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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01 07: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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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야체크 사신(Jacek Sasin)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개발 계획 협력의향서(LOI) 및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해 양해각서 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폴란드 민간과 원전 건설 사업 협력을 추진하기로 하며 약 13년 만의 '한국형 원전' 수출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한국 원전에 대한 미국 업체의 소송전, 각국 간 외교 관계 등이 향후 우리 원전 수출의 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과 폴란드 민간발전사 제팍(ZE PAK), 폴란드 국영 전력공사 PGE는 전날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 원전 개발 계획 수립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번 LOI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서쪽 240㎞ 떨어진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형 원전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원전 개발 계획 수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사업 규모는 2기에서 4기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기업은 올해 말까지 소요 예산, 자금 조달, 예상 공정 등이 담긴 개발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폴란드 측이 별도 입찰 절차 없이 한국과 LOI를 체결한 만큼, 사업권이 다른 나라에 넘어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도 전날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LOI 체결식에서 해당 사업에 대한 한수원의 본계약 체결 가능성에 대해 "100%"라고 못 박았다.


이에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에 이어 13년 만에 한국형 원전 수출 성사가 유력한 분위기다. 친원전 정책을 내건 새 정부의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과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한국과 '원전 수출 동맹'을 맺은 미국의 견제는 풀어 나가야 할 숙제로 꼽힌다. 미국 업체의 소송 제기, 막강한 외교력 등이 우리 업체의 수주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원전 업체 웨스팅하우스의 소송 제기로 한국 원전 산업이 뒤통수를 맞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컬럼비아 특구 연방지방법원에 한수원과 한국전력을 상대로 미국 수출입통제법에 따라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의 수출을 제한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일단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한수원과 폴란드 민간 원전 건설 사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수원이 APR-1400 설계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모두 갖춰 법적 문제가 없고, 폴란드가 미국과 원자력 핵 협정을 맺은 국가인 만큼 미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웨스팅하우스를 보유한 캐나다 사모펀드 브룩필드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와중에 몸값을 올리려 소송전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이처럼 개별 기업 차원의 소송이라면 향후 우리 수출 전선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다만 이번 소송에 미국 정부가 개입했다면 앞으로 제3국에서 한국형 원전 수출에 대해 또 다른 방식으로 견제에 나설 수 있다. 현재 한수원은 폴란드 외에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원전 사업 참여도 추진 중이라 미국이 제동을 걸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웨스팅하우스의 소송과 미 정부의 기조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도 협력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원전 동맹에 균열이 생겼다는 해석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소송 등 직접적인 견제와 별개로 외교력 측면에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6기 건설 사업은 웨스팅하우스에 돌아갔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폴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이고 전략적 관계인 미국에 정부 사업권을 내주고, 건설 공기와 예산을 지키는 데 강점이 있는 한국에는 민간의 일감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당연히 다른 사업에서도 외교력에 밀릴 수 있다"며 "원전 수출은 항상 국가 간 경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각 원전 발주국의 외교 상황 등이 다른 만큼, 수주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일준 차관은 "유럽에서 원전에 대한 관심, 의지를 표명한 나라가 많은데 나라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폴란드는 미국과의 관계, 동유럽 국가에서도 (원전 수출국 중 한 곳인) 러시아와의 관계가 다 다르다"며 "체코는 체코대로 한국형 원전의 장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수출 전선 확대를 위해서는 미국과 더 공고한 동맹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원전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양국 간 협력이 필수"라며 "원전 협력에 대한 절충점을 찾고 핵연료 공급 문제 등에서도 한미 공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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