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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통제 불능에 빠진 중국 ‘제로 코로나’ - 지난 4월과는 달리 확진지역이 너무나도 광범위 - 중국 방역대책 불만, 카타르 월드컵 때문에 폭발 - "다른 나라들은 마스크 없이 월드컵 즐기는데 우리는 뭔가?"
  • 기사등록 2022-11-25 13:20:40
  • 수정 2022-11-25 14: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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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 이젠 통제 불능]


3년째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중국 당국이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만나면서 “더이상 통제가 어렵다”고 실토해 귀추가 주목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어서다.


중국 보건 당국인 국가위생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3일 0시 현재 중국 본토 신규 확진자는 2만8883명으로, 상하이 봉쇄 기간이었던 지난 4월 13일 기록했던 역대 최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2만9317명)와 434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누적 확진자도 이달 들어 매일 1000명씩 확진자가 늘어 22일까지 누적 확진자 수는 30만명에 육박한다.


문제는 14억 인구의 중국은 의료 인프라가 불충분한 곳이 많아 코로나가 빠르게 번지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해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후의 보루, 베이징마저 뚫렸다]


중국 당국이 심각하게 보는 것 중의 하나는 중국 방역에 있어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베이징마저 뚫렸다는 점이다. 23일만 해도 1622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전면 봉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확진자들이 속출한 차오양(朝陽)구 내 중산층 거주지 왕징(望京)의 슈퍼마켓은 밤 9시에도 중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돼지고기를 비롯해 당근, 감자, 파 등이 순식간에 바닥날 정도로 육류와 야채, 신선식품을 쓸어 담으려는 주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언제 봉쇄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미 23일 오후부터 감염 확산 지역 주민들을 거주 단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봉쇄하기 시작했다. 눈치 빠른 이들은 자신의 샤오취가 1~2시간 뒤 봉쇄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차에 짐을 싣고 가족들과 서둘러 탈출했다. 갈 곳이 있든 없든 ‘기약없이 집 안에 갇혀 사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지금 베이징 차오양구 상황은 마치 지난 4월 인구 2500만명의 상하이가 봉쇄되었던 그때와 너무나도 흡사하다. 만약 매일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다면 전면 봉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24일(현지시간) “중국 수도 베이징이 코로나 봉쇄의 위기에 빠져 있다”면서 “대규모 환자 수용을 위해 컨테이너를 활용한 대규모 격리시설을 신축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차오양 지구는 임시 검역소가 세워지고 있으며 이미 주민들의 외출 통제도 이루어지면서 사실상 봉쇄조치를 단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시설 외에도 베이징 외곽의 국립켄벤션센터도 대규모 격리시설로 바뀌었다”면서 “전면 봉쇄정책을 가능한 피하려고 격리시설을 최대한 만들고 있지만 과연 이대로 유지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 베이징이 이렇다면 다른 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지금 중국 상황이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진단도 나온다. 중국 방역 당국은 24일 현재 전날 본토 신규감염자는 2만 9754명으로 상하이 봉쇄 때인 올해 4월 13일 최고치(2만 8973명)를 돌파했다.


[지금 상황이 왜 심각하다고 말하는가?]


관심의 초점은 중국의 방역당국이 지금 상황을 지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과연 뭘까? 우선 신규 감염자가 우한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이후 최대라는 점도 있지만 더 문제인 것은 확산지역이 너무나도 광범위하다는 데 있다.


지난 4월에는 상하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지린 등을 비롯한 다른 지역들의 감염자수는 상하이에 비해 극히 미미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광둥과 충칭이 8천명 안팎에 달하고, 베이징과 쓰촨, 산시도 1천명이 넘었으며 신장, 허베이, 간쑤도 900명대를 유지했다. 중원과 남방, 서부, 동부 등 중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한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의료인력이 과연 그렇게 광범위한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생긴다. 4월만 하더라도 중국 전역의 의료진이 대거 상하이로 파견돼 지원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못된다.


그래서 중국 국가질병통제국 관계자는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확산 범위가 넓어 3년 만에 가장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이라며 “방역 인력과 자원이 부족, 예방과 통제가 어렵다”고 밝혔다.


여기에 보건 전문가들이 올해 겨울 코로나19와 유행성 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 발생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방역당국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딜레마에 빠진 중국]


그런데 중국 당국의 딜레마는 따로 있다. 시진핑 3기가 출범하면서 그동안 봉쇄 중심으로 취해왔던 극단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다소 완화해 전면 봉쇄가 아닌 일부지역 출입차단과 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지난 10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정밀방역 대책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정밀 방역'이 국가 최고 지도자인 시 주석의 의중인 것이 확인되고, 중앙 방역 당국이 방역 최적화 조처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하면서 지방정부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종의 위드코로나로 가기 위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환자 발생이라는 비상상황을 만나면서 과연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받고 있다.


일단 베이징과 선양, 광저우, 충칭 등이 최근 코로나19 발생 지역에 대한 봉쇄형 정밀방역에 나섰지만, 도시 전면 봉쇄라는 올해 봄과 같은 극단적인 조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 방역대책 불만, 카타르 월드컵 때문에 폭발]


중국 당국이 우려하는 또 하나가 바로 중국의 방역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중국의 SNS에서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중국 당국은) 효율적인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고 (지방 정부들이)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를 서로 인정해주지 않는 상태에서 중증 치료를 위한 의료 체계도 갖추지 못한 채 대부분의 인력을 핵산 검사에 쏟아 붓는다”는 내용이다. 그야말로 정곡을 찌른 비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타르 월드컵은 중국인들에게 세상을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상 마스크 없는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다시한번 중국의 현실을 바라보게 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24일(현지시간) “중국의 한 누리꾼이 지난 22일 중국의 방역 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를 수신처로 '열 가지 질문(十問)'이라는 제목의 글을 소셜미디어인 위챗에 게시했다”면서 “여기에는 홍콩을 포함해 세계의 다른 지역에선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처럼 월드컵 경기를 한껏 즐기고 있는데, 중국 본토는 왜 이렇게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통제하고 압박하는지를 물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은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고, (주최 측은 관중에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요구하지도 않는다”면서 “그들이 중국인과 같은 행성에 사는 게 맞느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들을 해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 글은 1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급속하게 퍼졌으나, 곧바로 삭제됐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날 “월드컵 경기장의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중을 본 많은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 정부의 가혹한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광둥성에 기반을 둔 한 트위터 사용자는 전날 “어떤 사람은 마스크 없이 월드컵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데, 한 달 동안 집에 갇혔거나 두 달 동안 캠퍼스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글을 트윗에 올려 중국 당국을 우회 비판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누가 내 인생을 훔쳤나? 말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산시성의 또 다른 위챗 사용자도 “내 조국이 실망스럽다”면서 “월드컵은 대부분의 중국인이 세계의 실상을 보고, 중국의 경제와 그 자신의 젊음을 걱정하게 해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 중국인들은 이 나라의 경제와 청년들을 걱정하게 될 것”이라 썼다. 월드컵을 통해 중국인들이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경제회복은 물 건너 갔다]


시진핑 주석의 제일가는 업적이라 칭송했던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도시봉쇄는 다시 시작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인정하고 은행 지급준비율을 이번주 내로 하향할 예정이지만 이 방침이 알려진 후에도 24일 중국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최다를 나타낸 것의 여파가 더 큰 것이다.


노무라증권의 분석가들은 “중국 전체 GDP의 5분의 1 이상이 봉쇄 영향을 받으며, 이는 영국 경제 규모를 초과하는 수치”라면서 “상하이식 전면 봉쇄는 피할 수 있지만 급증하는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일부 도시는 더 자주 부분 봉쇄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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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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