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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의 자력갱생, 엄청난 착각에 빠진 중국 - '혁명성지' 방문해 결의 다진 시진핑 3기 일행 - 시진핑 '혁명성지'서 '자력갱생 정신' 강조 - 시진핑의 ‘자력갱생', 자신을 건륭제로 착각
  • 기사등록 2022-10-30 06: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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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성지' 방문해 결의 다진 시진핑 일행]


집단지도체제의 중국을 1인 지배체제로 전환시키면서 완벽한 독재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주석이 측근들로 구성된 새 최고지도부를 이끌고 중국 공산당이 '혁명 성지'로 여기는 산시(陝西)성 옌안을 찾아 ‘자력갱생’을 주창해 주목을 끌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8일 “시진핑 주석이 전날 오전 20차 공산당 당 대회를 거쳐 상무위원으로 유임 또는 신규 선출된 이들인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이끌고 산시성 옌안의 혁명기념지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8일 “시진핑 주석이 전날 오전 20차 공산당 당 대회를 거쳐 상무위원으로 유임 또는 신규 선출된 이들인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이끌고 산시성 옌안의 혁명기념지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이어 “시 주석 등은 1945년 4∼6월 중국 공산당 제7차 당 대회가 열렸던 장소와 마오쩌둥 전 주석의 옛집 등을 둘러보고, 옌안혁명기념관에서 전시를 관람했다”고 전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28일 시 주석의 옌안의 혁명기념지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시 주석 일행이 혁명성지를 방문한 것은 혁명가들의 위업을 기리는 것과 아울러 옌안 정신을 고양함으로써 혁명가의 투쟁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28일 시 주석의 옌안의 혁명기념지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시 주석 일행이 혁명성지를 방문한 것은 혁명가들의 위업을 기리는 것과 아울러 옌안 정신을 고양함으로써 혁명가의 투쟁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SCMP는 이어 “중국 고위 지도자들이 베이징 이외의 지역으로 단체 여행을 떠나는 경우는 그동안 거의 없었는데 시진핑 체제 들어 보편화되었다”면서 “시 주석은 옌안 성지와 자신과의 인연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옌안 성지는 시 주석 일가와 깊이 관련된 곳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 당시 부친인 '혁명원로' 시중쉰 전 부총리가 반당분자로 몰리면서 유배를 당하자 14살 때 하방해 옌안에서 8년을 지내며 기층 민중의 생활을 경험했었다.


이뿐 아니라 대장정(1934∼35년)을 마친 중국 공산당 홍군이 현지 소비에트 주석이었던 시중쉰으로부터 옌안을 넘겨받아 10년간 최후의 근거지로 삼은 바 있다.


SCMP에 의하면 시 주석은 이날 옌안 혁명성지를 시찰하면서 일행들에게 2017년 10월 제19차 당 대회 직후에는 당시 최고 지도부를 이끌고 상하이와 저장성의 공산당 유적을 방문했던 일을 상기시키면서, 당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초심을 생각하며 당과 당의 대의에 충실할 것을 다시한번 약속했다.


결국 시진핑의 이날 혁명성지 방문은 집권 3기 출범에 즈음해 중국이 공산당 영도의 사회주의 체제 하에 '중국식 현대화'의 길을 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시 주석 자신의 권위와 위상을 부각시키는 목적이 내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진핑 '혁명성지'서 '자력갱생 정신' 강조]


그런데 시진핑의 이날 혁명성지 방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참관 말미에 행한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미국의 안보상 '포위망' 구축과 공급망 배제에 맞설 '자력갱생' 정신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과거 혁명 당시 옌안에서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당 중앙과 홍군이 옌안에 정착한 뒤 적의 군사적 포위 및 경제 봉쇄로 여건이 매우 어려웠다”면서 “옌안 군대와 인민은 마오쩌둥 동지의 '스스로 일해 풍족하게 입고 먹자'는 호소에 적극 호응해 '대생산' 운동을 열렬히 전개함으로써 항일 전선을 강력하게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그런 뒤 “전당(全黨) 동지들은 자력갱생, 고군분투 정신을 대대적으로 선양해야 하며, 물질적 생활이 아무리 풍부하더라도 자력갱생, 고군분투의 정신은 반드시 버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 자력갱생 발언은 이날 처음 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20년 10월 14일에는 미중충돌이 격화되는 와중에 광둥(廣東)성 선전(深)시에서 열린 선전 경제특구 설립 40주년 기념행사에서 개혁·개방 지속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에 맞서 자력갱생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시 주석은 이날 미국과의 무역·기술 등에서의 전면적인 갈등을 염두에 둔 듯 자주 혁신과 자력갱생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이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텐센트 등이 소재한 첨단 기술의 허브인 선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력갱생’을 주창한 것은 미국의 중국 첨단기업 제재에 맞서 선전을 중국식 기술 자력갱생의 모델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시 중국의 선전매체들은 시 주석의 광둥성 방문에 대해 덩샤오핑(鄧小平)이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후퇴한 개방 정책을 가속하기 위해 1992년 초 선전 등을 방문한 ‘남순강화(南巡講話)’에 빗대 ‘제2의 남순강화’라는 평가를 했다.


그러나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는 개혁개방의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면 시진핑의 제2의 남순강화는 미국과의 경제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준비하는 자력갱생에 더 무게를 두었다는 점에서 초점 자체가 180도 다른 것이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진핑의 ‘자력갱생’이 갖는 엄청난 착각]


문제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793년 청나라 황제 건륭제(乾隆帝)는 “천조(天朝·청나라)는 땅이 넓고 물산이 풍부해 없는 게 없다. 외이(外夷·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할 필요가 없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 말은 영국 왕 조지 3세의 특사 매카트니가 “동등한 조건으로 영국과 통상하자”는 요구에 대한 답이었다. 건륭제는 오히려 “천조에서 나는 차·도자기·비단 등은 서양 각국과 그대 나라(영국)가 필요로 하는 물건이라 짐이 은혜를 베풀었다”고 했다.


건륭제의 생각은 한마디로 “중국은 혼자서도 잘 먹고 잘사는 나라이니 아쉬울 것이 없다. 영국이 하도 조르니까 불쌍해서 너네한테 물건 파는 거다. 그러니 그저 은혜라고 생각하고 감사해라”는 뜻이었다.


물론 건륭제가 통치하던 당시 중국은 ‘지대물박(地大物博, 땅이 넓고 생산물이 풍부하다)’, ‘응유진유(應有盡有·필요한 것은 모두 갖고 있다)’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은 당시 세계 국내총생산(GDP) 3분의 1을 차지하는 ‘경제 초강대국’이었으며, 몸집(영토·인구=수요)도 크고 생산량(공급)도 많으니 ‘규모의 경제’로 자립이 가능했었다. 건륭제의 자신감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건륭제 당시의 ‘지대물박(地大物博)’ 국가가 더 이상 아니다. 특히 1978년의 개혁개방 이후로는 오히려 해외시장에 기대어 경제를 성장시켜 왔다. 심지어 완전 자급자족이 되었던 식량마저도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끊긴다면 당장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들게 변했으니 과거의 ‘지대물박(地大物博)’을 생각한다면 딱 굶어죽기 십상이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자신이 지금 건륭제 당시의 황제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중전회에서 발표된 14차 5개년 계획(14.5 계획·2021~25년)과 2035년까지 장기 경제 목표의 골자는 ‘쌍순환(雙循環)’이었다. 여기서 쌍순환이란 국내 대순환(내수)과 국제 대순환(수출)의 두 축 중 국내 대순환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자는 얘기다.


이를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미국과의 충돌로 디커플링(탈동조화)가 갈수록 심해지자 수출주도 성장 모델에 차질이 생긴 것이고, 특히 미국으로부터의 강력한 기술 제재 때문에 첨단산업 전반이 흔들리자 궁여지책으로 꺼내든 것이 바로 쌍순환 경제다.


다시말해 미국의 기술 디커플링 공격을 버텨내면서 최대한 빨리 기술자립을 이룩해 자립자강의 기틀을 만든 다음, 아예 문을 걸어 닫는 ‘농성전(籠城戰·문을 굳게 닫고 성을 지키는 전투)’을 하겠다는 것이 쌍순환 경제의 핵심이다. 그러니까 쌍순환 경제란 외부와의 교역이 중심이 아니고 세계 최대 인구라는 시장을 바탕으로 한 자립자강의 내수 경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미국으로부터의 기술 디커플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 생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미국과의 패권전쟁을 포기하고 전면적인 개혁개방으로 되돌아가면 디커플링 역시 해소되면서 중국이 다시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시진핑 자신이 중국의 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한다. 그러나 시진핑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어쩌면 중국은 지금 시진핑에게 볼모로 잡혀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시진핑이 중국 인민들을 볼모로 하여 자신의 왕국을 유지하기 위해 ‘자력갱생’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자신의 백성들을 사지(死地)로 몰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시진핑의 쌍순환 경제는 사실상 중국을 다시 '죽(竹)의 장막'으로 되돌리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지대물박’, ‘응유진유’의 건륭제 시대로 되돌아가려는 엄청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마디로 물산이 풍부한 나라로 만들어 ‘응유진유’의 중국으로 되돌리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미국은 바로 이러한 시진핑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있다. 그래서 중국을 향한 기술제재를 서두르고 있고, 더욱 강력한 제재를 통해 자력갱생의 꿈도 꾸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중국의 미래가 어떠할지 교훈해 준다. ‘응유진유’의 청나라는 결국 ‘아편과 포탄’이란 영국의 공격에 의해 무너졌다. 그런데 시진핑의 중국은 또다시 ‘지대물박’ 조건을 이용해 자력갱생을 꿈꾼다.


이에 맞서는 미국은 중국 고사작전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전략에 맞설 수 있을까? 답은 이미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다만 시진핑만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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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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