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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결국 패닉에 빠진 러시아 군부 - 러 해병대원들 '불만 서한' 확산, 푸틴타도 주장도 - 러시아군 지휘부 무능에 조직적 반발 확산 - 열악한 전장상황, 러시아군 점령지 대부분 잃을 수도
  • 기사등록 2022-11-10 06:45:45
  • 수정 2022-11-10 0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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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해병대원들 '불만 서한' 확산, 푸틴 타도 주장도]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 정예 해병대원들이 작성한 지휘관들의 무능을 성토하는 내용의 서한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미국 NBC 방송은 8일(현지시간) “전날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제155 해병여단 대원들이 쓴 것으로 알려진 공개서한이 텔레그램과 블로그 등으로 퍼져나갔다”면서 “이 편지로 인해 러시아 군부가 발칵 뒤집혔고 적극 진화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 미국 NBC 방송은 8일(현지시간) “전날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제155 해병여단 대원들이 쓴 것으로 알려진 공개서한이 텔레그램과 블로그 등으로 퍼져나갔다”면서 “이 편지로 인해 러시아 군부가 발칵 뒤집혔고 적극 진화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해병대원들은 프리모스키(Primorsky) 지역의 올레크 코제먀코(Oleg Kozhemyako) 연해주 주지사가 수신인으로 된 이 편지에서 “루스탐 무라도프와 주랍 아크메도프 장군의 무모한 작전 때문에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인 파블리우카 인근에서 공격을 받아 대원 300명이 숨지고 다치거나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파블리우카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부대 장비의 절반 정도가 나흘 만에 파괴됐다”면서 “그들(지휘관들)은 자신을 과시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사람을 고기라고 부른다”고 맹비난했다.


해병대원들은 이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루스탐 무라도프 동부군관구 사령관은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도네츠크 지역의 대혼란과 전사자 수를 축소하고 있다”며 “이해할 수 없는 작전 때문에 병사들은 총알받이가 됐는데 장군들은 보너스를 챙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최고사령관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군사적 실패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해달라”고 호소하며 서한을 맺었다.


이러한 해병대원의 편지와 함께 파블리브카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인 러시아군이 4일 만에 300여 명이 사망하고 패퇴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됐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러시아 해병대원들이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화염에 휩싸인 탱크에서 뛰어내려 도망치고, 폐가로 대피한 다른 해병대원들은 몇 초 뒤 미사일 공격을 당했다. 다른 영상에선 탱크가 하나, 둘 피격돼 불이 붙는 가운데 탱크를 몰고 황급히 도주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도로 주변에 사망한 병사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영상 연설을 통해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맹렬한 공격이 지속되고 있다”며 “적들은 여기서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타타르스탄의 수도 카잔의 훈련센터에서 촬영된 영상에서는 징집병들이 월급, 식수, 식량, 장비 부족 등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성난 징집병들은 키릴 쿨라코프 소장을 향해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


전선 배치를 하루 앞둔 징집병들은 쿨라코프 소장에게 “여기서 꺼져라” “창피한 줄 알라” “푸틴 정권 타도”를 외쳤다. 이들은 몇 주간 훈련을 받는 동안 식수도 배식도 부족했고, 이젠 70년대 녹슨 총을 들고 전선에서 싸워야 한다며 불만을 떠뜨렸다.


이렇게 징집병들에 의한 반발이 확산되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징집병들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지방 공직자들이 징집병의 요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의 주요 전투에서 러시아군이 사상자가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면서 최근 징집된 병사들의 가족과 생존군인을 주축으로 한 대중의 항의와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 지휘부 무능에 조직적 반발 확산]


러시아내에서 군부의 전쟁 대응 태세에 대한 비판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의 주요 전투에서 러시아군이 사상자가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면서 최근 징집된 병사들의 가족과 생존군인을 주축으로 한 대중의 항의와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관련 메인 플랫폼이 된 텔레그램에서 러시아군 지휘부의 무능으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비판이 날로 거세지자 결국 국방부도 공식 대응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코제먀코 주지사는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처음에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심어 놓은 스파이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 주장했다가 나중에 “해병여단 지휘관들과 연락했다”며 “실제로 손실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손실 규모는 서한에 적힌 것만큼 크지는 않다”고 재차 해명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러시아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반박 성명을 내고 해당 서한 내용이 ‘가짜 뉴스’라면서 전면 부인했다. 국방부는 “파블리우카 인근 지역에서 수행된 10일간의 공격에서 지휘관의 유능함 덕에 해병대원 손실은 전체 병력의 1%를 넘지 않았고, 부상자도 7%에 못 미친다”며 “부대가 우크라이나 영역 내 최대 5㎞까지 진격했다”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WP는 “국방부의 이러한 해명은 피해 규모를 최소화해 오히려 분노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군사정보 제공자라는 이름으로 글을 써온 한 블로거도 “지금까지처럼 군이 새로운 불만이 터져나오자 지역 당국을 재빨리 포섭해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전체 상황을 호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군이 변해야 한다”고 썼다.


실제로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으로 징집돼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투입됐던 러시아군 1개 대대가 배치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거의 전멸했다”고 보도해 충격을 준 바 있다. 텔래그래프의 이 보도도 러시아 내부의 언론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라 달리 변명할 여지도 없다. 또한 당시 전투에서 생존한 병사와 그 가족들의 음성까지 공개돼 러시아군 지휘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런데 러시아 지도부는 되지도 않은 말로 해명을 하고 있고, 그것도 각기 다른 해명을 하고 있어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 국방부가 자주 인용하는 친 크렘린 텔레그램 채널인 ‘가짜와의 전쟁’은 이 소식을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렉산드르 구세프(Alexander Gusev) 보로네시(Voronezh) 지역 주지사는 지난 6일(현지시간) 동영상에 나온 가족들을 만났으며 텔레그램과 일부 보도에 나온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러한 혼선과 관련해 NBC는 해병대원들의 항의 서한과 당국의 반응을 가리켜 “사기가 떨어진 러시아군이 도시를 점령하고 장악하는 데에 실패하면서, 군인들 사이에 동요가 퍼져나가는 징후”라고 지적했다.


WP도 “해병대원들이 쓴 서한에서 지난 10월 부임한 러시아 동부군구 사령관 루스탐 무라도프를 강력하게 비난한 것은 그가 전쟁 초기에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동부 지역의 작전을 책임지는 보스토크 군단을 이끌었었는데 그가 지휘관으로 있었던 도네츠크 지역의 핵심 물류·공급 허브인 리만(Lyman) 패배를 자초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WP는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반복적으로 전쟁을 총 지휘하는 사령관들을 교체하고, 또한 점령중인 4개지역의 사령관들도 수시로 교체하면서 러시아군의 지휘계통이 혼란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열악한 전장상황, 러시아군 점령지 대부분 잃을 수도]


현재 전장상황은 러시아에게 극히 불리하다. WP는 “모스크바는 전쟁 초기에 루한스크 지역을 장악했지만 지난 9월 하루키우(Kharkiv) 근처에서 패배하고 라핀(Lapin) 중령이 담당했던 리만(Lyman)을 잃은 후 그 지역에 대한 장악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스바토베까지 잃게 된다면 우크라이나군은 아마도 더 멀리 루한스크까지 진격하여 푸틴이 러시아에 합병 및 흡수했다고 주장한 영토의 대부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WP는 내다봤다.


이와 함께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8일(현지시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7일밤 행한 연설에서 도네츠크 지역은 여전히 러시아 점령군의 광기어린 진원지”라면서 “매일 수백명씩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군 해병대가 일시에 300여명이 전사했다는 서신이 보도된지 하루만에 나왔다. 러시아군 당국은 이번 사건 여파를 최소한 축소하려 했지만 이젠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나서 “이러한 러시아군의 개죽음에 대해 모스크바에 항의하라”고 말한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실제로 도네츠크 외곽의 바흐무트(Bakhmut)와 아브디브카(Avdiivka) 마을은 전쟁의 최전선으로 최악의 전투를 겪고 있으며, 그곳에 남아 있는 민간인들은 열악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 지역에서 죽거나 포로로 잡힌 많은 사람들이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징집병들이거나 강제로 전투에 투입된 민간인들”이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스바토베 마을 외곽에서 21명의 러시아 병사들이 항복하면서 포로로 잡혔는데 정작 지휘관들은 모두 도망쳤다”고 밝혔다.


이렇게 러시아군부는 혼돈에 빠져 있으며, 사실상 제대로 전쟁을 치를 준비도 되어있지 아니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니 그저 죽어나는 것은 가난하고 든든한 배경도 없는 시골의 청년들 뿐인 것이다. 이것이 지금의 러시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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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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