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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푸틴 미쳤다!”, 중국이 러시아를 비판한 이유? - 러시아 패전으로 쇠퇴 예상, 푸틴과 거리두는 시진핑 - 시진핑 만난 푸틴, 우크라 전쟁 관련 잘못된 정보 제공 - 충격받은 중국, 외교부내 러시아 인맥 문책
  • 기사등록 2023-01-13 07: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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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러시아 쇠퇴 예상해 푸틴과 거리두기]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 재설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지난해 러시아와 경제·군사 협력을 확대하며 관계 강화에 나섰던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가 점점 쇠퇴할 것으로 예상하고 러시아와 거리두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경제·외교적으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어 ‘약소국(minor power)’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념적인 측면만 고려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외교의 최우선에 둔다면 중국의 국익에도 엄청난 손해가 올 수 있다고 중국 지도부가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 3기를 시작하는 중국의 새 지도부는 러시아와의 말착관계가 주는 이점보다 오히려 중국의 장래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러시아와의 거리두기를 하면서 대신 유럽과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것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국전문가인 유지에(Yu Jie)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은 외교적으로 서방의 모든 국가와 경쟁하길 원하지 않고, 다자외교 무대에서 고립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면서 중국이 러시아와 밀착할 이점이 현저하게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FT "中관리, '푸틴 미쳤다' 신랄 비판]


실제로 지난 12월,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간에 양자관계 심화를 위한 화상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푸틴이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을 요구했지만 중국의 고위관리들은 FT에 이날 정상회담에서 화기애애한 관계 밀착 내용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서 중국과 러시아간의 견해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날이 갈수록 러시아군이 패퇴하면서 패배의 기색이 역력해지자 중국 공산당 고위층 사이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불신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문제를 다루는 한 중국 관리는 FT에 “푸틴은 미쳤다”면서 “중국은 러시아를 지지해서는 안된다”고 신랄하게 비판할 정도로 러시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더더욱 이러한 러시아에 대한 불신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결정하고도, 사전에 중국에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서 불신이 싹텄으며, 동시에 중국은 러시아가 전면 침공이 아닌 제한적인 군사 개입을 할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도 내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20일전인 베이징에서 시진핑과 푸틴이 만나 회담한 후 발표된 공동성명의 흐름과는 상당히 상반된 것이다. 당시 성명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에는 한계가 없다”면서 군사적 지원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었다.


FT는 이와 관련해 “양 정상의 대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취재를 종합해 보면, 푸틴이 시진핑에게 동우크라이나의 분리주의자들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해 인도주의적 재앙을 초래한다면 러시아는 이에 대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 말했고, 시진핑도 이에 적극 동조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시진핑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2월 24일,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자 중국의 외교 책임자들이 푸틴을 향해 “저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하면서 흥분했다는 것이다.


[충격받은 중국, 외교부내 러시아 인맥 문책]


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것에 대해 중국의 외교부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차기 외교부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러위청(樂玉成) 전 외교부 부부장을 돌연 중국의 방송규제 당국인 국가광전총국 부국장으로 강등시켰는데, 그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해 그 책임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위청은 1986년 외교부에 입부해 정책기획국장과 카자흐스탄·인도 주재 중국 대사 등을 거친 정통 외교관료로, 중국 외교부 내 최고의 러시아 전문가로 꼽힌다. 그런 그를 전문 분야와는 전혀 무관한 TV와 라디오 방송 등을 총괄 관리하는 광전총국 부국장에 임명한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와는 거리두면서 외교적 고립 탈피하려는 중국]


결국 중국이 이렇게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것은 러시아의 외교적 고립이 중국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FT도 중국의 행보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사전에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와 한통속으로 묶이는 것을 막고, 서방과 가까워지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외교적 고립과 관련해 러시아와의 동등한 대우를 받지 않기 위해 상당한 외교적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이를 위해 인적 쇄신도 단행했다. 그간 미국 등 서방에 유독 강경한 발언을 했던 자오리젠(赵立坚) 중국 외교부 공식 대변인이 최근 영토·해양 영유권 분쟁을 관할하는 국경·해양사무사 부사장으로 갑자기 자리를 옮긴 것도 이러한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자오리젠은 SNS 팔로워만 100만명으로 이를 이용해 서방진영을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해 왔다.


또한 중국은 유럽사회에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유럽의 지도자들을 안심시키려 하고 있다.


FT는 이에 대해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부각하면서 동시에 우크라이나 재건에도 힘을 쓸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시진핑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도 자신이 평화의 편에 서 있음을 강조한 것도 사실 유럽사회에 손을 내밀려는 책략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중국의 외교적 노력에 대해 홍콩침례대학의 중국 전문가인 장 피에르 카베스탄 정치학 명예교수는 “중국은 주요 경제 파트너인 선진국들이 자국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뿐만 아니라 한국·일본·베트남 등 미국과 친밀한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열심히 연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중국의 노력은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T는 중국과 유럽의 관계가 다소 개선됐다는 신호도 속속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2월엔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이 방중한 것이 그 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올 초 방중할 예정이다. 숄츠 총리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중국과의 관계 단절)은 없다”고 했고, 마크롱 대통령도 비슷한 입장이라고 FT는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푸단대 유럽연구센터의 딩춘(丁純) 소장은 “유럽은 미국과 달리, 중국과의 분리를 옹호하지 않고 전략적 독립을 추구해 중국과의 관계가 크게 호전되고 있다”면서 “다만 이 관계가 얼마나 진전될지는 미지수이며, 지나친 기대를 해선 안 된다”고 했다.


FT도 EU의 관료들과 회원국들 일부는 중국이 푸틴과의 전쟁을 지지하고 있으며, 사진핑이 전쟁을 종식시키도록 압력을 가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러시아의 푸틴에 대한 시진핑의 역할이 과연 어느 정도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7일,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지만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서방진영이 중국에 대해 그러한 역할을 희망하는 것 역시 사실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중국에 대해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또한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푸틴의 오판을 부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중국에의 높은 무역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실제로 EU는 지난해 10월, 중국과의 정치적 거리두기를 촉구한 바 있다.


[러시아에게 등 돌리지는 않을 것]


다만 FT는 중국이 러시아에 완전히 등을 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푸틴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서 유용한 협상 카드가 될 것으로 여기고 있어서다. 일례로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는 등 중재자 역할을 맡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면서 자신의 가치를 부각하려 하고 있다.


[중국의 본색은 변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본색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패색이 짙어지자 이익을 쫓아 유럽에 추파를 던진다는 것은 사실 이익을 쫓아 새로운 줄서기를 시도하는 것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중국은 그동안 유엔 등에서 철저하게 러시아를 옹호해 왔으며,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 북한을 끌어 안았다. 그것이 중국의 본색이다.


따라서 새롭게 화장을 고치고 유럽에 추파를 던지는 것에 대해 중국의 본색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언제든지 표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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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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