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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혼돈의 美하원, 공화당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 美공화당 자중지란, 164년만의 초유의 사태 - 공화당내 20명의 프리덤 코커스 그룹이 반란 주도 - 의사당서 팝콘 먹으며 즐기는 민주당
  • 기사등록 2023-01-07 06: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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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화당 자중지란, 164년만의 초유의 사태]


미국 의회가 하원의장의 선출 불발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개원한 지 3일이나 지난 5일(현지시간)까지도 하원의장 선출에 실패했기 떄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수당으로 의장 선출의 열쇠를 쥔 공화당에서 반란표가 계속 나오면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서다.



블룸버그는 6일(현지시간)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가 11번째 이어졌으나 공화당이 내정한 캐빈 메카시(Kevin McCarthy) 원내대표를 하원의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공화당내 강경파 20명이 반대하면서 결국 실패했다”면서 “이는 미국 의회 역사상 1859년 이래 164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매카시는 공화당내 강경파들을 만나 이들 주장을 상당히 받아들이겠다며 조정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지금의 사태를 타개할 획기적인 계기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재적 의원 434명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공화당 매카시 원내대표는 공화당 소속 222명 가운데 200명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반면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212표를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받았으며, 공화당 강경파는 처음에는 바이런 도널드(공화·플로리다) 후보에게 19표를 던졌다가 11차 투표에서는 매카시가 아닌 다른 후보들을 찬성하는 분산표를 던졌다. 결국 과반수인 217명을 상회하는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의장 선출이 무산된 것이다. 이렇게 공화당은 분열된 반면 민주당은 똘똘 뭉쳐 하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원은 일단 현지시간으로 13일 정오(한국시간 14일 오전 2시)까지 투표를 미루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있지만 어느 누구도 원만한 타협을 장담하지는 못하고 있다. 변수는 또 하나 있다. 공화당 소속의 4명의 의원들이 가족문제로 인해 워싱턴DC를 떠나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16일 원요일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강경파들은 누구인가?]


매카시 원내대표의 하원의장 선출을 가로막고 있는 이들은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라 이름 붙여진 공화당내 극우 의원들로 3차 투표에서 20표의 지지를 받은 짐 조던 의원(오하이오)이 만든 조직이다.


공교롭게도 조던 의원은 매카시 원내대표에 대해 지지를 호소했고, 실제 본인은 매카시 원내대표에게 투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바이런 도널드 의원(플로리다)을 내세워 매카시의 하원의장 선출을 가로막고 있다.


이렇게 '반(反)매카시'의 선두에 서 있는 이는 매트 가에츠 의원(플로리다)이다. 그는 이날 비공개회의 뒤 언론에 "밤새도록, 한 주 내내, 한 달 내내 투표할 것이며 결코 그 사람(매카시)에는 투표를 안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CNN이 전했다.


그런데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20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체 공화당 의원(222명) 중 5분의 1가량이 프리덤 코커스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프리덤 코커스 멤버 중에서도 초강경파가 이번 공화당 내분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의원들이 2020년 대선을 부정선거로 보는 선거 부정론자들이고,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트럼프 인사들'이다. NYT의 분석에 의하면, 매카시에 지속적으로 반대표를 던진 20명의 의원 가운데 12명은 2020년 대선의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이들이고, 이들중 17명은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의 지지를 받았던 이들이다.


실제로 가에츠 의원은 이날 호명을 받으면 지지 후보를 밝히는 식으로 진행되는 7~8차 하원의장 투표에서 '엉뚱하게' 하원 의장 후보 자격조차 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으로 답하며 트럼프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


문제는 공화당내의 반란표가 계속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나서 매카시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며 당의 단합을 호소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매카시 하원의장'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 강경파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강경한 보수 유권자들을 대변한다는 이들의 투쟁 동기는 이른바 야당인 공화당의 야성(野性)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매카시 의원의 하원의장 선출을 반대하는 것은 그가 원내대표로 공화당을 이끌면서 민주당과 지나치게 협상했다는 이유를 든다.


그래서 이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가열차게 대(對)정부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매카시 원내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의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매카시를 의장으로 선출하려면 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하원 의사규칙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 2015년 첫 하원의장 도전을 꿈꾸며 당내 경선에 나섰을 때 매카시의 원내대표 선출을 반대해 좌절시킨 경력이 있다. 그러니까 매카시 원내대표와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의 대치는 이번이 두 번째 악연인 셈이다.


[공화당 강경파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질까?]


이렇게 20명의 꼬리가 공화당이라는 몸통을 뒤흔드는 이번 사태로 이들 강경파들의 프리덤 코커스는 당 안팎에 존재감을 재확인시켰을 뿐만 아니라 매카시 원내대표와 협상을 통해 일부 약속도 받아내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대표적 요구 사항 중 하나인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제출 기준 완화를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이 사안이 쟁점이 되었던 것은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은 그동안 당초 지도부만 제출할 수 있었는데 이를 의원 5명으로 낮춘 데 이어, 강경파가 요구한 대로 개별 의원도 제출할 수 있도록 양보해서다.


매카시 측은 또한 하원 운영위에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을 더 많이 배치하겠다고 하는 등 다른 양보안도 제시했다.


[프리덤 코카스에 대해 부는 역풍]


문제는 이들의 반 매카시 투쟁이 성공한다해도 이들에게는 상당한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에 이들 프러덤코커스에 의해 하원의장 해임을 요구받은 바 있었던 존 베이너는 한 인터뷰에서 “그들은 무정부주의자이며 완전한 혼돈(chaos)을 원한다”면서 “다 부수고 새로 시작하자는 것이 그들의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고 PBS가 보도했다.


또한 보수 성향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3일 하원의장 선출이 불발된 후 게재한 사설에서 “공화당의 카오스(chaos·혼돈) 코커스가 돌아왔다”면서 비판했다.


역시 보수성향의 폭스뉴스도 4일(현지시간) 反매카시파들을 향해 “이들의 저항은 비생산적이고 무익하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콜로라도주의 공화당 하원의원 켄 벅(Ken Buck)도 지난 4일(현지시간) CNN에 “공화당은 프리덤 코커스에 속한 20명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사당서 팝콘 먹으며 즐기는 민주당]


이러한 공화당의 분란에 대해 민주당은 한마디로 ‘팝콘각’이다. 실제로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 일부 의원들이 '팝콘'을 들고 등원하는 이색 광경이 펼쳐졌다. 영국의 BBC를 비롯한 언론들은 4일(현지시간) 미 공화당이 자중지란을 수습하지 못해 연이틀 신임 하원의장 선출이 불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이를 집중 조명했다.


이러한 혼란 때문에 줄곧 담담한 모습을 보인 매카시 원내대표마저 이날은 다소 동요하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BBC는 전했다. 안경을 만지작거리거나 전화기를 응시하다 회의장 밖으로 나가 다른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불안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사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어차피 하원의장직 선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화당의 20명이 반란을 일으켜도 그냥 매카시를 민주당 의원들이 지지해 버리면 하원의 혼란도 막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공화당의 이러한 혼란이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공화당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덩달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이어갈 수 있어서다. 그래서 공화당의 혼란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 팝콘이 가득 든 통을 안고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사진을 찍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게재했다.


테드 리우(캘리포니아)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하원 본회의장에 가는 길"이라며 자신의 의원실 앞에서 팝콘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루빈 가예고(애리조나) 의원도 트위터에서 "우리는 공화당이 일관된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 팝콘을 터뜨릴 것이다"라고 거들었다.


이와 관련해 공화당의 캐맥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그들은 우리가 서로 싸우기를 원한다”며 “저기 오는 팝콘과 담요, 술을 보면 분명하다”고 지적했으나, 혼란은 수습되지 않았다고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꼬집었다.


이렇게 공화당내 분란은 2년후 있게 될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해야 할 상황에서 그야말로 공화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적전분열이라 할 것이다. 과연 프리덤 코커스의 이라한 행동이 자신들이 지지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과연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공화당의 모습을 보면서 민주당은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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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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