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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0-22 06:47:39
  • 수정 2022-10-22 07: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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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에 속지 말라. 침략자가 평화수호자가 될 순 없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에 속지 말라. 침략자가 평화수호자가 될 순 없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예르막이다. 이 기고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크라이나가 얼마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인권운동가들과 함께다. 두 사람 모두 수상 자격이 있지만 두 사람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민이라는 점이 우리에게는 문제가 된다. 이들과 함께 우크라이나가 엮이면서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는 "형제국가"이므로 서로 양보해야 한다는 러시아 제국주의자들의 주장이 새삼 부각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형제국가" 주장을 거부하는 건 이유가 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합병했을 당시에도 우리더러 평화적으로 해결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마치 우리가 전쟁을 일으킨 마냥 외교적으로 해결하라는 요구였다. 우리가 계속 전쟁하길 바라는 마냥 참극을 멈출 때라고 했다. 우리가 세계를 핵재앙으로 위협하는 마냥 인류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는 사기 주민투표를 통해 점령지 합병 선언을 한 뒤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됐다고 발표하고 이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자찬했다. 대부분의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이 갑자기 우크라이나와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점령지 반환, 납치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석방, 전쟁 피해 보상, 전범 처벌은 언급하지 않는다. 그들이 이를 외면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전쟁을 승리로 끝내고 싶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은 패퇴하고 있다. 자원이 부족하고 경제가 붕괴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을 서둘러 끝내야만 체면을 차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핵위협을 하고 있고 이에 동조하는 서방의 바보들이 평화를 크게 외친다.


불행하게도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전현직 정치인과 주요 경제인들이 러시아와 협상을 요구한다. 평화를 위해서, 전세계를 위해서, 인류를 위해서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위해서, 정의 실현을 위해서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처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전쟁이 시작된 이래 "러시아를 진정시키려면 우크라이나가 사라져야 한다"라는 주장이 "유럽이 따듯하게 지내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항복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우크라이나가 점령지 해방을 멈춰야 세계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떠돈다.

러시아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은 자국 유권자들에게 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국가테러를 저지른 체제를 달래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러시아는 수천발의 크루즈 미사일과 탄도미사일로 평화로운 도시들을 공격했다. (최근 며칠 사이에만도 100번이나 공격했다.) 나치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서방의 시민사회가 아파트 건물, 박물관, 놀이터를 공격하는 체제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초토화하고 댐과 발전소 등 중요 인프라스트럭처를 파괴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무시한 채 러시아 정부가 서방에 새로운 질서를 위한 중재에 나서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 서방의 지지자들이 철면피하게 올리브 가지를 내밀고 있다. 제발 속지 말라. 침략자가 평화수호자가 될 순 없다.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구하고 열망한다. 그러나 우리의 평화엔 조건이 있다. 여러번 말한 내용이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정리했다. 침략 범죄에 대한 처벌, 세계인권선언 3조에 명기된 "생명, 자유...그리고 안보의 권리" 보호, 우크라이나 안보와 영토의 복원, 안보 보장,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확고한 결의.


우크라이나는 강압에 굴복해 평화를 구걸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점령한 영토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확고한 보장이 필요하다. 모든 협상은 우리의 자결권, 주권의 불가침성, 우리 영토의 보존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유럽의 안보는 항상 크레믈린의 권력자의 손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나아가 많은 러시아 엘리트들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자신들의 이익이 독점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지역이 있다고 믿을 것이다.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면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일이 된다. 서방은 달리 대처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안보가 결코 지정학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순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키이우안보조약을 요구한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안보 보장국들을 전략적 파트너십을 묶는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안보가 우크라이나의 자위 능력에 달려 있다는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국방과 산업, 대규모 무기 지원, 정보 지원에 수십년 동안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조속히 가입하길 원한다. 이미 가입 신청을 했다. 그러나 가입하기 전까지는 안전보장이 필요하다.


군사력이 막강한 핵심 국가들이 안보보장을 해야 한다. 정치적, 법적 약속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전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광범위한 비군사적 지원과 제재조치가 지속돼야 한다. 러시아에 침공의 대가가 가혹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것이 서방이 제시할 "새 합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어떤 것도 러시아 정부가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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