인 세르게이를 강등시키면서 주도권 싸움에서 일단 승리를 했다. 이러한 인사가 푸틴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CNN은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누가 전훈을 세우는가의 여부가 바그너 그룹과 국방부 간 권력 구조를 개편할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런 차원에서 러시아 국방부도 프리고진이 모든 것을 퍼붓고 있는 솔레다르에 숟가락을 얹었다. 솔레다르에서 승리를 한다 해도 프리고진만의 공으로 돌리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심산이다.


분명한 것은 솔레다르를 러시아가 점령한다해도 우크라이나 전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마치 솔레다르 전투가 전쟁의 향방을 좌우한다고 할 정도로 러시아가 과대 평가를 하는데는 이러한 러시아내 군부의 분열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소통하지도 않고 분열되어 있는 러시아군으로 앞으로 이어질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397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