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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두려움과 초조함 가득한 中시진핑의 신년사 - 11차례나 ‘힘들다’ 언급한 시진핑의 신년사 - 민심이반, 코로나 펜데믹 확산이 두려운 시진핑 - 2023년, 중국 공산당 최대 위기의 해 될 수도
  • 기사등록 2023-01-03 06: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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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례나 ‘힘들다’ 언급한 시진핑의 신년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최고 지도부 집무처) 집무실에서 발표한 2023년도 신년사에서 ‘난(難·어려움)’이란 표현을 이례적으로 여러차례 반복하면서 새해를 맞는 불안과 두려움을 그대로 표출했다.


▲ 신년사를 발표하는 시진핑 주석[사진=중국 외교부]


이러한 시진핑 주석의 신년사는 과거와는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면, 2021년과 2022년의 신년사에서는 ‘어렵다’는 의미의 단어가 2~3차례에 불과했는데 올해 신년사에서는 무려 11차례나 언급됐다.


시진핑은 신년사에서 “나는 자주 ‘고난이 옥을 다듬어 완성시킨다(艱難困苦玉汝於成)고 말한다”며 “중국 공산당은 백년 동안 비바람을 견디고 가시덤불을 헤쳐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장 어려운 지점을 공략해야 원대한 목표를 이룬다(犯其至難而圖其至遠)”며 “힘든 일도 열심히 하면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진핑의 발언은 베이징 시민의 80% 정도가 감염될 정도로 코로나 팬데믹이 심각하게 번진 상황과 이로인한 경제적 위기가 겹치면서 현재 상황을 타개해야 할 시진핑의 어려움과 곤혹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그동안 강력한 리더십으로 중국을 이끌어 왔던 것과는 다르게 이렇게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지금 중국이 처한 위기상황, 여기에 그러한 어려움으로부터 기인되는 중국인들의 반발과 지도부에 대한 불신 등이 겹쳐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심이반이 두려운 시진핑]


실제로 시진핑의 신년사를 보면 중국인민들에 대해 다독이는 모습도 있었다. 시진핑은 “중국은 큰 나라여서, 각자 서로 다른 요구가 있고, 같은 일에 대해서도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라면서 “소통과 협상을 통해 공감대를 만들자”고 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내용이 과거의 신년사에서는 들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중국 각지에서 발생했던 고강도 방역 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이 ‘백지시위’로 맞선 것을 의식한 것으로, 시진핑이 제1가는 업적으로 기려왔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이번 신년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제로코로나에 대한 백지시위가 시진핑 3연임 반대, 공산당 퇴출 등의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의 통치도구로 유용하게 쓰여왔던 제로 코로나를 하루아침에 포기해 버린 것이었다.


또다른 측면에서는 ‘소통과 협상’이라는 단어를 시진핑이 입에 올렸다는 것은 시진핑 3기를 출범하면서 공청단 등의 반 시진핑파들을 지도부에서 대거 축출하고, 오로지 친시진핑파들로만 꾸린 것에 대한 반발을 우려해 이들에게 화해의 손실을 내민 것으로도 해석된다.


[코로나 펜데믹 확산이 두려운 시진핑]


시진핑 주석은 또 코로나 팬데믹 확산으로 불안한 사회를 다독이기 위한 메시지도 내놓았다. 시 주석은 “현재 감염병 예방·통제 정책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고, 여전히 힘이 들지만 모두 끈질기게 노력해 서광이 눈앞에 있다”며 “어렵고 힘든 노력 끝에 우리는 전례 없는 어려움과 도전을 이겨냈다”고도 말했다.


시진핑의 이러한 발언은 확진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중국 사회가 어수선한 상황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이러한 발언을 보면 시진핑 주석이 지금의 코로나 확산에 대해 얼마나 우려가 큰지를 알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 인민들의 민심 변화에 시진핑 주석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제적 위기가 두려운 시진핑]


시진핑 주석이 ‘조금만 힘내자’라면서 중국인들을 격려하고 다독인 또 하나의 배경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시진핑은 애써 ‘서광이 보인다’고 했지만 지금의 중국 경제는 심각하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는 2020년 2월 우한 사태 이후 3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국가통계국이 1일 발표한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0으로 전 달(48.0)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우한 사태 여파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2020년 2월(35.7) 이후 최저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연속 월별 제조업 PMI가 위축 국면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제조업 경기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불안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쿠’는 “감염자 급등추세를 고려하면 2월 말 또는 3월 초 감염세가 정점을 찍고, 이후에도 몇 달간 중국 경제는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진핑 주석도 중국인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경제는 경제대로 악화되고 코로나는 그 와중에 확산되는 2중, 3중의 악재를 만났으니 신년사에서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 하면서 ‘건전한 발전을 하고 있으니 함께 이겨내자’고 중국인민들을 다독인 것이다.


[양안 위기 확장도 두려운 시진핑]


특이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그동안 그렇게도 강조하고 또 외쳐왔던 대만통일 문제를 올해 신년사에서는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대만과의 문제(양안 문제)에 대해서 “대만해협 양쪽 사람들은 하나의 같은 가족”이라며 “나는 양안 동포들이 중화민족의 지속적인 번영을 이루는 데 함께 노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주목할 것은 매년 빠지지않고 언급해왔던 ‘통일’이라는 단어를 이번 신년사에서는 뺐다는 점이다. 이번 신년사에서 시 주석은 “14억 중국인이 하나를 생각하고 힘을 모으면 못할 일과 넘지 못할 고비가 없다”면서 “양안은 일가친척으로, 양안 동포들이 손을 잡고 나아가며 중화민족의 복지를 창조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시 주석은 앞서 지난해 10월 3연임을 확정한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 개막식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대만을 통일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 “조국 통일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라며 대만을 압박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시 주석은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양안 동포의 공통된 염원”이라며 통일을 부각했다.


이와 관련해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양안은 한 가족’이라고 언급할 때 ‘조국 통일’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차이 총통은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을 주목했고 시 주석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방식으로 대만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전했다.


시진핑이 대만 통일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지금 중국 내부 상황도 복잡한데 대만 통일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양안간 불안을 고조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정치적 공방이 불거지면서 미국과 대만 문제로 정면 대립하는 것 자체가 중국내 정치·경제 상황을 더 불안하고 또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속내 내비친 시진핑 신년사]


이번 시진핑의 신년사는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 정부가 중국 역사상 최대의 위기 국면을 건너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1일 신년사와 함께 공개된 시진핑 주석의 집무실 영상을 살펴보면 시진핑이 처해 있는 현실이 어떠한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시진핑의 집무실 책상 뒤의 사진이 시진핑의 그러한 심정을 대변해 준다. 전체 27장의 사진이 공개됐는데 이중 17장이 새롭게 교체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두 가지다. 우선 지난해에 붙어 있었던 코로나 방역 관련 사진이 이번에 빠졌다. 대신 지난해 숨진 장쩌민(江澤民, 1926~2022) 전 주석의 사진 두 장이 처음 등장했다.


코로나 방역 관련 사진의 퇴출은 그동안 시진핑의 제일가는 업적이라 칭송해왔던 제로 코로나가 완전히 퇴출되었음을 뜻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해 “제로 코로나 정책의 퇴출은 시진핑의 위상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시진핑은 평소에 중국의 방역시스템이 세계 최고라고 주장해 왔다”고 보도했다.


또한 장쩌민 사진을 두 장이나 올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준다. 사실 시진핑의 책상 뒤 사진에 중국의 원로 사진이 내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것은 지금 국내적 상황이 어려운데 내부적으로 갈등하기보다 원만한 타협을 이루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올해는 일단 중국내 계파간 파벌 싸움은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2023년은 시진핑에게 있어 3기를 시작하는 해이고, 장기집권으로 가는 첫해라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그 출발부터 심각한 위기 상황이 겹쳤다는 점에서 시진핑은 2023년을 그 어느 해보다 조심스럽게 대할 것으로 보인다. 초점은 과연 중국 인민들이 시진핑의 그러한 다독임을 온전하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이 시점에서 ‘제2의 백지시위’가 터져 나온다면 그땐 중국 공산당 정권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2023년을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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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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