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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8-05 19: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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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문제를 법•규제 움켜쥔 ‘국가’에서 찾지 않고 보수 재벌에게서 찾는 선동 잘 먹혀
–이 나라는 경제•고용에 대한 심모원려가 아니라 편견 등에 업은 관료적 욕망과 안목이 움직여
–에너지와 식량 사오려면 해외에 뭔가 팔아야 하는데 팔 게 없으면 북한•조선처럼 사는 수밖에


▲ 민주노총 제주본부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제주시 연동 삼성생명 앞에서 삼성 노조파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독일인들이 왜 히틀러를 수상으로 선출하고, 더 나아가 총통 지위까지 부여했는지, 어떻게 그 긴 역사, 전통과 대중적 기반이 있던 독일공산당과 사민당이 그렇게 쉽게 궤멸이 되었는지, 왜 나찌는 독소전을 일으키고, 수백만 유대인과 집시를 학살했는지 등은 내 오랜 관심사였다.


내 결론은 1차대전 패전과 베르사이유체제가 독일인들에게 거대한 한과 모멸감과 분노를 심어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베르사이유 조약 풍자화. 연합국이 독일에게 약을 강제로 먹이는 것으로 묘사했다


국민들의 심리 저변에 흐르는 한, 분노, 공포를 주시하면 독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해방공간에서 일어난 수많은 비극(약탈, 분단, 전쟁)과 야만(마을 사람들끼리의 학살 등)도 어느 정도 이해된다.

지난 30년 동안 북한이 보여온 황당한 행태도.


금감원장 김기식의 자격 시비가 붙었을 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삼성과 금융기득권의 음모로 해석했다.

흔해빠진 SNS 왈왈이들을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나와 비교적 오랫동안 만난 사람들조차 그렇게 해석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한국 경제의 최고/최대 문제를 (법/제도/규제/형벌, 정책, 예산, 공기업 등을 움켜쥔 혼미/무능/기득권 편향적 국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재벌/지배구조와 보수정치 세력에게서 찾는 단순/무식/착각/사기/선동이 꽤 잘 먹힌다는 것을 알았다.


문재인 정부에 환호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공유되는 이 심리 내지 프레임이, 뜨거운 마그마가 되어 얇은 지각으로 계속 분출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 심리의 분출을 막는 빗장을 풀어버렸다.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았지만, 빗장을 풀어버리니 작은 화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다.

무지와 착각과 분노가 고삔 풀린 말처럼 날뛴다.


파리바게트 5378명 직고용 명령을 보고 놀랐고, TV조선 압수수색 시도를 보고 놀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보고도 놀랐다.

이런 경악스러운 사건은 수백 수천 건이 될 것이다.


정권 바뀌니 바뀌는 것이 정말 많다.

바뀌는 방향이 경제 자살, 고용 학살, 민주주의 능멸이라는 것이 문제이지만 말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역주행이라고 비판 많이 했는데, 문재인정부는 그 역주행이 훨씬 심하고 악성이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이라면, 설사 진보 언론사가 일탈 행동을 했다 해도, 언론 탄압 시비를 우려하여 감히 못하던 일들이다.


해외에서 빼어난 경쟁력으로 돈 잘 벌어오는 기업이라면, 과거 변칙 편법 경영 시대의 유산(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평가 등)들에 대해서도, 함부로 법적•행정적•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


내가 아는 한 적어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시대는 그랬다.

김대중정부 시절, 부채비율 200%-BIS 8% 등 혹독한 재벌개혁(?)의 후유증을 겪어서인지, 이 변칙•편법 경영의 유산들에 대해 눈 감아준 것이 많아 보인다.


최종구, 누구를 위하여 삼성에 총구 겨누나


최종구는 오랫동안 안쓰던 칼(규제)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 급격한 변화고, 무엇보다도 경제적 자해, 자살 가능성이 높기에, “왜 하느냐?”고 물으면, “법대로” 내지 “규정이 그렇다”고 말하는 모양이다.


파리바게트 5378명 직고용 명령 때도 그랬다.

참 속 편하다.

 과거 정부는 바보였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모든 경제적 모순•부조리가 삼성과 재벌 지배구조와 변칙 편법 경영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환호할 것이다.


그러니 저런 행동을 하는 최종구는 자리를 더 잘 보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TV조선 압수 수색 시도를 한 경찰 책임자와 파리바게트를 괴롭힌 관료는 잘만하면 몇 년 내 승진을 거듭할지도 모르겠다.


이 나라는 경제와 고용에 대한 어떤 심모원려로 돌아가는 나라가 아니다.

거대한 편견/착각/무지/분노의 함성을 등에 업고, 집권 기간에 승진하거나 자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고삐 풀린 관료적 욕망과 안목으로 돌아가는 나라처럼 보인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너무나 취약하다.

국가에 너무 많고, 이상적이고, 경직된 규제와 형벌이 있는데, 이를 견제하는 장치는 너무 없다.


 공무원은 승진과 보직에 너무 취약하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보다 권력에 훨씬 취약하다.


좌로(그리스와 베네수엘라로) 가! 뒤로(조선으로) 가! 명령을 내리니 척척 잘도 간다.

정권 바뀌면 권력 남용이니 강요니 편파니 하면서 시비할 것이 수두룩하다.


남북통일이 아니라, 남한의 살벌한 균열과 갈등의 심화, 확대를 막는 것이 급선무다.

정치, 행정, 사법 품질을 올리는 것, 한마디로 민주주의 품질을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남북정상회담 잘 되면 정말 좋겠다. 정말이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아무리 잘 풀려도, 대한민국이 좌로, 뒤로 열심히 가버리면, 그래서 세계가 가는 방향과 정면 충돌하면, 남북관계 개선 효과가 무엇이 있겠는가?


어차피 자급 안되는 에너지와 식량을 사오려면, 해외시장에 뭔가를 팔아야 하는데, 팔 게 없으면 북한처럼, 조선처럼 사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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