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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MI6 최고의 여성 스파이들의 비밀스러운 삶 - 최초 공개되는 英정보기관 MI6 여성 스파이 스토리 - 여성 스파이들의 삶? 영화의 본드걸과는 달랐다! - MI6내에 아직도 여성편협적 시각 있지만 도움될 떄도 있어
  • 기사등록 2022-12-11 06: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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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공개되는 英정보기관 MI6 여성 스파이 스토리]


영국 비밀정보국 소속 여성 스파이들의 이야기가 사상 처음으로 공개됐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각) “MI6 최고의 여성 스파이들의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MI6라고도 알려진 영국 비밀정보국(SIS‧Secret Intelligence Service) 소속 여성 스파이들의 삶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각) “MI6 최고의 여성 스파이들의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MI6라고도 알려진 영국 비밀정보국(SIS‧Secret Intelligence Service) 소속 여성 스파이들의 삶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헬렌 워렐(Helen Warrel) 기자가 인터뷰한 이 기사는 전 세계 SIS요원과 작전을 담당하는 ‘캐시(Kathy)’를 직접 만나 스파이들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설명했다.


워렐 기자에 의하면 SIS에는 ‘C’로 알려진 국장이 있는데 산하에 총 네 명의 책임자가 있다. 이들이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M으로 알려진 C에게 보고를 한다. 워렐 기자가 이들과 인터뷰했을 당시 네 명 중 작전 책임자인 ‘캐시’, 전략 담당 ‘레베카(Rebecca)’, 기술 담당 ‘아다(Ada)’ 등 3명이 여성이었는데, 부국장이었던 레베카는 최근 은퇴했고, 현재 그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있다. 여기서 기술담당이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는 Q로 불리는 직책이다.


워렐 기자의 MI6 인터뷰가 특별히 가치있는 것은 “MI6 국장이 요원들 중 공식석상에서 발언하도록 허가를 받거나 지명된 이들은 그동안 모두가 남성이었는데, SIS 소속 여성이 대외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워렐 기자는 “이번 MI6의 인터뷰에 6개월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여성 스파이들의 삶? 영화의 본드걸과는 달랐다!]


작전 책임자인 ‘캐시’는 SIS 본부에 30년전에 들어 왔는데 입사한 과정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대였던 캐시는 문학 박사학위를 딴 뒤 외무부 대학원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했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기회’를 위한 면접을 요청하는 편지를 받았다. 대사가 되기를 원했던 그는 그렇게 ‘스파이 트랙’으로 방향을 틀게 됐다.


그 당시 면접관은 “걱정하지 말라. 총을 쏠 필요가 없고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리지 않을 거다. 이건 ‘제임스 본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캐시는 당시를 회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시는 전쟁 지역에 배치돼 군인들과 함께 일했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총기를 다루는 훈련을 받았다. 캐시는 처음 정보국에서 일자리를 제안 받았을 때 부모님의 반응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어머니는 그렇게 이상하고 낯선 일에 전념하고 싶은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고, 아버지는 그냥 해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보국에 입사하는 것이 아주 평범하다는 것은 아니다. 4년 전 SIS는 더 많은 여성과 소수민족 직원을 모집하기 위해 TV광고를 시작했는데, 이 광고의 마지막에는 “비밀스럽지만, 우리는 여러분과 똑같습니다”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그런데 이에 대해 워렐 기자는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보국의 근무환경 자체가 비밀스럽기 때문이다.


일단 정보국에 들어가게 되면 고용 환경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가족들에게조차 말해선 안 된다. 사무실에 들어가려면 입구가 아닌 훨씬 전부터 휴대전화 전원을 꺼야 하고, 본사 안에서는 인터넷 이용이 제한돼 있어 외부와 연락할 경우 유선전화를 통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 시대에 유행했던 재택근무는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물론 조직 차원에서는 유연 근무를 장려하고 있지만, 업무의 위험성 때문에 사무실을 벗어나 근무하려면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워렐 기자와 인터뷰를 한 캐시 역시 절친한 친구 대부분이 그가 정보국(SIS) 요원, 다시말해 스파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대신 친구들에게는 자신이 ‘외무부 직원’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친구들이 업무 이야기를 질문해도 “너무 지루한 얘기만 해서 아마도 친구들이 다시 묻지 않을 것”이라며 “친구들이 나를 불쌍히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친구들 가운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고 캐시는 말했다. 우연찮게 자신의 핸드백에서 6개의 휴대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친구들을 만나다가도 그 휴대폰들 중에 하나만 울려도 곧바로 자리를 떠야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양해를 구할 떄도 자주 있었다고 밝혔다.


캐시는 이란 무기 시스템과 관련된 부서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전 세계의 에이전트들을 운영하는 업무로 발전했다. 여기서 에이전트란 미국식 스파이 용어로 정보교류를 하는 파트너를 일컫는다. 캐시는 이런 업무를 수행하면서 국가간 이동을 할 때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변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생체정보를 변경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캐시가 신분 위장을 하기 위해 자주 가발을 썼는데, 가장 좋아하는 가발은 파라 포셋(Farrah Fawcett) 스타일의 빨간색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캐시는 또한 에이전트에게 돈을 지불하기 위해 핸드백에 5만 파운드(약 8천만원)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고 밝히면서 “정말 독특한 직업”이라 말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캐시는 이어 에이전트들과의 친분관계를 쌓기 위해 남자 요원들 같이 술을 마신다든지 아니면 집으로 초대하는 그러한 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골프를 친다든지 또는 다른 방법으로 관계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캐시는 가톨릭신자인데 “정보국 업무를 하다보면 거짓말을 해야 할 때가 있어 ‘잘 발달된 죄책감’을 가져야 했다”면서 “우리는 매우 윤리적인 업무를 하지만 이 직업의 역설은 더 큰 이익과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기 때문에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술담당 ‘아다’가 하는 일]


한편 또다른 인터뷰 대상자인 40대의 ‘아다’는 국장급 Q의 역할에 임명된 최초의 여성으로 곤충 모양의 크고 반짝이는 브로치를 좋아하는데 사람들은 그러한 귀금속들이 숨겨진 카메라나 아니면 영화에서 나오는 특수한 무기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다는 “자신이 지금 걸치고 있는 액서사리는 그런 것이 아니지만 실제로 영화에서 나오는 그러한 무기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아다는 자신이 하는 일들이 너무나도 극비스러운 일들이라 설명해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다는 그러면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요원들은 영화에서 나오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 영국 대사관에서 일한다면서 아주 평범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본드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워렐 기자는 그러면서 정보국 내에 여성차별적 시선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워렐은 “과거에는 여성들이 무시당하거나 비서직으로 밀려났고, 때로는 적들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미인계’로만 쓰이기도 했다”고 했다. 특히 “여성들이 MI6나 자매기관인 MI5에서 상당히 중요한 업무들을 수행했음에도 1970년대 후반까지 공식적인 정보요원으로 채용을 하지 않을 정도로 여성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 존재했다”고 워렐은 지적했다.


워렐은 이어 영화 007 시리즈 원작을 쓴 이안 플레밍(Ian Fleming)과 스파이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John le Carré) 등을 언급하며 “이런 여성혐오는 인기 소설에서 반복되고 과장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임스 본드라는 허구의 MI6 요원은 여성을 ‘본드걸’로 지칭하면서 인간이 아닌 성적인 정복 대상으로만 그렸다”면서 “이렇게 ‘본드걸’이라는 성차별적 장르를 형성한 이러한 영화들은 급기야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실에서 이들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워렐은 이와 관련해 “이런 문화 레퍼런스를 통해 축적된 인식은 장단점이 있다. 여성 스파이에 대한 인식 부족은 심각한 문제임과 동시에 비밀 무기가 된다”며 “여성들이 간과되기 쉽기 때문에 역으로 이들이 최고의 스파이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시도 “스파이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때로는 작전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남성중심적인 문화에서는 여성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어 덜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된다”며 “그들은 종종 내가 접근하는 것을 보지 못하기도 했다. 그건 내게는 이점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는 SIS에 대한 그들의 인식과도 연결돼 있다”며 “상대는 젊은 여성이 자신들을 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확실히 비밀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보람은 있다!]


캐시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테러활동을 했던 ISIS의 활동이 한창일 때, 영국을 겨냥한 음모를 저지하기도 했다. 세부 사항은 기밀이라며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캐시의 활동으로 인해 수많은 영국인들을 보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물론 그러한 일이 캐시 혼자서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업무 자체가 매우 보람된 것 아닐까?


캐시는 마지막으로 워렐 기자에게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영국과 동맹국들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 요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렐 기자는 이번 인터뷰가 SIS 요원들의 신원보장을 확실히 하기 위해 각서까지 쓰면서 취재를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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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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