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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국 反中 수출동맹 출범, 펄펄 뛰는 중국 - '수출통제 스크럼'으로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미국 -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치 중심의 새로운 무역동맹 부추겨 - 펄펄뛰는 중국. “등에 칼 꽂지 말라!”
  • 기사등록 2022-12-28 12: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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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맹과 對中 수출통제 시행 의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최근 한국을 포함한 자유진영 우방국에 새로운 대(對) 중국 수출통제 체제 구성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지난 6일(현지시간)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이 대(對)중국 수출통제 협력과 관련한 동맹과의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바로 이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수출통제 집행 강화를 주제로 개최한 대담에서 대중(對中) 수출통제에 동맹 참여를 끌어내려는 노력에 대한 성과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동맹과 활발하게 대화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와 동맹은 우리와 가치를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이어 “이들 국가는 우리와 같은 위협을 감지한다”며 “감시국가로서 중국의 성향과 중국이 우리의 장비로 일부 감시 도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와 대화에서 반응이 매우 매우 긍정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사실 미 상무부는 지난 10월,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와 관련해 사전에 동맹국들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특히 “(수출통제로) 몇 년간 중국의 발전을 지연할 것이며, 우리가 제대로 공세에 나서 혁신을 이루면 그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미국이 대 중국 수출 동맹을 강력하게 이어가려는 이유가 다 담겨 있어서다.


[미국은 왜 대 중국 수출동맹을 만들려 하는가?]


미국은 최근들어 부쩍 대 중국 제재를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범 정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적극적으로 추동하는 것에 영향을 받은 바도 있다.


이미 차기 미국 하원의장이 유력한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한 미 의회내에 특별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차기 하원의장이 될 매카시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대중(對中) 견제에 놓고 국방 뿐 아니라 경제 등 전방위에 걸쳐 강력한 견제 정책을 펼쳐왔지만, 공화당이 더 강도높은 대중 견제를 주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국무부내에 대중국 외교 콘트롤타워인 '차이나 하우스'를 지난 16일(현지시간) 출범시켰다. 이렇게 행정부와 의회 모두 대 중국 압박에 나선 것은 시진핑 3기에 접어든 중국의 미래를 확실히 제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우선적으로 대 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려 하는데 이를 미국 혼자서가 아니라 동맹국들과 아예 협의체를 만들어 완전하게 공동대응을 하면서 압박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다.


사실 현재 대 중국 수출통제시스템인 ‘바세나르 체제(다자간 전략물자 수출통제체제, Wassenaar arrangement)’가 가동중이지만 이 시스템으로는 확실한 대 중국 수출 규제가 쉽지 않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여기서 ‘바세나르체제’란 무기나 무기 전용이 가능한 기술·소재를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자유주의 진영은 물론 러시아 체코 등 옛 공산권 국가까지 총 42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회원국이 아니다. 문제는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중국에 우호적인 러시아가 대중 수출통제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바세나르체제’는 당연히 제대로 가동될 리가 없다.


그래서 미국은 그동안 동맹국 각 나라들과 별도의 워킹그룹을 만들어 사안별로 대응해 왔지만 그러한 땜질식 대응으로는 효과적인 대 중국 수출 통제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바세나르 체제’의 허점으로 인해 사안이 생길 때마다 대응하는 방법을 찾기보다 아예 미국이 러시아의 견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바세나르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수출통제 기구를 설립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바세나르 체제를 유지하려면 만장일치제를 폐지하거나 러시아 등을 바세나르체제에서 퇴출하면 되지만, 이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바세나르 체제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수출통제 스크럼'으로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미국]


미국은 지난 10월 중국에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등 미·중 패권 경쟁에서 수출통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행히 반도체의 경우는 미국의 원천기술 통제라는 비장의 무기를 통해 핵심 기술에서의 통제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반도체 등의 첨단기술의 중국 수출통제를 모두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는 가치동맹국들과 함께 ‘안보위협’을 단서로 하여 기존의 ‘바세나르 체제’를 사실상 허물고 미국 동맹국들만의 ‘新바세나르체제’를 만들려 하는 것이다.


이 체제가 출범한다면 미국으로서는 대 중국 수출통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18년 수출통제개혁법(ECRA)을 제정하면서 경제안보를 명분으로 폭넓은 수출통제 조치를 발동한 바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2019년 5세대(5G) 통신장비 시장 강자이던 중국 화웨이로의 반도체 수출을 막았고, 이후 중국 최대 반도체기업 SMIC까지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러한 미국의 제재 효과는 중국의 반도체산업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결국 미국의 기술패권을 위협하던 화웨이는 매출 급락을 겪으며 치명상을 입었고, SMIC의 반도체 개발도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2월 러시아에 의해 자행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수출통제 정책의 중심축을 러시아 등의 비우호국가를 배제하고,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 중심으로의 개편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부각시켰다. 미국이 수출통제의 근거로 내세운 안보 위협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에 의한 ‘新바세나르체제’ 출범은 사실상 ‘신냉전’ 체제에 돌입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탈냉전 이후 1996년 출범한 다자간 수출통제협의체를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은 이러한 ‘新바세나르체제’ 출범을 가속화시켰다고 보면 된다.


[새로운 경제동맹이 갖는 효과]


‘新바세나르체제’의 출범은 단순한 수출통제만이 아닌 더 큰 효과도 기대할 수가 있다. 가장 큰 기대효과 중의 하나는 대 중국 수출통제를 넘어 유사시 우방국과 함께 중국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중국의 무역보복에 대해 ‘新바세나르체제’가 공동대응할 수도 있고, 동시에 역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어 사실상 중국의 외교적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국 주도의 ‘新바세나르체제’가 단순하게 경제시스템에만 머물 것인지 두고봐야 한다. 이미 유엔의 안보리는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가 안보리의 비토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축출론이 계속 거론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新바세나르체제’가 굳건한 토대 위에 선다면 이를 통해 글로벌 정치에 압박을 가하는 새로운 결과도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펄펄 뛰는 중국. “등에 칼 꽂지 말라!”]


이렇게 미국이 주도하는 ‘新바세나르체제’ 출범이 사실상 공식화되자 중국은 펄펄 뛰면서 반발하고 있다. ‘新바세나르체제’가 중국의 미래에 어떻게 작용할지 짐작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블링컨 국무장관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23일 전화 통화를 가졌는데, 여기서 왕이는 “미국이 대화하자면서 억제를 하고, 협력을 말하면서 칼을 꽂아서는 안 된다”면서 “이는 합리적 경쟁이 아니라 무리한 탄압이고, 이견의 관리가 아니라 갈등의 격화이며, 사실상 일방적 괴롭힘의 상투적 행태”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왕이부장은 이어 “미국은 반드시 중국의 정당한 우려를 중시하고, 중국의 발전을 억제·탄압하는 것을 중단해야 하며, 특히 '살라미 방식'(살라미 소시지 자르듯 여러 수단을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중국의 레드라인에 계속 도전해서는 안 된다”면서 “제로섬 사고는 두 대국의 상호 소모전과 정면충돌을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11월 17일 “다년간에 걸쳐 형성된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의 산업망과 공급망을 교란하거나 심지어 해체하려 하는 모든 시도는 아태 경제 협력을 막다른 골목으로 이끌 뿐”이라며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견제했다.


이렇게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대 중국 견제를 위한 수출동맹 출범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갈수록 중국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고, 러시아와 같이 중국도 빈껍데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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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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