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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이 우크라 점령지 계엄령 내린 진짜 이유? - 푸틴, 불법 병합지에 계엄령, 러시아 전역에 경계령 선포 - 푸틴의 계엄령, 병합지 관리보다 러시아 내부 통제위해 실시 - 푸틴, 남은 카드는 전면전과 핵 공격 뿐
  • 기사등록 2022-10-21 06: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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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불법 병합지에 계엄령 선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점령 후 불법 병합을 선포한 4곳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령이 내려지면 러시아 법에 따라 △군사력 강화 △통행 금지 △이동제한 △검열 및 심지어 △외국인 억류도 가능해진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이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푸틴의 전쟁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같은 조치는 4개 지역에 남아 있는 우크라 주민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계엄령과 함께 러시아 본토에도 3가지 수준의 계엄과 관련된 보안조치를 내렸다. 그 첫째는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도시와 크름반도 지역에 ‘중간 수준의 대응(response)’이 선포됐다. 이로써 이들 지역에는 보안도 강화되고 교통 이동과 출입 등 측면에서 일정부분 제한조치가 취해진다.


둘째는 모스크바를 포함한 러시아 중부 및 남부지역에 고강도 경보(high alert)를 발령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차량 수색 및 교통 제한, 그리고 더 엄격한 공공질서 보안이 실시된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북부 지역과 시베리아, 그리고 극동지역에는 가장 낮은 보안 수준인 최고 준비(readiness) 태세가 취해진다.


푸틴 대통령은 이들 지역의 안보 강화를 위해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 직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점령지 4개 지역 수반에 대해 지역 안보 보장을 위한 추가 권한을 부여하고, 영토 방어 본부를 만들게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역별 수반들의 업무를 조정할 수 있게 관련 본부를 구성할 권한이 부여된다”며 “정부와 국방부, 다른 부처들이 이들 본부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국 80여개 지역 수반에 대해 핵심 시설 방어, 공공질서 유지와 '특별군사작전' 지원을 위한 생산 증대를 위해 추가 권한을 부여했다. 사실상 모든 러시아 지역 책임자들은 군부의 요구가 있으면 뭐든지 들어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보면 된다.


결국 러시아 전역에 공식적으로 계엄령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그 효과적 측면에서는 언제든지 러시아군부가 모든 행정을 좌우할 수도 있는 상황이며 단지 계엄령이라는 단어 때문에 러시아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지는 않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특별군사작전’이라 부른 것과 유사한 조치라 할 것이다.


[푸틴은 왜 계엄령을 내렸을까?]


그렇다면 푸틴은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 대해 왜 계엄령을 내렸을까? 이에 대해 WP는 “러시아가 우크라 남부 지역에서의 전면적인 후퇴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지아의 4개 지역에 내려진 계엄령은 러시아 영토가 공격을 당했다는 전제를 두고 내려진 것”이라면서 “이번 계엄령은 사실 러시아 점령지역 내에서는 이미 계엄에 준하는 행위가 이뤄졌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미는 없지만 그럼에도 계속되는 전쟁 실체에 대해 비난 여론이 비등한 러시아내의 매파들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 밝혔다.


결국 푸틴의 이번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대한 계엄령 선포는 그 목적이 단지 병합지를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부터 수호하려는데 있기보다 더 큰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지금 우크라이나의 4곳 병합지역은 지금의 러시아군으로는 결코 현 상황을 유지할 수가 없다. 헤르손만 하더라도 이미 퇴각에 들어갔으며 지금의 전세를 역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헤르손에서의 계엄령은 단지 현지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강제적 이주와 러시아에 반발하는 현지 주민들을 처형하고 처벌하는데 활용될 뿐이다.


푸틴이 계엄령을 선포한 진짜 목적은 러시아 국내의 불안을 제거하려는 데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 러시아 내부는 굉장히 혼란스럽다. 모스크바만 해도 도심에서 남자들을 보기 힘들게 됐다. 남자들은 이미 징집되었거나 도피했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예비군 동원령 이후 식당과 커뮤니티, 파티 등에서 남성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며, 지난여름 모스크바 골목을 가득 채웠던 젊은이들도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NYT는 이에 대해 “최근 몇 주간 모스크바 거리에서 남성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많은 이가 정부의 동원령으로 끌려갔거나 정부의 강제 징집과 계엄령 선포 가능성에 외국 등지로 피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러시아 전역으로 퍼져가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가 불안해지고 있으며 덩달아 반 푸틴 시위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 국민들의 푸틴정권에 대한 신뢰 또한 흔들거리고 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 대한 계엄령을 내리면서 러시아 전역에 이에 준하는 보안조치를 발령한 것은 사실상 계엄령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출입 통제 및 교통통제까지 얼마든지 발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푸틴의 계엄령은 그만큼 불안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푸틴 대통령의 절망을 드러낸다”며 평가절하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굿모닝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더 많은 군대를 동원하려고 했고, 우크라이나 영토는 가짜 합병을 겪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우세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절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강요하고 통제하려는 절박한 전술”이라면서 “러시아가 이 지역들에 대한 통제를 시행하기 위해 필사적인 전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푸틴, 남은 카드는 전면전과 핵 공격뿐]


사실 이번 계엄령 카드는 전장 상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푸틴의 전략적 판단 미스라고 봐야 할 것이다. 푸틴이 바라는 가장 큰 목적은 최소한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의 안정적 유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푸틴의 구상은 이미 깨져 버렸다. 지금 이 시간에도 러시아군은 계속해서 퇴각을 거듭하고 있고, 이를 막을만한 별다른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계엄령이라는 카드까지 소진해 버린 푸틴에게 남은 것은 전면전과 핵 공격뿐이다. 물론 또 하나의 대안적 카드가 있기는 하다. 곧, 벨라루스의 참전을 통한 우크라이나 압박이 그것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스위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벨라루스가 러시아에 “기반시설과 영공을 제공함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총참모부는 “벨라루스 영토에서 (우크라이나로) 미사일 공격이나 공습뿐만 아니라 이란제 자폭용 드론인 '샤헤드-136' 드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이 여전히 있다”고 밝혔다.


또 “벨라루스군의 은밀한 동원은 훈련 세션을 가장해 계속되고 있다”며 “이용 가능한 정보에 따르면, 대공 미사일 시스템 운영자와 탱크 요원을 훈련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가 러시아군과 합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쪽 방향에서 공격을 해 올 것인가의 여부다. 일단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233㎞ 떨어진 벨라루스 국경에 9천명의 군대를 파견한 상태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도 징집병을 포함한 자국 군인 6만명이 지역연합군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이 지역연합군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새로운 전선을 열 수 있다.


그러나 벨라루스가 만약 참전을 결정하면서 러시아군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면 벨라루스 또한 전쟁의 참화를 정면으로 겪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러시아 본토에 대한 직접적 공격은 삼가해 왔지만 벨라루스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격을 가할 수도 있다. 그랬을 때 벨라루스 국민들이 과연 평화로웠던 나라를 전쟁 깊숙이 밀어 넣은 루카센코 대통령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인지가 중요한 관건으로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 벨라루스 대통령도 러시아군과의 합동훈련이라든지 위협성 군사력 과시까지는 동참하지만 직접적으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벨라루스군의 참전 말고 또다른 카드는 전면전이지만 사실상 러시아가 현 상황에서 전면전을 치를 능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남은 카드는 핵무기 사용인데 이는 러시아 제국의 멸망을 자초하는 수가 될 것이기에 이 역시 푸틴이 망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퇴로가 없는 상황에서 푸틴이 그저 현재의 상황을 지속하기 위한 막다른 수를 하나씩 꺼내 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푸틴이 전세 역전을 할 수 있는 카드가 이미 소멸되어 버리고 없다는 것이 지금 푸틴이 가지고 있는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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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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