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필리핀 "미군기지 부활", 허공만 쳐다보는 중국 -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필리핀 방문, 남중국해 섬 방문도 - 필리핀 친미외교, 공중만 쳐다보는 중국 - 지금도 이어지는 필리핀과 중국간 충돌
  • 기사등록 2022-11-22 13:37:29
기사수정



[필리핀, 중국과 절연하기로 결심]


필리핀의 외교에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의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친중(親中) 일색 정책에서 벗어나 친미(親美) 국가로 변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20일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필리핀 방문은 필리핀의 외교노선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이날 “이번 해리스 부통령의 필리핀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군사기지가 있는 팔라완 섬 방문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이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남중국해의 가장자리에 있는 팔라완 섬을 미국의 부통령이 직접 방문한다는 것은 매우 깊은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 20일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필리핀 방문은 필리핀의 외교노선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팔라완은 스쿠버 다이빙과 섬 호핑 휴양지로 유명하지만 필리핀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스프래틀리 제도(난샤 군도·Spratly islands)와 인접한 섬으로, 난샤군도 주변 해역을 방어하고 순찰하는 필리핀 군 사령부의 중심지인 푸에르토 프린세사의 안토니오 바티스타 공군 기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리스 부통령이 22일 이 섬을 방문하게 되면 그는 난사 군도에 방문하는 미국 최고위급 인사가 된다.


이 난샤군도의 거의 모든 섬들에 대해 중국은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의 일부 지역에 인공섬을 만들어 군용 활주로와 항구를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필리핀은 이에 맞서 웨스트요크(West York), 난산(Nanshan), 노스이스트 케이(Northeast Cay) 등 해당 구역의 섬 3곳에 군 기지를 구축하는 작업을 지난 5월에 완료했다.


CNN은 “해리스 부통령의 방문은 미국과 필리핀간의 외교관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방문에서 필리핀 방어를 위한 21개 이상의 프로젝트들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이에 대해 AFP통신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 “우리는 국제 규칙에 기반한 남중국해 해양 질서를 수호한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군, 선박 또는 항공기에 대한 공격은 우리의 대응을 촉발시킬 것이다. 그것이 필리핀에 대한 우리의 변함없는 약속"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마르코스 대통령도 “미국이 존재하지 않는 필리핀의 미래를 그려본 적이 없다”고 화답하면서 미국과 필리핀간의 굳건한 관계 회복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CNN 등에 의하면, 해리스 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과 해상안보를 위한 미군의 주둔을 허용하는 방위력협력확대협정(EDCA) 관련 대화도 나누었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이 마르코스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미국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새로운 (군사 기지) 장소를 물색했으며, 필리핀 측과 최종 결정을 위한 논의 절차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필리핀은 왜 친중에서 친미로 선회했나?]


필리핀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시절에는 중국의 240억 달러(약 34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약속받으며 '친(親)중' 행보를 걸어왔다.


그러나 중국과의 이 약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동시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해소되기는 커녕 격화되어 갔다. 이로인해 필리핀 국민들의 반중여론도 갈수록 확산되었다. 이런 와중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지난 6월 취임하면서 두테르테의 친중 노선을 완전히 버리고 미군과 연합 훈련을 벌이는 등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2012년 남중국해의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의 스카보로 암초를 강제 점거했다. 2016년에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기각했지만 중국은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면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심지어 민병대 어선을 이용해 공격까지 가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손을 내밀었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월 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도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필리핀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9월 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남중국해 논란은 국제법적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하면서 중국과의 결별을 시사했다.


여기에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필리핀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월 “대만 주변에서 증가하는 중국의 군사 활동이 필리핀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만이 공격을 받게 되면 근거리에 있는 필리핀 역시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친미노선을 걷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경제난 극복 떄문이다. 두테르테 정권을 거치면서 경제가 상당히 피폐해져 있었는데, 중국이 경제적 지원을 약속해 놓고도 이를 실천하지 않았었다.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아버지 마르코스가 했던 것처럼 미국에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고, 이에 미국도 화답하면서 급속도로 친미노선을 걷게 된 것이다.


여기에 여론 또한 친미로 가야 한다는 정서가 강했다. 더지오폴리틱스는 “2019년 중국이 필리핀 EEZ 내 인공섬을 확장하고, 중국 트롤선이 필리핀 보트를 들이받은 이후 반중 감정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디플로맷은 “중국의 공격적 외교,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미흡한 인프라 제공 이행이 여론과 정책 변화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지금도 이어지는 필리핀과 중국간 충돌]


그런데 문제는 지금도 필리핀과 중국 사이에는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일에도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중국 함정 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이날은 해리스 부통령이 필리핀을 방문한 날이기도 해서 이 사건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필리핀 해군 서부사령부의 알베르토 카를로스 제독은 “티투섬(중국명 중예다오·필리핀명 파가사)에서 730m 떨어진 해상에서 부유물을 발견해 견인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이 우리 항로를 두 차례 차단하면서 진로를 막아섰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제독은 이어 “중국 해양경비대 선박이 고무보트를 보내 견인줄을 끊어버리고 부유물을 함정에 실은 뒤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스프래틀리 군도에 인접한 티투섬은 필리핀이 점령하고 있는 곳으로 스프래틀리 군도의 70여개 암초 중 필리핀이 차지한 9개 중 가장 중요한 전초기지이자 군사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곳에 위치한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데 중국이 계속 욕심을 내면서 점령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필리핀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관계 당국의 상세 보고를 토대로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화하자는 중국, 눈길도 안주는 필리핀]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이 친중노선을 버리고 친미로 외교방향을 틀자 그때서야 중국도 다급하게 필리핀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으나 필리핀은 화답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필리핀의 외교노선 변경에 초조해진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7월 6일 필리핀을 방문해 “대화와 소통을 강화해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하자”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이날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의 협력은 해상의 불일치를 넘어서고, 구체적인 불일치가 양국 관계를 정의하거나 개별적인 논쟁이 양국 협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양국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고 말한 것이다.


사실 왕이 부장의 이러한 발언은 참으로 해괴하기 짝이 없다. 필리핀 해역에 대해 일방적으로 구단선을 긋고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또 기존의 필리핀 소유 섬들까지 중국 영토라고 우기는 그러한 행태를 중단하면 당장 양국간의 관계는 회복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중국의 태도는 그대로 고수하면서 대화로 해결하자는 게 과연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두테르테 같은 골수 친중파, 특히 중국이 자신의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시진핑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뼛속까지 친중파’에게나 통할 말들을 마르코스 대통령한테 했으니 통할 리가 없다.


[필리핀의 친미 행보, 아세안 지역 정세에 영향]


중국이 구단선을 일방적으로 긋고 자신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는 필리핀 외에도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 등 주변 국가들과 중국간에 치열한 영토 다툼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같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 중인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과의 경제 협력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이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또 경제적 지원까지 받는다는 것은 이 지역 국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이 이 지역 인근 국가들에게 친미로 향하는 선도국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럴수록 중국의 외교적 고립은 심화될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350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