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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결국 백기 든 푸틴, “전쟁 끝내자!” - 막다른 한계에 부딪친 푸틴, "휴전협상 요구" - '전쟁' 용어 금지시킨 푸틴, 자신이 직접 '전쟁종식' 발언 - 전쟁수행능력 바닥난 푸틴, 젤렌스키 방미 보면서 종전 결심
  • 기사등록 2022-12-24 06: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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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방미 이튿날 푸틴, “전쟁 끝내자!” 선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외교적 해결을 통해 종식하길 원한다”면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해 앞으로의 전개가 주목된다.



특히 이날 발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2조 원이 넘는 군사 지원을 추가로 확보한 다음날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목표는 전쟁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며 “종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결코 거부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휴전협상을 거부해 왔다”고 책임전가했다.


푸틴은 이어 “여러 차례 말했듯 적대행위의 심화는 불필요한 손실로 이어진다”며 “모든 무력 충돌은 어떤 식으로든 외교적 협상을 통해 끝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종전을 위한 우크라이나 철군을 대가로 개전 이래 차지한 점령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가 공세를 중단하고 점령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푸틴 발언에서 주목할 점은?]


그런데 전쟁 종식을 원하는 푸틴이 이날 발언한 내용 가운데 특별한 대목이 눈에 띈다. 푸틴이 그동안 법까지 제정하면서 모든 러시아인들에게 강요했던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용어 대신 ‘전쟁’이라는 말을 직접 사용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푸틴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인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전쟁’이라는 말 대신 ‘특수군사작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강제해 왔다”면서 “현재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 대해 ‘전쟁’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전쟁반대를 외치는 시위대들과 반전활동가들이 이미 5000여명 이상이 법정에 섰으며 최고 15년형의 징역형을 받은 사람들도 100여명이 넘는다. 실제로 러시아의 야당 정치인인 ‘일리야 야신’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푸틴이 전쟁을 저질렀다’고 비판하면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8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7월에는 모스크바 시의원인 알렉세이 고리노프는 전쟁 중 사망한 사람들을 위해 잠시 묵념의 시간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렇게 ‘전쟁’이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엄격하게 대응을 했는데, 정작 푸틴 대통령이 이날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러시아내에서 격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감 중인 러시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정치동지인 조지 알부로프는 “알렉세이 고리노프는 의회 회의에서 전쟁을 전쟁이라고 부른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았다”면서 “오늘 공식석상에서 전쟁이라는 용어를 말한 푸틴도 7년형을 부여하면서 감옥에 수감하든지 아니면 고리노프를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세인트루이스 출신의 시의원인 니키타 유페레프는 러시아 검찰총장에게 푸틴이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고소를 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특별 작전을 종료하는 법령은 없었고, 선전포고도 없었다”면서 “이미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전쟁이라는 용어를 썼다는 이유로 기소되었기 때문에, 푸틴도 역시 군대에 대한 가짜 유포 혐의로 기소할 것을 당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푸틴이 결국 백기를 든 이유?]


중요한 것은 푸틴이 직접 ‘전쟁’이라는 용어를 쓴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푸틴은 사실 전쟁을 하면서도 러시아 국민들이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강력하게 처벌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강제해 왔다.


그러나 지난 9월의 일부 전쟁동원령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는 이미 러시아인들의 안방까지 깊숙이 들어갔다. 이젠 푸틴의 선전 도구인 국영TV에서마저도 공공연하게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된 뉴스들이 거론되고 또 패전소식까지 그대로 전파를 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더 이상 전쟁이라는 용어의 사용금지가 의미가 없다는 것을 푸틴 스스로 깨달았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제안한다는 것은 사실상 전쟁 수행을 포기한다는 것인데 이를 ‘특수군사적전’이라는 용어로 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협상의 상대가 러시아 내부가 아닌 우크라이나와 외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휴전 협상에 임할 러시아 당국자들 역시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푸틴이 직접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주의깊게 봐야 할 포인트는 푸틴은 사실 지금의 전쟁을 더 이상 이끌어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민들에게 ‘특수군사작전’이라고 우겨대는 식으로 눈감고 아웅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꺠달았다는 것이다.


푸틴이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국이 무한정 지원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젤렌스키의 미국 방문이 전쟁 종식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러시아는 추측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젤렌스키의 미국 방문은 한마디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잠잠하게 만드는 엄청난 결과를 이끌어 냈다. 특히 미국인들로부터 젤렌스키는 ‘처칠의 환생’이라는 신드롬까지 불러 일으켰다. 당연히 여론은 젤렌스키의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를 공화당이 무시할 수가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푸틴이 경악하는 패트리엇 미사일 등을 포함한 대대적 군사지원을 약속했다. 젤렌스키는 그러한 지원을 하는 미국을 향해 “이는 자선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투자”라며 당당하게 지원을 요청했다.


이러한 장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더라도 미국은 계속 지원할 것이고, 날이 가면 갈수록 군수물자 지원의 질과 수준, 그리고 양까지 더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러시아에겐 치명타다.


러시아는 지금 거의 모든 군수물자들이 바닥이 났다. 그래서 이란에서 드론과 함께 미사일을 급구하고 있으며, 러시아 당국이 직접 나설 수 없으니 용병인 와그너그룹을 통해 북한에서 로켓과 미사일을 구입했다는 시실도 드러났다. 그만큼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쟁을 장기전으로 이끌어 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더더욱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병력 부족이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21일(현지시간) “푸틴이 군 규모를 현재 101만명 수준에서 150여만명 수준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위해 군사비도 무한정 지출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러시아군을 50만명 증원하려면 사실상 러시아내에서 일할 수 있는 모든 자원들을 죄다 전쟁터로 끌고 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내에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지난 9월의 30만명 동원 때도 러시아가 뒤집혔는데, 여기에 추가로 또 50만명을 늘린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여기에 50만명을 더 늘린다고 해서 그들에게 지급할 군사장비며 그들에 대한 군사훈련 능력 등등 모든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50만명을 증원하겠다는 것은 푸틴이 러시아의 현실을 너무나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해 본 소리라고 단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정보국의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이미 수렁에 빠져있고, 앞으로도 몇 달 동안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병력 자체가 부족해 전쟁 수행 능력이 거의 바닥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러시아군의 현실이다.


[미국, “푸틴의 진심, 두고볼 것”]


그렇다면 푸틴의 전쟁종식론에 대해 미국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위해 협상할 의지가 전혀 없다”며 “그가 땅과 하늘에서 하는 모든 행동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계속 폭력을 가하고 전쟁을 확대하길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과의 대화에 열려 있지만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미국 동맹과 협의하고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준 이후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러한 반응은 전쟁 종식을 위한 휴전협상이 이미 밀당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러시아가 어쩔 수 없이 휴전을 종용하도록 만들어야 우크라이나가 유리한 휴전 조건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금 초조하다. 오죽했으면 푸틴 특사를 시진핑 주석에게 보내 휴전을 중재하도록 요청했겠는기? 그렇다고 러시아를 절대 믿어서는 안된다. 저렇게 휴전을 하겠다면서 시간을 일단 번 다음에 또다른 공격을 해 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이 푸틴의 진정성을 확인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럴수록 푸틴의 조바심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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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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