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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가 ‘독이 든 성배’ 전쟁 사령관을 교체한 이유? - 수로비킨 장군 강등, 게라시모프가 총괄하는 체제 - 수로비킨, 바그너그룹 프리고진 견제 의미도 있는 듯 - 전쟁과는 관련없는 권력투쟁 인사, 지리멸렬한 러시아군
  • 기사등록 2023-01-13 1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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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색' 러, 우크라전 사령관 3개월만에 또 교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휘하는 통합사령관이 3개월만에 세르게이 수로비킨(56)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으로 교체됐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1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이날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면서 “작년 10월 통합사령관에 임명돼 우크라이나전을 지휘해온 수로비킨은 올레그 살류코프 육군 대장, 알렉세이 킴 참모차장 등과 함께 통합 부사령관으로서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보좌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인사에 대해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지칭)에서 더 높은 직급이 작전 명령을 내리도록 한 것은 각 부대 활동을 긴밀하게 조정하고 모든 병참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통합사령관 직급을 높인 것에 대해 크렘린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 지휘권자에게 무게감을 실어주려는 것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다.


[수로비킨이 강등된 이유는?]


그러나 텔레그래프는 “세르게이 수로비킨 장군이 주도한 우크라이나 전력망 폭격 작전이 실패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사실상 강등된 것”이라 전했다. 또한 수로비킨의 권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려는 내부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무자비함과 잔인함으로 '아마겟돈 장군'으로 불리는 수로비킨은 2017년 시리아 내전에서 무차별 폭격과 화학무기 공격 등으로 현 시리아 정부가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 취임 뒤에는 우크라이나 전력과 상수도 등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주도했다.


수로비킨은 더불어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핵심 지지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 텔레그래프는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솔레다르를 장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에 대한 직접적인 질책의 일환으로 이번 인사가 단행된 것”이라 해석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바흐무트와 솔레다르 전투를 주도한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군 부대로부터 솔레다르를 완전히 해방시켰으며, 항복을 원하지 않는 부대는 파괴됐다”면서 “500명의 우크라이나군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프리고진은 “이번 솔레다르의 점령에 러시아 정규군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면서 소금광산으로 추정되는 입구에 서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바그너그룹의 솔레다르 장악 주장에 대해 크렘린궁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도 “11일(현지시간) 오후 7시 현재 우크라이나의 군대가 여전히 솔레다르와 도네츠크 인근 도시인 바흐무트를 점령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솔레다르가 러시아에 의해 점령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완전한 거짓말”이라 밝혔다.


이런 측면에서 수로비킨의 강등이 프리고진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상당한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군사분석가인 롭리(Rob Lee)도 “게라시모프 장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총사령관으로 등극한 것은 전쟁에서 바그너그룹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는 것에 대한 견제의 성격이 있는 대응이 될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특히 그동안 프리고진이 정규군의 무능을 탓하며 강력하게 비판을 해온데다가 이번에 또 솔레다르와 바흐무트 전투에서의 러시아 정규군의 부적절한 군사적 행동을 또 규탄하자, 러시아 군부내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며 그러한 불만이 이번 인사로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다.


같은 개념에서 지난해 9월 하루키우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대대적인 패배를 당한 후 람잔 카디로프 체첸 수장과 프로고진이 무능한 군이라 비판하자 당시 책임자였던 알렉산드르 라핀 중부사령관이 사임한 바 있었는데, 그도 지난 9일 러시아 지상군 참모총장으로 승진하면서 원대복귀했다.


2017년 중부사령관에 임명된 라핀은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육군의 작전 지휘를 총괄했다. 작년 7월까지만 해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영웅'이라고 추켜세우던 인물이었으나 같은 해 10월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등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밀리던 끝에 요충지인 리만까지 내주면서 라핀이 그 책임을 지게 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런데 그렇게 물러났던 라핀이 3개월 만에 육군 참모총장으로 승진해 다시 지상군 작전을 총지휘하게 됐다는 점을 두고 러시아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군 정보장교 출신의 극우주의 평론가 이고르 스트렐코프는 지난해 리만 등지에서 러시아군이 패퇴한 사실을 두고 라핀의 지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를 비판한 바 있다.


[전쟁과는 관련없는 권력투쟁 인사]


NYT는 이번 러시아군부의 전쟁 사령관 교체에 대해 전쟁의 성패나 진전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단지 군부내 권력투쟁으로 인한 인사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다시말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크렘린 내에서는 권력투쟁이 계속돼 왔었는데 수로비킨 사령관 경질도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군사분석가인 롭리(Rob Lee)도 이와 관련해 “수로비킨 경질은 실패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로비킨이 권력이 너무 커지면서 쇼이구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제치고 푸틴 대통령과 직접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러시아 안보 문제 전문가인 마크 갈레오티(Mark Galeotti) 교수도 트위터에서 “푸틴 대통령이 게라시모프를 통합사령관에 임명한 것은 중요하다”며 “이는 수로비킨에겐 암묵적 강등일 수 있지만 게라시모프에겐 '독이 든 성배' 일 수 있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군은 이제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지휘로 새로운 공세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푸틴 대통령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는 상황에서 게라시모프가 승리하지 못하면 그의 군 경력은 불명예로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편된 러시아 군부, 제대로 작동될까?]


문제는 새로운 지휘체계를 러시아군이 구축하기는 했지만 새 인물들도 아니며 논란이 많은데다 권력투쟁의 핵심에 있는 인물들이 다시 중용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지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지 의문이 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질적 체제가 제대로 작동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상 권력투쟁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시스템으로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이고, 동시에 러시아 군부를 장악하려는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과의 갈등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의 여부도 전쟁과는 관계없는 또다른 골칫거리다.


아마도 프리고진은 그동안 해 왔던대로 러시아 군부의 공식적인 명령체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독단적 작전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작전에 대한 사전 협의나 공동작전 등을 프리고진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성과로 자신만의 공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가오는 대공세의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군은 이른 봄에 러시아의 대공세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발레리 잘루즈니(Valery Zaluzhny) 장군은 지난 12월, 이코노미스트에 “그들(러시아군)은 100% 준비되고 있다”면서 “빠르면 1월말, 늦어도 3월에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대공세에 대해 러시아 내부에서 조차 성공 가능성을 희미하게 보고 있다. 이 공세의 핵심에는 지난해 9월에 징집된 병사들일 것이고, 또한 아직까지 대공세를 할 무기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작전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바(Rybar)'라는 가명으로 팔로워가 100만명이 넘는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러시아군 분석가는 “이번 군 개편이 성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혹평하면서 “기적이 일어나는 것 말고는 러시아군에게는 승산이 없다”고 단정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금 탄약과 미사일 재고가 거의 바닥이 났다. 그런데 이를 보충할 뚜렷한 방법도 없다. CNN은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군의 포격이 가장 치열했을 때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최근까지 러시아의 무기 부족 현상에 대한 지적은 주로 정밀 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등 첨단무기에 집중됐으나, 이제는 탄약 등 재래식 무기의 공급도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러시아군이 생산된 지 40년이 넘은 탄약을 사용하는 것이 확인된 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욕적으로 군 지휘부를 개편했지만 과연 그러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될지가 주목거리다. 아무리 군 지휘부를 개편한들 싸울 의욕이 별로 없는 러시아군이 과연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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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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