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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젤렌스키 전격 방미, 새로운 국면 돌입한 우크라전쟁 - 젤렌스키의 미국행 자체가 극비 군사작전 - 미국, 우크라에 2조3천억원 규모 추가 군사 지원 - 속타는 러시아, 급거 중국으로 푸틴 최측근 파견
  • 기사등록 2022-12-23 05: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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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전격 워싱턴행]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301일째가 되는 21일(현지 시각) 미국을 전격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벗어나 외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첫 해외 방문이다.


▲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한 젤렌스키 대통령 [사진=젤렌스키 인스타그램]


[젤렌스키의 미국행 자체가 극비 군사작전]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행은 그 자체가 군사작전이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으로 출발하기 직전인 지난 20일 러시아와의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찾았다. 개전 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나라를 비우는 만큼 장병들을 격려하고 미국으로 출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 프세미실 기차역까지 열차로 이동했고, 도착 후 SUV 차량으로 갈아타고 인근의 르제스조우 공항으로 이동했으며, 미국 공군 수송기 C-40B를 탑승한 후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렇게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동하는 과정은 철저하게 미국측의 철통같은 엄호조치하에 이뤄졌으며 미국 방문 사실도 공식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폴란드에 도착한 이후 공개됐다.


폴란드의 르제스조우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 코드명 ‘SAM910’인 미 공군 수송기는 독일, 영국 등을 지나 미국으로 향했다. 여기서 SAM은 ‘스페셜 에어 미션’(Special Air Mission·특별공중임무)의 약어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을 태운 군용기가 북해에 다다르자 영국 서포크 밀든홀의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F-15E 전투기가 긴급 발진해 엄호했다. 이 전투기는 C-40B 수송기가 스코틀랜드 상공으로 진입한 것을 확인한 뒤 기지로 복귀했다.


텔레그래프는 “영국 북동 해안 밖에서 이뤄진 공중 활동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외국을 방문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면밀하게 조정된 안보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렇게 철저한 보호속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동부시간으로 낮 12시 전후에 워싱턴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항은?]


미국에 도착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곧장 백악관으로 이동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다. 그때가 오후 2시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믿기 힘든 300일을 겪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존권을 잔인하게 공격했다”라며 푸틴 대통령이 “겨울을 무기로 사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더 일찍 미국을 방문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의 자체 방어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위대한 우크라이나 국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인 당신과 함께한다”고 말해 연대와 지지를 강조했다.


*미국, 우크라에 2조3천억원 규모 추가 군사 지원


전쟁 와중에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은 18억5천만달러(약 2조3천억원) 규모의 군사적 지원을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로써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규모는 모두 219억달러(약 28조2천억원)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지원에 처음으로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사거리가 70∼80㎞에 달해 적 항공기나 미사일을 장거리에서 요격이 가능한 패트리엇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러시아가 극구 경계하는 것으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파트리엇 마사일을 제공하면 확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추가 지원 내역과 관련, 패트리엇 1개 포대와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탄약, 추가 대(對) 레이더 미사일, 지뢰방호장갑차(MRAP) 37대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 종식과 관련해선 “우리는 모두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지만, 이는 푸틴이 정신을 차리고 군대를 물리는 옳은 일을 할 때에야만 가능하다”며 “그러나 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오늘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돕는 방법을 논의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느낄 때, 그는 전쟁에서 이긴 것과 마찬가지로 대화에서도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평화 정착을 위한 특정한 방안에 대해 대화했다”면서 “우리가 평화 방식을 가지고 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미국에 특정한 조치를 요청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의회 방문하여 연설한 젤렌스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의회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당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이미 제공한 금전적 지원을 비롯해 앞으로 제공할 지원에도 감사한다”며 “당신들의 돈은 자선이 아니라 국제 안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지난 3월 영국 의회 화상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질 전 영국 총리의 연설을 인용해 주목받은바 있었는데, 이날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일본의 진주만 공습 다음 날인 1941년 12월 8일 미 의회에 전쟁 선포를 요청하며 한 연설을 빌렸다.


젤렌스키는 루스벨트의 연설 가운데 “미국 국민은 정의로운 힘으로 절대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구절을 낭독하고서 “우크라이나 국민도 절대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전황을 2차 대전 당시 미군이 벨기에의 아르덴 지역에서 독일의 마지막 주요 공세를 힘겹게 저지한 '벌지 전투'에 비유했다. 벌지 전투는 인기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 2차 대전을 다룬 미국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해 다수 미국인이 알만한 전투다.


젤렌스키는 “용맹한 미군이 1944년 크리스마스 때 전선을 방어하고 히틀러의 군대를 격퇴한 것처럼 용맹한 우크라이나군이 이번 크리스마스에 푸틴의 군대를 물리치고 있다”며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군을 완전히 몰아내려면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면서 “바흐무트에서의 싸움은 '새러토가 전투'처럼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자유를 위한 전쟁의 궤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미국 독립전쟁의 전환점인 새러토가 전투에 비유하며 지원을 당부한 것이다.


그는 “미국의 안녕은 미국이 독립을 위한 투쟁과 여러 승리를 통해 얻은 국가안보의 결과물”이라며 “우리 우크라이나도 우리의 독립과 자유를 위한 전쟁을 긍지를 갖고 치러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속타는 러시아, 급거 중국으로 푸틴 최측근 파견]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를 확인한 러시아도 급박하게 움직였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때 대통령직을 맡겼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면담했다.


블룸버그는 21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이 메드베데프를 만난 직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중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종전을 원하고 있으며 푸틴이 메드베데프를 통해 휴전협상을 지원해 줄 것으로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도 21일 “핵전력의 전투태세를 지속해서 향상시킬 것”이라면서 “(그 일환으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가 조만간 실전 배치될 것”이라 밝혔다. 사라마트는 최대 사거리가 1만8000km로 알려진 핵미사일로, 단번에 국가 하나를 초토화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미국방문, 무엇을 남겼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깜짝 방문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당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방미를 떠올리게 한다. 그해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뤄진 처칠의 워싱턴DC 방문이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방미와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CNN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은 81년 전 수개월간 나치의 공습으로 암흑 속에서 화염에 휩싸인 고향을 뒤로한 채 미국 수도를 찾았던 처칠 전 총리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젤렌스키의 이번 방미가 처칠의 발자취를 따라간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크리스마스를 코 앞에 둔 시점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한 것은 여러모로 극적이다. 이번 방미는 일단 양국뿐만 아니라 서방세계 전체에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사이의 대결 구도를 명확히 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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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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