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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내리막길 자전거 탄 푸틴, 전쟁 계속하는 이유? - 2023년, 푸틴의 운명을 좌우할 해가 될 것 - 패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 전쟁 지속하면서 살아갈 길 획책 - 유럽 이상 고온, 에너지 무기화 카드도 힘 잃어
  • 기사등록 2023-01-05 06: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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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장기전 준비하는 푸틴]


사실상 패배의 기운이 짙어진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휴전하자는 말과는 달리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자에서 “러시아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푸틴은 전쟁의 장기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푸틴이 새해 전날 공개한 영상에서도 군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싸워야 하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이젠 전쟁이라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푸틴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특수군사작전’이라고 부르며 오로지 우크라이나 영토내에서만 벌어지는 러시아 영토 회복작전이라 치부하면서 러시아인들의 일상적인 삶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애써 강조해 왔었다.


그러나 단기전으로 끝내려 했던 전쟁이 예상밖으로 길어지고 더불어 초기의 기세등등하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오히려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이어 전쟁동원령도 내렸고 급기야 수많은 희생자들이 나오면서 푸틴은 전쟁을 공식화하고 더불어 러시아인들이 전쟁을 실생활에서 대면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러시아인들이 삶의 현장에서 전쟁을 현실로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푸틴에게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하고, 동시에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불편한 속내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 점령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마키이우카(Makiivka)에서 벌어진 대참사 소식이 러시아 내부에 대대적으로 퍼져 나가자 분위기 악화를 우려한 크렘린궁은 수많은 희생자를 낸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푸틴에게 초점이 맞춰지지 않도록 병사들에게 휴대폰을 사용하도록 만든 군 지도부를 비난하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복수심을 불러 일으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러시아 국영언론들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전쟁에 책임이 있는 어떠한 당사자들에 대한 비판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러시아 국방부는 사망자 가족들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크렘린궁의 이러한 대응은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4월 흑해에서 벌어진 모스크바함 침몰 사건 때는 우크라이나 미사일에 맞아 침몰했다는 뉴스를 절대적으로 은폐하면서 심지어 희생자에 대해서까지 철저하게 함구하고 넘어갔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 참사에 대해 숨기고 일관되게 부인을 해 왔던 크렘린 궁이 이렇게 신속하게 참사 소식을 전하면서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을 공식화한 것은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상화하면서 이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동시에 전쟁을 일상속의 이슈로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푸틴의 이러한 접근은 그동안의 전통을 깨고 푸틴의 새해 연설을 군기지에서 군복을 입은 사람들 앞에서 실시했다는 데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푸틴은 그 연설에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파괴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방세계는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분열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침탈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던 푸틴의 전쟁을 이젠 러시아와 서방세계와의 대결이라 프레임을 제시하면서 자신이 지금 의로운 전쟁, 러시아를 지키기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고 러시아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이미 우크라이나 점령이라는 푸틴의 원대한 꿈을 이미 포기했다. 지금의 현실적인 목표는 지금까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지키는 일이다. 러시아 총참모장인 게라시모프도 지난 12월 22일 “러시아의 현재 초점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나머지 도네츠크 지역을 점령하려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푸틴이 장기전을 준비하는 이유?]


푸틴은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또한 이미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영토를 지키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는 점 역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더 후퇴하면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내놓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젠 푸틴의 안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푸틴의 전쟁’이 아닌 ‘러시아의 전쟁’으로 프레임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표토르 대제의 꿈을 말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원래 러시아 영토였으니 러시아의 속국으로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자신이 ‘부활한 표토르 대제’라는 이미지 동일시를 추구했다. 다시말해 우크라이나를 속국화하면서 자신을 전쟁 영웅으로 만들고, 이를 발판으로 다가오는 선거에서 또다시 압승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푸틴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 패전의 분위기가 짙어지는 지금 상황에서 전쟁의 명분을 우크라이나 속국화가 아닌 서방세계와의 대결로 전환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동시에 이제는 러시아의 전쟁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면서 전쟁 성패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방국가들에 대응해야 할 러시아 국민 모두의 책임으로 돌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전쟁의 장기화를 대비할 수 있어서다.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이 패배로 끝나게 되면, 푸틴의 정치적 생명도 같이 끝나게 된다. 푸틴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러한 일 만큼은 막으려 한다. 그래서 푸틴은 결코 전쟁이 끝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물론 예외는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인정해 주는 조건으로 휴전한다면 푸틴은 체면을 세울 수 있기 떄문에 얼마든지 휴전을 승인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휴전 조건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의해 거부당했고, 미국 역시 전혀 거론할 가치가 없는 조건이라고 묵살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푸틴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전쟁을 길게 끌고 가는 것이다. 마치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자전거에 푸틴이 타고 있는 형국이다. 그 자전거가 스톱하면 푸틴은 죽는다. 어떻게든 내리막길을 연장시켜야 한다. 그래야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푸틴이 꾀하는 전쟁의 장기화는 푸틴 저 혼자 살고자 러시아 국민들을 인질로 삼아 전쟁터로 내모는 격이라 정리할 수 있다. 동시에 지금까지 전쟁의 실패 책임에서 푸틴은 벗어나려 하고 있다. 자신에게 그동안 전쟁의 실패 책임이 돌아오지 않도록 선수를 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푸틴은 이제 전쟁의 일상화를 추구할 것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이 제2의 전쟁 동원령이다. 이에 대해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 12월 3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수일 내에 남성들의 출국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할 계획이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위해 또 다른 동원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레즈니코프 장관은 “추가 동원령이 대부분 대도시에 거주하는 예비군들에게 내려질 것”이라며 “추가로 동원령을 내리는 것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열세에 몰리면서 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또한 러시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전쟁 상황을 알리면서 전쟁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들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전장 상황이 러시아에게는 그야말로 불리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란과 북한에서까지 미사일과 드론을 수입해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하고 있다.


어쩌면 마지막 남은 식량을 다 털어 먹고 ‘이젠 죽자’고 결의하는 사람들 같아 보이기도 한다. 지금의 러시아 공격은 휴전을 재촉하기 위한 공세이지만 우크라이나는 예상외로 잘 버티고 있다. 오히려 역공을 가하면서 러시아를 괴롭히고 있다. 그러니 푸틴이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2023년이 푸틴의 운명을 좌우할 해가 될 것]


꼼수는 한두번으로 족하다. 그 효과도 일시적일 뿐이다. 지금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대공세를 펼치는 것은 꼼수나 다름없다. 우크라이나 국민들로부터 휴전협상에 나서라는 압박을 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하늘이 푸틴을 도와주지 않는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추운 겨울을 무기화하려 했다. 그래서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해서 공격했다. 그리고 유럽사회에 에너지 수출을 막으면서 겨울대반란을 꾀해 왔다.


그런데 지금 유럽의 날씨는 이상고온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CNN은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새해 첫날 유럽에서 최소 8개국이 역대 1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도 크름반도 이외 지역에서 1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이러한 예상밖 이상기온은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가 힘을 잃도록 만들었다. 이로써 푸틴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무기가 날아갔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 푸틴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서 푸틴이 서방진영과의 ‘위대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이미지를 러시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일아다. 이를 통해 2024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2023년은 푸틴의 운명을 좌우할 아주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계속 진군하면서 푸틴의 체면을 완전히 뭉개버린다면 푸틴에게는 엄청난 위기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또한 러시아내에서 전쟁 지속에 대한 반대 여론도 푸틴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이다. 푸틴이 과연 2023년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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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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