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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월드컵서 이란 선수들이 국가부르기 거부한 이유? - 이란 축구감독, "국내상황 어려워 선수들 사기 저하" - '히잡 거부' 영상 올린 이란 배우 곧바로 체포 - 이란히잡거부시위, 폭압적 자지에도 불구하고 더욱 확산
  • 기사등록 2022-11-23 06: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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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월드컵서 국가부르기 거부한 이란선수단]


세계인의 축제인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선수단이 경기전에 국가 부르기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BBC는 21일(현지시간) “이란 선수단이 자국의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는 명백한 표시로 잉글랜드와의 월드컵 경기전에 국가를 부를 때 따라하지 않고 침묵했다”고 보도했다.


▲ BBC는 21일(현지시간) “이란 선수단이 자국의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는 명백한 표시로 잉글랜드와의 월드컵 경기전에 국가를 부를 때 따라하지 않고 침묵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이어 “이러한 갑작스런 사태에 이란 국영TV는 돌연 국가가 제창되는 예식을 중계하지 않고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의 외관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대체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란 지도자들은 국가 부르기 보이콧 시위가 외국의 적들이 조작한 폭동이라 규정했다”고 BBC는 밝혔다.


BBC에 의하면 “이란 선수단은 지난 9월 두 차례의 국가대표 평가전에서도 자국 대표팀 배지를 보이지 않게 가리면서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날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이란선수단은 평소답지 않게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면서 6:2로 패배했는데, 이에 대해 카를로스 케이로즈 감독은 “국내의 정치적 불안 때문에 선수들이 사기가 떨어져 있었다”면서 “선수들이 자국에서 희생당한 이들을 애도하고 당국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의사”라고 말했다.


이란팀 주장 에산 하즈사피는 전날 도하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히잡 시위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나라가 처한 여건이 바람직한 건 아니다”라며 “가족을 잃은 분들께 위로를 전하려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월드컵 무대를 계기로 권위주의적인 이슬람 신정체제를 향한 반감이 삐져나온 셈이다. 선수단은 이날 잉글랜드를 상대로 두 골을 기록했지만, 세리머니조차 생략하고 진지한 표정을 유지했다.


[SNS서 월드컵까지 히잡시위 연대 물결]


그런데 이란내에서 벌어지는 히잡 시위가 민중들 사이 들불처럼 번져가는 가운데 저명 인사들도 속속 연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지난 두 달간 이란을 휩쓴 시위를 놓고 고위층 인사들이 공개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가 하면, 정부에 비판적인 사진과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거나 엄격한 히잡 관련 규정을 비웃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지난 두 달간 이란을 휩쓴 시위를 놓고 고위층 인사들이 공개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가 하면, 정부에 비판적인 사진과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거나 엄격한 히잡 관련 규정을 비웃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이날 카타르 알라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잉글랜드의 B조 1차전에서 이란 축구 대표팀 선수 전원이 경기 시작 전 연주된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고 다같이 침묵을 지킨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이 모습은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됐다”고 전했다.


NYT는 “이때 관중석에 있던 일부 이란 팬들이 이슬람원리주의에 입각, 입헌군주제를 무너뜨린 1979년 '이란혁명' 이전 시절의 국가를 부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면서 “이란 응원단 사이에서는 '여성, 삶, 자유'(Women Life Freedom)라고 적힌 플래카드도 내걸렸고, 페르시아어로 '자유'를 뜻하는 '아자디'라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고 밝혔다.


['히잡 거부' 영상 올린 이란 배우 곧바로 체포]


이란 당국은 반정부적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탄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으나, 오히려 한층 더 공개적이고 과감한 연대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


AFP통신은 20일(현지시간) “이란 유명 여배우 헹가메 가지아니(52)가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고 반정부 시위에 동참했다가 시위를 선동하고 지원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가지아니는 지난 19일 테헤란 거리 한복판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카메라를 응시한 뒤, 뒤돌아 머리를 묶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영상과 함께 그는 “마지막 게시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지금부터 내게 무슨 일이 생기든 나는 숨을 거둘 때까지 이란 국민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적었다.


가지아니는 지난주 올린 게시물에서도 “이란 정부가 50여명의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이들은 아동 살해범”이라고 규탄했다.


이란 당국은 가지아니에게 국가 안보를 해하려 의도하고, 반국가 선전을 한 혐의를 적용해 체포했다. 이란 사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가지아니를 비롯한 8명이 SNS에 '도발적인' 게시물을 올린 혐의로 체포됐다.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 통신은 지난 19일 영화인 5명을 포함한 다수의 저명 인사들을 시위 지지 및 선동적 출판물 혐의로 소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트라 하자르, 바란 코사리 등 유명 배우와 유명한 축구 감독인 야흐야 골모함마디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골모함마디 감독은 앞서 이란 국가대표팀이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정부에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달 초에는 '이란의 내털리 포트먼'으로 불리는 타라네 알리두스티가 SNS에 히잡을 쓰지 않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사진을 올려 주목받았다. 그는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쿠르드어로 '여성, 삶, 자유'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보이기도 했다. 알리두스티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란에 남아 시위 도중 살해되거나 체포되는 이들을 돌보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6일에는 이란 남서부 이제(Izeh)에서 시위 도중에 9살 먹은 소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란내 시위는 더욱 강렬해졌다. 이에 대해 이란 영화계의 거장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인스타그램에 “당신이 죽인 이 순수한 아이들의 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썼다.


또한 이란단편영화협회도 최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아동에 대한 살인과 폭력 등 주제에 대한 '레드라인'에 직면했다”며 “지금 그런 폭력이 정부에 의해 거리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YT는 “이번 월드컵에서 공개적으로 히잡 시위에 연대 뜻을 밝힌 선수들도 조국으로 돌아가면 당국의 보복을 마주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이란 전문가인 카림 사드자드푸르는 “이란인들은 앞으로 수십년이 지난 시점에는 이번 월드컵에서 누가 잘 뛰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진심을 보였는지를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아, 이란!]


최근들어 외신들에 의해 보도되는 이란의 반히잡 시위는 차마 두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다. NYT는 20일(현지시간) 다른 기사에서 “지난 두 달간 이어진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이란 시민 수백명이 시력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를 벌이다 3m 앞의 보안군이 쏜 고무탄에 눈을 맞은 사만은 “시위 진압군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모든 것이 어두워졌다”면서 “눈알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손으로 받친 채 병원으로 향했으나 여러 차례 치료를 거부당하다 24시간 만에 수술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NYT는 “테헤란 지역 대형병원 3곳의 안과의는 최소 500명의 환자가 심각한 눈 부상으로 병원을 찾았다”면서 “테헤란 파라비 안과병원에서는 3주간 150명이 넘는 환자들을 받으며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북부 쿠르기스탄주 의료진들은 80명 이상의 눈 부상 환자를 치료했다”고 추정했다. 그중 상당수 환자는 금속 또는 고무 파편이 눈에 박힌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환자들이 겪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이란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당수 공공의료기관에서 이란 군경이 순찰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치료를 거부당하거나 수술 직후 체포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지난 9월 이후 미성년자 49명을 포함, 총 318명의 시위대가 사망했다고 이란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집계했다. 또한 구금된 시위대는 1만5000여 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강압적이고 폭압적 시위 진압에 대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2일 대국민 영상 팟캐스트를 통해 “대체 어떤 정부가 자국민에게 총격을 가하느냐”며 “우리는 이란 시민들 편에 서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란 혁명군과 정치 지도층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추가 제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1일 엘리제궁에서 마시흐 알레네자드 등 망명 중인 이란 인권운동가 4명을 만나 “이란 여성들이 이끄는 혁명에 대해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비판에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선동적이고 참견하는 비외교적 행태”라며 반발했다고 테헤란타임스는 보도했다.


지금 이란의 상황은 그야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어두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독재의 터널을 뚫고 자유를 찾은 우리나라도 이란의 상황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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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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