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째 시정연설이 진행된 25일 여야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며 항의 표시로 본회의장 밖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반면 여당은 본회의장을 박수와 환호로 뒤덮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에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20여 분 전인 오전 9시40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검은색 정장을 입고 버건디색 넥타이를 맸다. 정장 상의 왼쪽 카라에는 태극기 배지를 달았다.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 들어선 윤 대통령을 맞이한 건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연구원 압수수색과 윤 대통령의 방미 시 발언 논란에 사과를 요구하며 시정연설 보이콧을 선언한 채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시위 중인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 사과하라'라 써진 커다란 푯말을 들며 "민생 외면 야당 탄압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대통령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윤 대통령은 본관 환담장으로 이동해 김진표 국회의장 등 5부 요인 및 여당 지도부와 환담한 뒤 오전 10시1분께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당부하는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 중간 복도로 입장하자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갈채로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이 좌우로 꾸벅 인사하자, 일부 의원들은 환호하면서 "윤석열" "힘내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달리 본회의장에 들어온 정의당 의원들은 의석 앞에 '이 XX 사과하라' '부자감세 철회, 민생예산 확충'이라 써진 피켓을 내걸고, 윤 대통령을 향해 "사과하라"고 소리쳤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팻말 좀 치우세요" "예의를 지키세요"라고 되받아쳤다.
오전 10시3분에 시작한 연설은 10시21분까지 총 18분간 진행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 연설 중간중간 연설문 복사본을 보면서 총 19번의 박수를 보냈다. 지난 5월16일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시정연설 때는 총 18차례 박수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시기에, 국회에서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 어려운 민생에 숨통을 틔워주고 미래 성장을 뒷받침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하며 연설을 끝맺자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윤 대통령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연설을 마친 윤 대통령은 본회의장 왼쪽으로 향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인사했다. 이어 뒷줄에 앉은 정의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려 했으나 이들은 앞서 연설이 끝난 직후 자리를 떴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내려와 국무위원 및 5부 요인들과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이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의 안내에 따라 반대쪽에 있는 국민의힘 의원석으로 다가가 여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본회의장을 돌며 여당 의원들과 악수한 윤 대통령은 다시 국회의장석으로 향해 김진표 의장과도 악수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환호하면서 일어선 채로 박수를 쳤다.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환담은 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환담장에 입장한 윤 대통령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바쁘신데 이렇게 자리를 만들어주고,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이 나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장은 "날씨가 좀 쌀쌀해진 것 같다.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환영한다"면서도 "여의도 날씨가 훨씬 더 싸늘한 것 같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호탕하게 웃자 김 의장은 이어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정말 싸늘하다. 오늘 아침 국회 모습이 가장 좋은 모습으로 비쳐야 할 텐데 의장으로서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대통령으로서 처음 나가 국민께 밝히는 예산안에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할 수 있는 국정과제도 중요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여야 이견 없이 서로 약속했던 경제회복이나 민생경제 등이 많이 반영됐으면 한다"며 "국회와 여야 협력이 절실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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