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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독일 총리 중국 방문, “호랑이 입속으로 들어갔다!” - 시진핑 3연임 이후 중국 방문한 독일 숄츠 총리 - 정상 회담에서 미국과의 편가르기 시조한 시진핑 - 독중정상회담. "서방의 약한 고리를 독일이 자임하는 꼴"
  • 기사등록 2022-11-07 06: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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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3연임 이후 중국 방문한 독일 숄츠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4일 시진핑 주석의 3연임 확정 이후 G7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4일,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올해는 양국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라며 “중국과 독일은 영향력 있는 대국(大國)으로 변혁과 혼란 속에서 손잡고 협력하며 세계 평화와 발전에 더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4일 시진핑 주석의 3연임 확정이 후 G7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사진=중국 외교부]


반면 숄츠 총리는 이번 중국 방문에 대한 국내외의 강력한 비판을 의식한 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고, 시 주석은 이에 “아시아와 유럽에서 핵 위기가 출현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 이후 낸 성명에서는 “중국과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핵 위협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면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은 전 세계 각국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것”이라 말했다.


숄츠 총리는 이 밖에 다른 국가에는 영속적인 시장개방을 요구하면서 스스로는 봉쇄하는 중국에 경제 관계에 있어 눈높이를 맞출 것을 요구했고, 대만에 대한 강제적인 전진에 대해 경고했으며, 신장지역에서의 위구르족에 대한 가혹한 인권탄압도 거론했다.


[정상 회담에서 본색 드러낸 시진핑]


독일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은 사실 갈수록 외교적으로 고립되어 가는 시진핑 주석에게는 엄청난 기회와 힘을 줄 수 있는 계기였다. 사실 시 주석은 지난 여름부터 자신의 3연임이 확정되는 당대회 이후 11월 경에 G7국가들 중 평소 가까웠던 프랑스 등 정상들이 중국을 방문해 주길 원했지만 아직까지 성사되지 않았고, 유일하게 독일이 응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 엄청난 의미를 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시진핑은 숄츠와의 만남에서 “양국은 서로 존중하고, 핵심 이익을 배려하며, 대화와 협상을 견지하고, 진영 대결 등의 방해에 공동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유럽 관계가 서로 대립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제3자의 제약을 받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의 이러한 발언은 한마디로 중국과 독일 및 유럽 사이의 관계 강화 의지를 피력하는 동시에, “진영대결에 저항하자”면서 미국과 유럽 사이의 '갈라치기'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에 대해 숄츠총리는 “세계는 다극화된 구도를 필요로 하고, 신흥국의 역할과 영향은 중시되어야 한다”며 “독일은 진영 대결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또한 유럽에서의 핵무기 사용 반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중국은 러시아 편'이라는 유럽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시도했다.


일단 중국으로선 독일 숄츠 총리의 중국방문 결과에 대단한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숄츠 총리가 서방진영과 중국과의 디커플링에 공식적으로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진영대결도 옳지 않다고 말했기 떄문이다.


[숄츠 총리 중국 방문에 폭발한 독일 여론]


사실 숄츠 총리는 중국 방문 이전부터 강력한 반대 여론에 휩싸였다. 중국의 경제 위협과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숄츠 총리의 방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독일 안팎에서 거셌으나, 숄츠 총리는 대규모 경제 사절단과 함께 중국행을 강행했다.


숄츠총리는 중국 출발 직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국내외에서 논란이 된 중국 방문 목적과 배경을 설명했다. 숄츠 총리는 “오늘날 중국은 5년 또는 10년 전 중국이 아니다”면서 “중국이 변화하면 중국에 대한 우리의 대응도 변화해야 한다”며 대중 정책의 전환을 시사했다.


숄츠 총리는 “변화된 중국은 독일과 유럽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한 경제무역상대로 남는다”면서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숄츠 총리의 이러한 대 중국관은 유럽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흐름과는 상당히 다르다. 나토는 지난 6월 말 마드리드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새 ‘전략개념’을 통해 1949년 창설 이후 처음 중국을 언급하며 “중국이 유럽·대서양 안보에 제기하는 ‘체제에 대한 도전’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이 중국 기업의 대형 투자를 받아들이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해 나간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러한 반대 의견은 숄츠 총리(사회민주당)와 ‘신호등 연정’을 꾸린 녹색당과 자유민주당에서 더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당장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도 최근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직후인 숄츠 총리의 방중 시점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해왔다. 베어복 장관은 그러면서 “(총리가) 연정 합의에서 우리가 함께 내린 메시지를 중국에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제 협력의 토대가 되는 공정한 경쟁, 인권, 국제법 인정의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어복 장관은 독일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 연립정부 출범 당시 연정 협약에서 미국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협력해 독일의 대중 의존을 낮추기로 한 바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비잔 지흐 자하이 자민당 사무총장(연방의회 의원)도 “총리의 방중 시점이 아주 불행하다고 본다”며 “독일은 러시아 정책에서 확인한 실수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중요한 교역 파트너이지만 동시에 체계적 경쟁자(systemic rival)”라며 “(독-중 관계에 있어) ‘전환점’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에게 “순진하다”고 강조했다.


여론도 부정적이다. 5일(현지시간)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DW)는 숄츠 총리의 방중을 두고, “독일 정부의 전략에 어긋나는 동시에 EU의 통합을 위태롭게 했다”며 부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EU와 미국도 숄츠 방중에 비판 가세]


일단 서방국가들은 독일이 중국에 대응하는 연대를 와해하는 약한 고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마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공급, 통상에서 지나치게 러시아에 종속되면서 독일이 유럽사회 단결의 약한 고리가 되면서 대 러시아 전략을 저해했던 그 일들이 또다시 중국문제에서 재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서방 대중 전선의 단일대오에 균열이 독일 때문에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중국 관영매체는 “유럽이 중국과의 관계를 약화하거나 차단한다면 실제 더 독립적이고 안전할지 의문”이라면서 이번 숄츠 총리와 독일 경제 사절단의 방문을 유럽의 약한 면모로 지목하기도 했다.


▲ 더타임스도 지난 1일(현지시간)“지난주 유럽연합(EU) 국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각개격파 전략을 경계하라는 내부 문건이 돌았다”며 “호랑이 입 속으로 들어가는 형국”이라고 숄츠 총리의 행보를 비판했다.


같은 맥락에서 영국 더타임스도 지난 1일(현지시간), “지난주 유럽연합(EU) 국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각개격파 전략을 경계하라는 내부 문건이 돌았다”며 “호랑이 입 속으로 들어가는 형국”이라고 숄츠 총리의 행보를 비판했다.


더타임스가 보도한 문건에는 “우리의 단결된 자세를 약화할 조율되지 않은 독자 행동을 자제하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서방 전문가들은 독일이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러시아와의 관계에서처럼 권위주의 강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과도하게 높였다가 나중에 압박을 받아 자주권이 약해지는 실패를 겪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폴란드 바르샤바대의 독일 전문가 라팔 울라토프스키는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변화 신호가 조금도 없다”며 “독일의 대러정책이 중국에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독일의 숄츠 정부는 대러관계 파탄에 따른 충격 속에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를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숄츠 총리는 베어복 외교장관을 비롯한 다수 장관, 정보기관, 여론의 반대에도 중국이 함부르크 물류항 중 한 곳의 지분을 갖도록 허가했다.


물론 숄츠 총리는 중국과 경제교류를 통해 서방과 중국의 관계를 개선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경제교류를 통해 중국의 독재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주 순진한 발상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미국은 여야를 떠나 숄츠 총리의 이번 중국 방문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더타임스는 특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미국 의회를 장악하면 독일에 제재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흥미로운 소식 하나. 숄츠 총리는 베이징에 도착하면서 예외없이 PCR검사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숄츠 총리는 방호복을 입은 중국 방역 인력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로나19 검사를 했고, 음성 판정을 받은 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독일 공군 1호기(독일 에어포스원)은 베이징 공항에서 대기하지 못하고, 인천공항에 계류했다가 다시 베이징 공항으로 갔다. 중국 내 체류 시간이 12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숄츠 총리의 중국내 체류시간도 12시간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10일간 격리해야 한다. 이런 수모를 받고도 시진핑을 꼭 만났어야 했는지 그 저의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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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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