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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2022년을 흔든 3대 사건과 전체주의의 大몰락 - 3대 사건: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백지혁명, 이란 히잡시위 - 3대 사건 모두 '전체주의에 대한 저항'이라는 공통점 존재 - 3대사건, 인과성 없는 듯 보이나 동시성 있어
  • 기사등록 2022-12-27 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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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을 흔든 3대 사건]


2022년을 지나면서 세계사적 흐름 측면에서 가장 특기할만한 사항은 전체주의가 전반적으로 퇴조했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2022년을 뒤흔든 3대 사건이 존재한다. 푸틴의 무모한 도발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강력한 방역독재를 뒤흔든 백지혁명, 그리고 아직도 진행중인 이란의 히잡시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3대 사건은 전혀 인과성이 없는 듯 보이지만 신기하게도 동시성(synchronicity)이라는 측면에서 재조명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의미가 있다.


*사건 1: 우크라이나 전쟁


지난 2월 24일 푸틴의 도발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1주일여만에 종결될 수 있을 것이란 애초의 생각과는 달리 벌써 300일 넘게 참혹하게 지속되고 있다.


세계 제2위의 국방력을 자랑했던 러시아는 모든 것이 허상이었음이 드러났고, 푸틴은 사상누각 속의 병든 황제였음도 확실하게 증명되었다. 전쟁 초기 당시의 당당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고 이젠 휴전을 갈구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푸틴은 러시아를 너무나 몰랐다. 사실상 종신집권 체제로 그렇게도 오래 차르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완전한 헛똑똑이었고, 내부의 현실도 제대로 파악못하는 허수아비였음도 확인되었다. 특히 푸틴의 뒷배였던 ‘강력한 국방력’의 실체가 낱낱이 발가벗겨지면서 푸틴은 한마디로 개망신을 당했다.


수백대의 탱크를 앞세우고 우크라이나로 진군했던 러시아군은 그야말로 변변찮은 우크라이나군에게도 놀림거리가 되었고, 세계 최강 미군과 맞먹는다는 공군은 방공망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우크라이나군에게 속수무책 당했다. 그렇다고 해군이 막강한 것도 아니었다. 러시아의 자존심이라 불렸던 흑해함대의 모스크바함은 우크라이나군의 단 한번의 공격에 침몰되고 말았다.


결국 초반에 기세좋게 몰아붙이면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획득하나 했지만 이젠 대부분 지역에서 퇴각을 하고 있으며, 이젠 러시아 본토마저 공격당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푸틴에게 남은 것은 핵무기라는 허세뿐이다. 그러나 핵공갈에 넘어갈 서방진영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막다른 길에 들어선 푸틴은 끝내 휴전을 하자는 제안까지 내놓게 되었다. 사면초가의 푸틴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 국민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다. 특히 9월의 강제동원령은 70만명 이상의 러시아인들이 해외로 탈출하도록 만들었고, 급기야 러시아내에 반전여론이 형성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경제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말미암아 러시아가 30년 가까이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사건 2: 중국의 백지혁명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지난 3년간 제로 코로나라는 이름의 방역정책을 내세워 확고하게 중국을 장악해 왔다. 철저한 봉쇄를 기반으로 한 중국의 방역정책은 시진핑 1인 독재체제를 굳히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이러한 시진핑 체제를 뒤흔든 것은 뜻밖에도 일주일여에 걸친 백지 시위였다.


강력한 봉쇄 정책이 희생자 피해를 키운 우루무치(烏魯木齊) 아파트 화재 사고가 도화선이 되어 추모와 애도로 시작된 시위는 11월 말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청두(成都), 우한(武漢), 광저우(廣州) 등 대도시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이때 시위대는 무언의 저항 의미로 백지를 들었고, ‘시진핑 하야’와 ‘공산당 하야’ ‘중국 해방’ 구호까지 등장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일어난 초유의 일이었다.


중국 당국은 공권력을 동원해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시위대를 체포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지만 시위 장면을 찍은 영상이 SNS를 타고 해외로 퍼져나가 세상을 놀라게 했고, 이러다간 ‘제2의 천안문 사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돌았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작은 반발로 불붙은 백지시위는 삽시간에 중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시진핑 지도부를 경악하게 만들었고, 급기야 중국 공산당 당국은 손을 들었다.


사실 백지시위라는 것이 별것 아닌 것 같았지만 중국 당국이 그동안 체제 수호를 위해 강력하게 실시해 온 통제와 검열에 대한 정면 반발이었다는 점에서 ‘백지혁명’으로 불려도 마땅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 베이징 지국장 출신으로 수십 년간 중국을 연구해 온 칼럼니스트 니콜러스 크리스토프는 “용감한 시위대가 국가 정책을 바꾸었다. 그들의 권리에 대한 열망은 바이러스처럼 소멸할 수 없을 것이며 언젠가 공산당 지도부도 이 인간적인 열망에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시진핑 체제가 원치 않았던 위드코로나 정책이 갑자기 시행되고 보니, 그동안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얼마나 정치적이었고 또 비과학적이었는지 백일하에 드러났다. 동시에 시진핑 공산당 정권이 얼마나 무능하고 계획도 없는 체제인지도 여실히 확인되었다.


분명한 것은 백지 혁명이 지금은 소강상태이지만 언제 어떻게 터져 나올지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중국 공산당 정권이 중국의 민심을 어떻게 수습하는가에 따라 그 향방도 결정될 것이다.


*사건 3: 이란의 히잡시위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로부터 비롯된 이란의 히잡시위는 이란 여성들의 자유, 평등, 정의를 향한 불씨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아미니의 의문사는 그간 과도한 히잡 단속에 억눌려 있던 여성들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이젠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과격한 구호까지 나오면서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 이란 당국은 강경진압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이란의 반정부시위대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폭력 진압에도 시위가 오히려 확산되자 이란 정부는 급기야 지난 4일 도덕경찰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의 시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벌써 석달쨰다. 이에 대해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타임은 "사회 전체의 다양한 고충을 짊어진 여성의 반란"이라며 '2022 올해의 영웅들'로 선정했다. 또한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이란 전문가인 카림 사드자드푸르 선임연구원은 “이슬람 율법을 지키려는 신정정권과 이들의 권위주의에 대항해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 세대 간의 기념비적인 대결”이라고 평가했다.


[3대 사건의 공통점]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3대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망동과 수천만 인구의 도시들을 수개월씩 총봉쇄한 중국의 무지막지한 전체주의적 방역, 그리고 도덕 경찰을 풀어서 여성의 복장을 감시하는 이란의 종교적 독단의 기저에는 ‘반(反)자유적 전체주의 체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세 국가들은 모두 국가가 진리를 독점하고 지배계급의 논리로 대중의 의식을 지배한다. 그리고 국가가 사생활 모두까지 장악하고 지배한다. 중국·러시아·이란 모두 최고 지도자가 곧 신(神)이고 숭배의 대상이며 의도적 카리스마를 통해 일인지배(autocracy) 체제를 강력하게 유지하고 있다.


또한 백지를 든 중국의 학생들이나 푸틴의 전쟁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인들, 그리고 강제징집에 반항하는 러시아의 젊은이, 히잡을 벗어던지면서 정권에 저항하는 이란 여성들 모두 인간의 기본권과 자유의 신장을 부르짖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탄압하는 세 나라의 집권층은 모두 자국민을 인질로 삼은 ‘권력중독자’들이고 동시에 독재자들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들 세 국가 모두 2022년 들어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 세나라의 지도자 모두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두려워 떨고 있다. 이는 이들 전체주의 국가들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완전히 고립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들 국가들끼리 손을 잡고 글로벌 보이콧에 저항해 보려 하지만 범죄국가이자 악의 축 국가들의 그러한 조합에 겁먹을 국가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CNN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민주주의가 여러 결함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을 거치며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며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꼭 3년을 지나는 현재 독재국가가 더 우월한 사회 체제라는 그릇된 인식이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CNN은 “푸틴 대통령은 성급한 봉쇄 시행과 '물백신' 조롱을 받은 자국산 스푸트니크 V 백신 고집 등으로 허둥대며 판단 능력에 허점을 보이다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오판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CNN은 또한 “독재 권력의 세일즈 포인트는 그것이 '절대적'이라는 점으로, 민주적 토론과 타협이라는 절차의 지연을 건너뛸 수 있다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불복종과 시위를 통해서만 정부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은 시 주석에게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렇게 중국·러시아·이란으로 이어지는 전체주의 시대는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독재는 영원할 것 같지만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정권은 결코 영속되지 못한다는 것을 2022년이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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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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